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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Mar 20. 2022

확진자가 되어서 겪은 소소한 경험과 단상

지난주 아내가 가벼운 감기 기운이 있어 시내 병원에 들려 진료를 받으려 하니 코로나 신속 항원검사를 받아야 진료가 가능하다고 해서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그런데 진료 후 그날 밤 나도, 아내도 밤에 열이 나고 몸살기를 느껴서 다음날 다시 PCR 검사를 받았는 데 둘 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졸지에 팬더믹 30만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나는 그날 밤 하루 고열과 몸살기 외에는 부담스러운 증세 없이 가볍게, 아내는 나보다 조금 더 고생했으나 그리 심하지 않게 회복되었다.

 

확진자 통보를 받은 뒤 각종 안내 문자, 병원 지정, 병원 담당자 전화상담, 매일 2회 담당 간호사 확인 등 꼼꼼한 관리를 해서... 수고하는 공직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치료약이 있어야 하는데..     


지정병원 담당 간호사 분은  처방전을 S약국에 FAX로 보냈으니 약을 타서 복용하라 한다. 부부가 모두 확진자라 갈 수 없고(무단 격리 장소 이탈은 징역 1, 벌금 천만 원 격리 통지서 받음) 최근 이곳에 이사를 와서 지인도 없다고 하니 퀵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약국에 전화를 하니 처방전이 도착해 약은 제조되었는데 법령상 퀵서비스로 보내줄 수 없다고 하며 보건소에 알아보라 한다. 보건소에 전화를 하니 바쁘고 밀려서 3~4일 후에나 가능하니 기다리라 한다. 그러면 환자는 격리 해제날까지 약도 없이 버티란 말인가! 다 자기들 기준으로... 환자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데 짜증스럽고 화가 났다.      


공무원들이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데 디테일이 엉성하고 애매한 영역이 있을 때 누가 과감성 있게 일을 안 하는 것이다. 규정 내에서, 면피성 일처리가 습성화된 것이다. 환자파악시 주소, 전화번호를 포함 실명확인하였기에 충분히 대안강구가 가능한 것 같은 데 소극적이다.      


다행스럽게 보건소 내에 다른 번호로 연락을 해서 상황을 설명하니 시청에서 파견 나왔다는 공무원 분이 직접 우리 집으로 약을 가져왔다. 너무 고마웠으나 감염 때문에 멀리서 눈으로 감사인사를 하고, 뒤늦게 시청 게시판 칭찬합시다에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드렸다.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로 일하는 태도가 문제다. 모두 법규 내에서 책임지지 않으려는 풍토가 몸에 밴 것이다.  

 

코로나든 다른 일이든 사안이 벌어졌을 때 책임 있는 관리자는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무자들은 규정 타령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상황이 악화되거나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아무리 촘촘한 메뉴얼과 계획도 완벽할 수 없다. 현장에 답이 있다. 어떤 경우는 법규를 초월해서 일을 해결해야 할 사안도 있다. 관리자들이 책상 위에서 보고서만 보고 지시하는 조직은  중간 참모들이나 현장의 농간에 서서히 무너질 수 있다.     


청와대란 완벽히 격리된 공간에서 인의 장막에 둘러 쌓인 역대 대통령의 과오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과 접촉하고 소통하는 리더가 되어야 하는데... 이번 당선자가 청와대에서 근무를 하지 않겠다 하니 지켜볼 일이다.  

   

하여튼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 퇴치에 수고가 많은 공직자들과 자원봉자들께 감사드린다.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 다가오는 4월은 국민 모두에게 걱정 그만, 행복 만땅의 달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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