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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Mar 16. 2022

시장 구경

골목길을 포함해 사는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보는 것과 시장 구경은 내 고상하고 중요한 취미다. 생각해보니 그런지가 꽤 되었다.


어쩌면 취미라기보다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그 합의 평균이 나의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기 위함인지도 모르겠.      


특히 전통시장 구경은 색다른 묘미가 있다. 사람들이 물건을 흥정을 하고 사고파는 생생한 삶의 현장이기에 그들을 보노라면 활기가 돋는다, 시장 입구만 들어서면 괜히 신이 난다.   

  

속초에 와서도 그 취향은 바뀌지 않아 아내랑 시장에 자주 간다. 정확하게 말하면 시장 구경과 짐꾼 역할을 하는 거고, 사야 할 물건을 정하거나 돈을 내는 일은 내 소관 밖이다. 전에 물건을 사는데 한두 번 개입했다가 혼난 적이 있다. 어물전 집 아줌마들도 내가 말을 걸면 대꾸도 안 한다. 사지 않을 사람인지 바로 아는가 보다.    

  

우리 부부는 요즘 속초 중앙시장에 가면 움직이는 동선과 물건을 사는 집이 거의 정해져 있다. 나의 의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돈주가 정한 데로 갈 뿐이다.     

수리취 떡을 잘하는 떡집이 거의 매번 1번 타자이고, 그다음은 반찬가게, 야채가게를 들려서 하나로 마트로 올라간다. 마트에서는 유유와 계란이 단골 품목이고 시시때때로 필요한 것들을 산다.


가끔씩 단골 젓갈집, 뻥튀기집, 막걸리 옥수수 빵집에도 들린다. 항상 마지막은 우리 집 시장보기의 피날레를 장식할 어물전 통로다.    

  

어물전에 가면 아내는 바로 사지 않고 한 바퀴 주욱 돌며 좌판에 놓인 생선들의 종류와 상태를 날카롭게 파악한다. 나는 대충대충 따라간다.


야간조업이나 새벽에 그물을 건져 오전에 속초항에 입항한 배에서 갓 내린 생선들이 좌판에 올라오는데 어황에 따라 품목과 가격이 수시로 바뀐다. 아내는 그걸 파악하는 걸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값싸고 싱싱한 생선을 사겠다는 일념에서...     

그동안 아내가 속초시장에서 사서 우리 집 식탁에 올랐던 생선들은 가자미, 곰치, 도치, 임연수어, 코다리, 고등어, 도루묵, 양미리, 오징어, 꼴뚜기였고 최근에 연이어 복어를 샀다. 복어를 사는 날은 야채가게로 다시 들려 콩나물과 미나리를 함께 산다. 그날은 시원한 복지리를 2끼 정도를 연속으로 먹는 행복이 보장되는 날이다.  

    

요즘 우리가 회피하는 곳도 생겼다. 닭강정 집이 즐비하게 늘어선 가운데 통로다. 튀김 기름 냄새가 불편한 이유도 있지만 속초 닭강정을 사겠다고 폭풍처럼 몰려오는 검은 망토의 전사들 때문이다. 그리고 그 통로에 웨이팅이 길기로 소문난 막걸리 옥수수 빵집도 함께 있기에 걷기도 불편해 잘 가지 않는다.        


하여튼 속초관광의 메카로 떠오른 중앙시장! 작년에 비해서도 손님들이 더 많아 보이고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들의 표정도 밝다. 북적북적 활기 넘치는 시장을 돌아보며 사람 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소소한 인생의 낙이다.


여기서  멀지않은 북한땅!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시장을 외면하고 국가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계획경제를 하였건만 이미 붕괴되었고...


거기에도 장마당이 1천여 개가 된다는데 궁핍하게 살아가는 동포들이 쏠쏠한 벌이도 되고, 긴요한 생필품을 구하는 소소한 행복이라도 느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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