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깊은 심연에서, 마침내 내 안에 불굴의 여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알베르 까뮈, "여름(L'Été, 1954)"중에서.
겨울은 잔인하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후려치고, 온 세상이 회색으로 물든다. 이불 속이 유일한 피난처가 되고,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생명 유지 장치가 되는 계절. 그런데 카뮈는 이 겨울 속에서 "불굴의 여름"을 발견했단다. 뭐, 좋은 소리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생각했다.
"멋진 문장이야. 한데 지금 내 겨울은 너무 깊고 광활해서, 여름이 어디 있는지 찾으려면 현미경이 필요할지도 모르겠군."
그럴 수밖에. 삶은 우리를 속이고, 배신하고, 무릎 꿇게 만드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끔찍한 일을 당하고, 꿈꾸던 미래가 산산조각 난다. 살아야 할 이유를 모두 잃게 되는 순간이 온다.
겨울은 그런 것이다. 차갑고 어두운, 발밑이 꺼질 듯 흔들리고 숨을 쉴 때마다 폐가 얼어붙는 곳. 그 차가운 절망감, 뼛속까지 스며드는 고독함,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조차 고문처럼 느껴지는 날들.
술을 마시고, 사랑을 갈망하고, 일에 파묻히면서 그 추위를 견디려 애쓴다. 그 작은 온기에 손을 비비고 몸을 데우려 애쓴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잠시 동안만 우릴 따뜻하게 해줄 뿐이다.
누군가는 "곧 지나갈 거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어떤 겨울은 영원히 계속될 것 같다는 느낌을. 영혼까지 얼어붙은 그 감각을. 희망 따위는 없는 것 같은 그 순간을.
매일 아침 거울 속에서 마주치는 텅 빈 눈빛 속에서 우리는 이 심연을 마주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카뮈는 말했다. '불굴의 여름'을.
카뮈가 말하는 '불굴의 여름'은 낙관주의나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아니다. 그것은 더 거칠고, 더 원초적인 것이다. 모든 인간의 영혼 깊숙이 자리 잡은 야생의 불길 같은 것. 삶이 당신을 계속해서 바닥으로 내동댕이 칠 때도,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미친 힘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여름을 찾는 건 그리 낭만적인 과정은 아니다. 영화처럼 감동적인 음악이 깔리고 하늘이 열리며 빛이 쏟아지는 그런 장면은 없다.
오히려 그건 우리가 엎드린 채, 손톱으로 바닥을 긁으며, 이 정도면 충분히 망가졌잖아. 언제까지 날 괴롭힐거야, 라고 울부짖는 순간에 찾아온다.
모든 걸 잃은 그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일을 하고, 거울 속의 자신에게 미소를 짓는다. 그게 바로 우리 안에 있는 불굴의 여름이다.
이 여름은 모든 것 안에서 타오르고 있다. 그리고 결코 꺼지지 않는다.
그 여름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