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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Jan 11. 2022

가자미 식혜냐?식해냐?

가자미를 삭혀서 만든 구수하며 묘한 맛이 나는 그 음식를 뭐라고 부르나요?


속초로 이사 오기전 까지는 나는 가자미식혜로 알고 있었는데 중앙시장 젓갈가게에 식해라 써져있기에 여주인에게 물어보니 식해라고 한다.


그렇게 우둔했나 자책하면서 검색을 해보니 식해(食醢)생선에 소금과 밥을 섞어 숙성시킨 식품’, 식혜(食醯)쌀밥에 엿기름 우린 물을 부어 삭히고 거기에 생강과 설탕을 넣고 끓인 뒤 식힌 다음 밥알을 띄운 음료라고 소개되어 있다. ‘가자미식혜라고도 한다는데 가자미식해의 비표준어이다. 늦게나마 한가지라도 더 배우니 다행이다.       


사실 가자미식해는 조선시대 산가요록(山家要錄)‘이란 조리서에 수록된 우리민족의 전통음식으로 동해안지역에 서민들이 만들어 먹던 발효음식이었으나 함경도 지방의 가자미식해가 가장 잘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1.4 후퇴 때 흥남에서 자유를 찾아 국군과 함께 남하한 뒤 전쟁이 끝나고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속초항내 청초호 입구의 작은 섬에 정착한 함경도 실향민들이 고향이 그리워하며 만들어 먹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동해안 바닷가 음식 가자미식해! 이제는 속초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식해의 주재료인 생선은 가자미 외에 명태, 창난, 갈치, 양미리, 도루묵 등을 사용할 수 있으나 단연 가자미가 대표이며, 그중 물가자미가 으뜸이다. 밥은 좁쌀로 짓는다.      


가자미식해는 은근하게 맵고, 시고, 짜며 은은하게 달아 묘한 맛이 있다. 한국인의 은근함과 끈기가 배어있는 음식이랄까 하여튼 처음 먹기는 식감이 다소 불편하나 먹으면 먹을수록 그 매력에 빠지는 지역민들한테 사랑받는 대표적 바닷가 향토음식이다. 요즘 잘 포장된 가자미 식혜가 전국적으로 배송되는 걸 보면 이제는 전국민에게 사랑받는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나도 강원도 사람이지만 내륙인 영서지방 사람인지라 바닷가 음식에 익숙치 못해 속초에 와서 가자미식해를 처음 먹었다. 첫식감은 그저 그랬으나 먹을수록 묘미를 조금씩 느껴지고, 젓가락 회수가 늘었다. 이제는 잘 숙성된 가자미식해가 식탁에 놓이면 제법 입맛이 돈다.      


욕심을 내서 아내에게 은근히 만들어 보기를 권유했다. 알아보니 제조법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식해 맛 좋은 단골식당에서 제조법을 묻자 손질하고, 절이고, 묵히는 음식인데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야하고 숙성시키는 게 쉽지않다고 하며 어지간하면 사서 들라고 한다.


아내가 만든 가자미식해를 한번 먹어 보겠다는 황당한 꿈은 빨리 포기하고 단골식당 아주머니가 추천해준 중앙시장 이쁜이네집을 다음번 시장볼 때 아내와 함께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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