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강산 경포대

by 시냇물

홍매화가 활짝 핀 주말 강릉을 대표하는 명승지인 ‘경포대’를 다녀왔다. 지난번 일정이 빡빡해서 못 다녀 갔었다. 경포대 하면 어떤 이는 경포해변을, 어떤 이는 경포호를 지칭하는데 경포호 북측 순환도로 곁 낮은 봉우리에 위치한 팔작지붕의 건물이 경포대다.

명승의 건물들의 명칭이 대(臺), 루(樓), 정(亭) 등으로 불리는데


대(臺)는 흙이나 돌 따위로 높게 쌓아 사방을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설악산 비선대 같은 뛰어난 절경을 가진 곳이나 남한산성의 수어장대 같이 장수가 지휘하는 누각에 붙여진다. 오늘날은 계룡대나 화랑대 같이 군 주요 지휘관의 지휘소를 의미하는 장소로도 불려진다.

경복궁의 경회루와 같이 마루 널을 깐 2층 집을 루(樓)라고 부르며, 정(亭)은 경치가 좋은 곳에 지은 집으로 벽이 없이 기둥과 지붕만 있다.


대부분의 호수에는 정자가 설치되어 있는데 비해 경포대는 위치가 좋고 상대적으로 높은 지형이라 대로 불리는 것으로 보인다

경포호와 경포해변을 잘 감제할 수 있는 요지에 동남향으로 배치된 경포대는 호수 등 주변과 잘 어울려 관동팔경의 첫손으로 꼽히는 빼어난 풍광을 보여주고 있다. 이 아름다운 경포대에서 맑고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노라면 모두가 시인묵객이 되는가 보다.

송강 선생이 관동별곡에서 ‘경포의 기상이여, 넓고 아득하구나! 이곳보다 아름다운 경관을 갖춘 곳이 또 어디더냐?’라고 노래했다.


경포대 누각에는 10세 율곡의 경포대부, 숙종 어제시 등 17수의 기문 시판이 빽빽이 걸려있고 단원 등 화가들도 화폭에 담았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이 선경을 보고 아름다움을 노래했으리라...

경치가 뛰어난 곳에 선정되는 8경이 경포에도 어김없이 있다. 경포 8경은 아름다움에 여유까지 곁들여져 운치가 있다. 특히 기억나는 구절은 한송모종 즉, 한송정의 저녁 무렵 종소리가 경포호의 잔물결을 타고 경포대까지 은은히 들린다는 ‘경포월삼(월주, 월탑, 월파)’을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고성 능파대의 월파 즉, ‘파도 위를 걷는다’를 ‘미인의 아름다운 걸음걸이’로 노래한 조식의 시에 견줄만하나 경포월삼같은 한문 시구가 나 같은 현대인에게는 난해하긴 난해하다.


경포대에 밤이 되어 달빛이 쏟아지면 하늘, 바다, 호수, 술잔과 님의 눈동자에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는 동해안 제일의 달맞이 명소란 말은 귀에 쏙 들어온다. 달 다섯 개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호사가 나에게 언제 있을까?


선교장에서 하루 밤을 머물고 일찍 일어나 뒷산 오솔길(올림픽 아리 바우길 9코스)로 경포대에 올라 일출을 보고, 초당순두부 마을로 가서 따뜻한 강릉의 맛 초당순두부를 경험해보면 경포 8경 초당취연을 충분히 음미하리라.

신사임당의 사친

잠시 걸어본 경포대 뒷길이 무척 평화롭다. 10살에 이미 칠언절구에 능한 아들(이율곡)을 훈육한 어머니 사임당의 예쁜 시가 보인다. 고향의 어머니를 그리는 시로 ‘천리 고향이 만 겹의 봉우리로 막혔으니... 언제나 비단 색동옷 입고 슬하에서 바느질할까’로 맺는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든 이들에게 어머니가 고향인가 보다. 마음이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