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냇물 Mar 07. 2022

무심히 바라본 등대

나는 매일 동해의 일출을 본다. 망망대해의 일출은 장엄하겠지만 매일 반복되면 너무 무료해서 계속 볼 인내심이 내게 있을는지 알 수 없다. 다행히 속초항이 보이는 곳에 둥지를 마련한 덕분에 매일 변화무쌍하며 근사한 속초 앞바다의 일출을 본다.      


속초항 방파제 끝의 두 등대가 기준을 잡아주면 그 사이로 아침 해가 떠오른다. 조금씩 떠오르는 위치와 시간은 변하지만 내 탓은 아니고 조물주께서 주신 자연의 순리 덕분이다. 매일 보는 그 두 등대에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하나는 빨간등대! 하나는 하얀등대! 왜 그럴까? 관광지라 그럴까?      


궁금해서 그동안 방문을 미루었던 영금정 옆 등대전망대를 다녀왔다. 가파른 계단이라 아내는 기다리라 하고 혼자 올라서 주위를 돌아보는 사이에 옆에 상기된 얼굴로 보인다. 건강이 좋아진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코로나로 전망대 내부에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으나 속초 앞바다와 시내 전경을 두루두루 보고 올망졸망한 등대옛길로 내려오니 재미가 쏠쏠했다.      


돌아와서 등대를 알아보니 무척 흥미로웠다. 등대는 빛이나 형상, 음향, 전파에 의해 선박에게 필요한 연안정보를 제공하여 안전운항을 도와주는 구조물로, BC 820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항구 입구의 팔로스섬에 설치된 등대가 인류의 첫 등대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러일전쟁 대비 차원에 일제에 의해 1903년 소월미도부터 건설되었다 한다.     

 

등대원의 상주 여부에 따라 유무인 등대로 구분되는 데 우리나라는 현재 유인 39개와 무인 881개가 있으며 최동단에는 독도 등대, 서단에는 소청도 등대, 남단에는 마라도 등대, 북단에는 대진등대가 있다.    

등대의 색깔은 빨간, 하얀, 노란색인데 도로의 교통안내 표지판처럼 선박의 안전을 위해 입항 시 빨간색은 왼쪽으로, 하얀색은 오른 측으로, 노란색은 주의를 하라는 의미이며, 출항 시에는 반대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속엔 다른 의미의 등대가 있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원들에게 등대는 희망의 불빛이며, 아무도 찾지 않는 외진 곳에서 홀로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의 외로움이 켜켜이 쌓이는 곳이다.  

   

희망의 등대는 소설로도 쓰였고, 지자체나 정당의 캐치프레이즈는 물론 여러 상호로도 두루 쓰인다. 등대는 친숙할뿐더러 인간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미지의 내일로 가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한편 높은 산이나 공항 관제탑에서 비행기 관제를 하는 타워지기에 비해 바닷가나 섬 외딴곳에 홀로 지내야 할 등대지기의 외로움은 훨씬 진하다. 고립감과 단조로움을 견뎌내야 하기에... 세명의 등대지기의 실종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소제로 한 소설 ’ 등대지기들’이 대답해 주고 있다.     


희망과 외로움이 공존하는 그곳 등대! 우리 인생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동요 '등대지기'가 말한다.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작가의 이전글 금강산 화암사와 수바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