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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Mar 04. 2022

금강산 화암사와 수바위

델피노 리조트에서 고성 방면으로 조금 가서 군부대를 끼고 주욱 올라가면 화암사 길이다. 걸어가기는 애매하다. 입장료를 내야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절 입구까지도 차량 이용이 가능한데 3,000원이나 받다니 고약하다. 그래도 주차장에서 절 쪽을 보니 엄청난 바위가 보여 나를 유혹한다.       


절의 위치는 절묘하다. 일주문 가기 전에 부조가 몇개 보이고 조금 가면 큰 계곡은 아니지만 사철 시냇물이 흐를 것 같은 작은 계곡을 끼고 조금 더 올라가면 절의 전경이 편안하게 보인다. 수암전 매점에서 수바위로 가는 길을 지나면 곧 세심교를 만나 건너면 바로 절이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동해바다가 보이고 아침 첫 햇살이 대웅전으로 쏟아질 수 있다.     


이 절은 신라 후기인 769년 진표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인데 여러 번 소실과 중건을 반복했고 일제 치하인 1912년에는 절의 이름을 화암사로 바꿨으며, 1991년 세계잼버리 대회를 계기로 오늘의 모습으로 중건이 됐다.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첫 번째 절이라 한다.      


절 이름이 바뀐 것이 좀 특이했다. 최초에는 화엄사였는 데 절 앞의 수바위(秀岩, 빼어난 바위)에서의 쌀(, 벼 화) 스토리와 바위 암()’자를 가져와 화암사로 했다 하니 재미있고 일리가 있어 보이는 데 뭔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왜 화엄사란 좋은 이름을 바꾸었을까? 더군다나 이 절에서 진표율사로부터 화엄경 공부를 한 제자 100명 중 31명이 하늘로 올라가고 69명은 큰 깨우침을 얻었다는 데, 잘생긴 바위 전설 하나 때문에 절 이름을 바꾸었다? 선뜻 납득이 안된다. 찻집에서 물었더니 답을 못한다. 주지스님께 여쭈어야 하는데...     


사실 화엄(華嚴)이란 말은 불교에서 얼마나 귀한 말인가? 아니면 전라도 구례 화엄사(華嚴寺)와 같은 이름을 써서 그런가? 아니면 한문은 다른 것이었나? 어디에도 한문으로 쓰인 옛 명칭 화엄사는 보이지 않는다. 바뀐 시점도 1910년 경술국치가 있고 두 해 뒤라 취약한 시기다. 괜한 호기심이 발동되어 시비를 걸어 본다.  

      

천년고찰이라 하더라도 1991년 대대적으로 중건된 건물이라 화강석들이 밝은 회색빛으로 보여 고찰 같은 맛은 없다. 세심교 아래 계곡 물속에 오래된 화강석 기둥 두 개가 보여 고찰임을 애써 중명하는구나.    

이 절의 백미는 보리수 아래에서 명상하는 불상이다. ‘수하항마상이라 하는 데 석가모니께서 6년의 고행에서도 답을 얻지 못했지만 보리수 아래 명상 7일 차 새벽녘 샛별을 보고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불교의 정수를 상징하는 장면인데 나로서는 감당하기 난해한 부분이라 묵언삼배로 대신했다.       


나의 최애 관심지역은 수바위였고, 그 다음이 이 수바위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란야원 찻집이었다. 수바위까지 보기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왕복 30~40) 해서 다녀오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그 대신 란야원에서 편안한 불교음악 들으면서 아내랑 대추차 한 잔 마시니 이게 극락 아닐까?    

인간들이 소위 행복하기 위해 아무리 물질을 가져도 더 커가는 그들의 욕심을 충족시킬 수 없기에 절제로 자족의 행복을 찾도록 인도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 종교라 생각한다. 불교든 기독교든, 천주교든 교리는 달라도 이 부분에서 추구하는 바는 거의 같다. 전지전능하신 그분께서 인간들에게 소유적인 삶보다 존재적인 삶을 살도록 인도하신다.


부족한 나도 공감하며 실천하련다. 허나 영적인 부분은 설명할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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