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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Feb 26. 2022

육지섬 죽도

죽도(竹島)는 이름처럼 대나무가 많은 섬을 일컫는 데 전국적으로 열여덟 개나 된다. 부산, 울릉도 등등 비교적 기온이 온화해 대나무가 성장하기 좋은 곳에 죽도가 있으나, 위도가 높은 강원도에도 두 군데나 있다.      


기후 변화 탓인가? 아니며 태백산맥이 대륙의 차가운 겨울 편서풍을 막아줘 동해안 지역이 온난한 덕분인가? 전자이면 끔찍하고 후자이길 바란다.   

   

강원도 죽도 중 고성군 죽도는 지난달 다녀왔고, 이번에는 양양군 죽도에 다녀왔다. 현북리 인구항과 연접되어 있는데 백과사전 등에는 섬이라 분류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육지와 연결되어 섬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죽도산 방문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죽도에는 죽도산으로 부를 정도로 아담하며 제법 가파른 고지가 있고, 고지 정상 전면부 8부 능선쯤 죽도정이, 죽도해변이 보이는 하단부 암반지역에 죽도암이 있으며 대나무와 소나무가 고르게 자랐다.      

죽도 초입에 서낭당을 지나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내내 계단을 설치해 놓고, 건강계단으로 이름을 지어 사람들이 걸어서 올라야 할 이유 수십 가지를 적어놓아 방문자들의 힘든 발걸음을 잠시 위로해 준다.     

 

맨 꼭대기에는 마치 ET가 연상되는 듯한 복잡한 철골 구조물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나로선 조금 불편해 보인다.     


죽도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둘레길이 훨씬 나아 보인다. 기암괴석과 철석 거리는 파도소리를 감상하면 시름도 잠시 잊을 것이다. 내가 방문하던 날은 파도가 높아 인구항 쪽 둘레길 출입문은 폐쇄되었으나 정상에서 내려가 기암괴석 3종 세트(선녀탕, 부채바위, 신선바위)를 감상하고 죽도암 방향으로 돌아 나왔다. 돌아가는 길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아내가 무서워 하지만 좋아한다.   

죽도 해수욕장 끄트머리에 여성 두 명이 이리저리 바쁘다. 지나가며 엿들어보니 해수욕장 안전펜스 설치 관련 현장 토의인 것 같다. 담당 공무원들이다.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여 검토하는 것 같다. 남녀평등의 시대임을 작은 일이지만 실감하겠다.     


바야흐로 동해안 시대가 되어서 방문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가니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스토리가 없는 문화는 죽은 바나 다름없으니 인문학적 소양이 넘치는 공무원들이 아름답게 죽도를 꾸려주었으면 좋겠다.      


산토리니 같은 유럽의 유명한 경승지들도 색깔 하나, 스토리 하나가 그 가치를 훨씬 UP 시키지 않는가? 그 발상이 중요하다. 생각을 생각하자!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금수강산!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나라가 세계에서 얼마나 되나? 행복하게 향유하고 깨끗하게 사용한 뒤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보배로다. 보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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