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날씨가 풀린 지난 주말에 아르떼 뮤지엄 강릉을 다녀왔다. 경포대 가시연 습지와 연해있는 경포 아쿠아리움 옆이었다. 성인 기준 17,000원의 입장료에도 구름 관객이다. 긴 행열을 뒤따라 입구에 들어섰다.
판타지 여행을 하였다. 첫 번째는 꽃과의 만남이다. 모두들 그 화려함과 현란함에 흥분해서 카메라 샷에 정신이 팔려있다. 이어서 별, 라이브 스케치 북, 숲, 파도, 명화, 폭포, 비치, 번개 등 각각의 주제관이 정신 차릴 틈을 주지 않는다.
관객이 붐비고 음악이 있고 어두워서 동반자를 놓치기 십상이다. 손을 꼭 잡아야 한다. 데이트족에겐 안성맞춤이다. 으슥하긴 하지만 백주 대낮에 과감히 키스 포즈를 하는 커플이 한둘이 아니다.
밸리(VALLEY)라는 테마로 백두대간의 중추인 강원도와 강릉의 특성을 발휘하여 12개의 다채로운 미디어 아트라고 주최 측 홍보자료에 설명하던데 미디어 아트가 뭔지 검색을 해보니 도통 이해 못 하겠다. 얼치기 전문가들의 특징은 어려운 말로 일반인의 이해나 접근을 막는 자들이다. 진정한 고수는 쉽게 설명한다던데...
일종의 설치예술로 강남 코엑스 건물에 삼성에서 설치해놓은 파도 전광판의 뉴 버전 같은 느낌이 왔다. 아니 백남준 선생의 후예들이 새 작품을 들고 신나게 나타난 것 같다.
고도의 디스플레이 기술과 영상, 음악은 물론 미각을 자극하는 냄새까지 곁들여진 새로운 영역의 예술장르라 할까? 하여튼 자원 하나도 없는 나라 대한민국 꾼들이 세계를 상대로 시장을 개척하고 창조적 산물을 만들어 낼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본 느낌이다.
화려한 빛의 향연도 음악이 없었으면 감흥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특히 마지막 부스인 가든에서 흐르는 강원도 아리랑의 선율에 흠씬 젖었다. 소리빛이란 말이 문득 생각난다. 그런 말이 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브런치 작가명을 가진 한분이 있다. 뭔가 끌린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했는데 비록 상업성 짙지만 새로운 예술장르를 처음 만나보아 행복하였다. 두 번 봐도 이런 느낌일까? 주옥같은 명화나 클래식 음악은 두고두고 보거나 들어도 질리지 않는데 미디어 아트는 어떨지 모르겠다.
출구 부근의 아르테 샾에서 관객들의 그 여운을 이용해 이것저것 알뜰하게 파는 것은 약간 미웠으나 이해해 주겠다. 혹시 이곳을 가려고 맘먹은 분들은 가시기 전에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 폰 사진 찍기 요령을 공부하고 가길 바란다. 잘하면 인생 샷 몇 개는 건질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붐비니 새 마스크 꼭 챙기고...
작고한 유명 기업인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했는데 이즈음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진가가 한층 더 빛을 발현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창발력과 실천력이 뛰어난 젊은 인재들이 세계를 상대로 도전해주길 바란다. 응원하리라!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 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라고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노래한 동방의 등불이란 시다. 예사롭지 않은 전지적 시인이었던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