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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Mar 01. 2022

울산바위

속초 외설악 중턱에 울산바위라는 생뚱맞은 이름의 바위가 있다. 높이가 해발 873m, 둘레가 4km 되는 데 바위산이라 하는 게 더 정확하다. 산세가 너무 아름다운 기암절벽이라 울산바위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암벽이 험난하여 알피니스트들이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거기에 재미있는 전설 있다. 울산에 있던 큰 바위가 금강산에서 열린 천하 경승 경연대회에 참가하다 덩치도 크고 몸이 무거워 지각을 해서 금강산 1만 2천 봉에 들지 못했고 큰소리치고 경연에 참석했던 울산바위는 자신의 호언장담한 체면 때문에 울산으로 못 돌아가고 속초에 눌러앉았다고 하며    

  

설악산에 유람을 온 울산부사가 그 전설을 듣고 신흥사 주지에게 땅세를 받으려다 바위를 도로 가져가라는 동자승의 재치로 실패하였으며 그때 사용했던 새끼를 꼬은 풀’, 즉 묶을 속(), 풀 초()가 속초 지명의 유래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재미있는 두 설이 다 양해가 되는 데 왜 하필 울산바위일까? 부산 바위나 경주 바위는 안될까? 특이한 지명이 시선을 끈다. 울산바위의 막힐 울()로 의미는 막히다. 수풀이 우거지다‘를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울산의 울()과는 다르다. 하여튼 울산바위의 산세는 울타리 같고 울타리 같은 산이 더 설득력 있다. 동음을 차용한 지명으로 재미있게 전설이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다.    

 

울산바위로의 산행! 그냥 즐겨도 황홀하지만 좀 엉성한 듯하며 재치 있는 전설을 상기하며 산을 오르면 재미를 더하리다. 산을 오를 여건이 안 되는 분은 미시령 고갯길 방면 전망대에서 절경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다.  

울산바위를 오르려면 설악동에서 신흥사를 지나 흔들바위가 있는 계조사를 경유해야 하는데 제법 가파르다. 중간에 포기하는 분들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염력이 약한 분들은 기도발 좋은 목탁바위 계조암에서 정신무장을 하고 가길 권한다. 부담스러운 분들은 계조암과 흔들바위를 감상하고 돌아가도 산행의 행복을 넉넉히 느낄 만하다. 울산바위까지는 계조암 앞마당의 흔들바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속초 전 지역에서 울산바위를 전망할 수 있으나 당연히 미시령 넘어가는 길 입구 휴게소 부근과 델피노 리조트 부근이 좋다. 리조트 단지 상가동 옥탑 전망대는 일반인에게도 관람이 허용된다. 하여튼 그 부근 어디서 보나 자연의 위용과 장엄함에 압도된다.      

계절마다 경관이 달라 보이며 시각마다 달라 보인다. 동해바다에 일출 후 아침 양광이 울산바위를 비추는 장면도 장관이고 석양의 울산바위도 일품이며 설경도 신비롭다. 옛 미시령 길을 달리면 곳곳에서 가슴 벅찬 절경을 차창밖으로 만날 수 있다.         


델피노 골프장에서 그린이 빠르다고 한다. 쩔쩔매는 골퍼들이 안돼 보인다. 이 천하에 절경을 두고 스코어에 포로가 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00돌이가 되던 말던 설악의 제일 풍경 울산바위의 장관을 가슴에 새기며 잔디를 밟고 힐링하고 돌아가기를 권한다.        

금강산 식후경의 역설은 금강산이 한반도에 가장 아름다운 산임을 상징하는 말이지만 설악산이 그에 못지않은 산인데 저평가되었다 한다.


신작로가 없어 교통이 원만하지 못했던 조선시대에 한양에서 금강산 가기는 철원평야에서 추가령 지구대를 거쳐가면 어렵지 않지만,  대관령을 넘어 설악산 다녀오기는 거리도 멀고 험로라 상대적으로 힘들어... 조선의 많은 고관이나 문인들이 금강산을 다녀온 뒤 견문 소감을 많이 남긴 탓이라는 설도 있다.


하제일 설악산임을 그 든든한 울타리 울산바위가 웅변한다!미천한 소생이 졸필을 보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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