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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Mar 15. 2022

속초 사잇길에서...

속초에는 10개의 사잇길이 있다. 대부분 한두 시간 정도 걸리는 길로 산책 겸 운동 겸 다녀오기도 좋다. 여기서 '사이'는 2개 이상의 관계를 나타내는 시간, 거리, 공간적 의미가 있다. 원주민과 정착민, 바다와 석호, 산과 바다 등 이질적 요소가 융합된 속초의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고 향유하겠다는 의미를 두고 사잇길을 정하였다 한다.    


도심의 도보산책(여행) 길이다. 확인해보니 나는 그동안 10개 중 8개를 다녀왔다. 사잇길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다녀온 샘이다. 단연 으뜸은 1번 영랑호길이다. 2번 영랑해변길도, 5번 속초해변길도 많이 다녔다. 주로 집 주변으로 많이 걸었고 못 다녀온 청대산길과 대포만세운동길은 시간을 만들어봐야겠다.    

  

다녀올 때마다 만족했던 9번 설악누리길을 소개한다. 척산온천 지구 족욕공원에서 출발하여 자생식물원을 다녀오는 4km 정도 되는 코스로 90분 정도 소요된다.   

   

이 길의 제일 큰 매력은 고속도로 아래를 지난 뒤 징검다리를 건너서부터 자생식물원까지 가는 산속의 오솔길이다. 작은 개천을 따라 올라가다가 산길로 접어들면 솔향이 느껴지고 세상 시름을 잠시라도 잊는다.      


오솔길이라 마주치는 사람을 가까이 스쳐 지나가게 되니 인사말도 자연스레 나온다. 조금 걸으니 이마가 살짝 촉촉해진다. 고갯마루에 예쁜 벤치에서 잠시... 지나가는 산책객이 가끔씩은 오니 벤치를 혼자 쓰기가 민망하다. 이윽고 마사토 내리막 길... 식물원이 머지않아 보인다.     


조그마한 댐 같은 제방이 설악산 자생식물원의 시작점이다. 속초 부근 자연에서 저절로 나서 자라는 자생식물로 조성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함을 못 느낀다. 그게 좋다! 크지는 않지만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곳곳에 야생화들도 보인다. 산 쪽으로 갈대숲 우거진 작은 늪지가 보인다. 고향 물무리골이 생각난다.   

오는 길은 바람꽃 마을을 지나는 길로 향한다. 한번 짝을 지으면 일부종사한다는 부엉이 박물관을 지나 마을로 들어선다. 고속도로가 교통과 지역발전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아름다운 바람꽃 마을을 갈라놓고 소음공해를 일으키니 미웠다.      


속초의 개마고원 같은 느낌을 주며 편안하게 설악산과 동해를 바라볼 수 있는 동네 바람꽃 마을이 정겹다. 풀꽃 시인이 예쁜 이름을 지었나? 길가에 꽃밭을 만들 작정으로 처놓은 비닐막이 보인다. 저 꽃들이 활짝 피면 날마다 봄이겠지?     


조금 더 내려가니 논길 옆에 큰 공장 같은 건물이 보이는데 젊은이들이 제법 드나든다. 속초 판 테라로사 커피공장이다. 눈치 없이 젊은이들 틈에 커피 한잔을 시켰다. 커피공장을 나오고는 다음 길이 헷갈린다. 우왕좌왕하다가 드디어 찾은 길! 아직 갈길이 멀다.      


한참 내려가니 파크골프장이 보인다. 한번 도전해볼까? 축구장이 보인다. 한번 뛰어 볼까? 야구장이 보인다. 한번 휘둘러 볼까? 아랑곳하지 않고 아내가 길을 재촉한다.     


곧 설악누리길의 종착지다. 그곳 족욕공원에는 또 다른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 양말을 벋고 나란히 앉아 조곤조곤 얘기하며 족욕을 하면 피로도 풀리고 사이도 좋아진다. 피톤치드 만끽하는 속초 사잇길에서...


*** 요즘 음식, 건강식품,  운동 등 만능 건강유지법이 난무하지만 족욕은 최소의 비용과 부작용이 없는 건강유지법이니 한번 시도해볼 것을 추천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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