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 유감

소유적 혹은 존재적 사랑

by 시냇물

영랑호가 친구가 된지도 꽤 되어간다. 뻔질나게 다녔다. 혼자 올 때도 있고 아내랑 함께 올 때도 있다. 요즘은 그렇게 좋아하던 영랑호가 간혹 미워져 보일 때도 있다. 사랑도 일상이 되면 조금씩 그 소중함을 잊고 생각의 차이나 소소한 불편함을 사랑하는 상대에게 전가시키는 나의 이기심 때문일까? 살펴보고 따져보자!

맨 먼저 아쉬웠던 건 호수의 이름이 내가 기대했던 영랑선생의 이름을 따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처음 호반길을 걸으면서 다가온 느낌이 섬세하고 영롱한 서정시인의 길로 마음먹었건만 영랑이란 이름이 그분으로부터 온 게 아니라서 실망한 것이다.


그래도 어떠랴! 신라 화랑 4선 중 으뜸인 영랑님의 이름이라니... 해금강 삼일포로부터 울진 월송정까지 산천 주유하며 수련을 하고 마침내 울산에서 성업을 하셨다는 분 아닌가? 곳곳에 수양을 하던 징표를 남기신 풍류 조상으로 오히려 천년이 넘은 시공을 연결해준 인연에 감사할 뿐이다.

두 번째는 영랑 호반로가 여유작작하게 걸을 수 있는 황토 흙길이나 잔자갈이 깔려있는 환경친화적 길이기를 기대했건만 아스팔트로 주욱 연결되어 삭막해 보이고 걷는데 건강에도 좋지 않아 보인다. 또 공기가 워낙 맑아 차들이 드문드문 지나갈 때마다는 배기가스 매연도 느껴 불편하네!


다행인 것은 차도를 반으로 줄이고 시계방향으로 일방통행을 시키며, 자전거 길과 인도를 넉넉하게 마련해주어 산책객이나 라이더들이 편안하게 영랑호를 즐길 수 있네. 그나마 다행이고 운치 없이 호반로를 주행하는 차량들에게 저속 안전운행을 기대할 뿐이다.

다음은 아름다운 호수 중앙을 휑 가로지르며 설치해놓은 목재교량, 즉 영랑호수윗길이 문젤쎄. 그 생각의 발상이 봄 남새에 인공조미료를 한 숟가락 퍼넣고 쉬이 요리하려는 못된 식당의 요리사처럼 느껴진다. 멋진 호수에 풍치를 반감시키고 생태환경에 문제가 없을지 조마조마하다.

그래도 가설교량 형태라 언제라도 원위치시킬 수 있고, 둘레가 7km가 넘어 노약자들이 호수 일주에 부담스러웠는데 덕분에 수월하게 건너편에 다다르게 하거나 나누어서 일주를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니 그나마 다행일 뿐이다.


그리고 호반로 곳곳에 3년 전 산불로 화마의 상처가 아직도 치료되지 않고 방치되어 가슴 아프다. 그 운치 있던 별장 콘도가 흉물스럽고 수려했던 주변의 야산이 벌거숭이가 된 영랑 호반로를 걸으려니 미안할 뿐이다.

다행스러운 건 상처에 새살이 돋듯이 수변일랑 근처 구릉지역에 초록 빛깔을 가진 온갖 생명체들이 움을 트는 징조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빨리 KEPCO와 원만한 해결책을 만들어져서 영랑호가 시민들과 더 가까운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다음은 범바위 부근을 지날 때마다 보기가 불편한 영랑호 CC의 녹색 그물망과 골프공 타구 소리!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주고 호반 산책의 운치를 떨어트리는데 신경 쓰인다.

적절한 그린피, 캐디 선택제, 속초시민 할인 같은 소소한 배려가 있었고 타지 않고 걷는 골프장이라네! 그나마 다행이고 골프도 나름 매력이 있겠지만 사랑하는 가족이나 때론 혼자서 여유작작하게 영랑호를 걷는 것만큼 즐거움이 있으랴! 골퍼들에게도 깨우침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영랑호 초입에 주택들이 야금야금 들어와 제법 동리가 형성되었네. 급기야 분양가 10억 원짜리 테라스형 주택단지까지 들어서고 왁자지껄 동네가 되어가니 호젓한 영랑 호수의 맛을 잃어가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그리고 거주인구가 증가하면 필연적으로 환경훼손이 될 터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택단지 끝에 주차장이 만들어지고 더 이상 개발이 곤란한 지형 양상이라 다행일 뿐이다ㆍ

내 이렇게 아침부터 영랑에게 시비를 거는 것은 무슨 심산이냐? 네가 미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너를 사랑하기에 관심갖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이게 간섭 아닌가? 상대를 지배하거나 통제하려 하면 그게 사랑을 빙자한 소유일 텐데... 네가 이렇게 편안하게 존재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껴야 진정한 사랑 아닐까? 소유와 존재!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