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양반, 참 골치 아픈 사람이죠. 글을 어렵게 쓰기로는 세계 챔피언입니다. 그래도 읽다보면 생각해 볼 부분이 있어요. 오늘은 그의 이론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주름(fold)'이라는 개념을 살펴 보겠습니다. 그리 지루하진 않을 거예요. 그럼, 시작해 볼까요?
먼저 책상 위에 종이 한 장을 집어보시겠어요? 좋아요. 이제 그걸 반으로 접어보세요. 다시 한 번. 또 한 번. 보이나요? 매번 접을 때마다 새로운 주름이 생기는 게. 이게 바로 철학자 들뢰즈가 말한 '주름'이라는 개념입니다. 가까운 일상에서 시작되는 거죠. 마치 종이접기 고수가 세상의 비밀을 풀어내듯이요.
들뢰즈에 따르면 이 세상은 거대한 주름 투성이 같은 겁니다. 우리 몸도 보세요. 피부의 주름, 뇌의 주름(이건 많을수록 좋다고 하더군요), 내장기관의 주름까지. 심지어 아침마다 다리미질 하는 옷의 주름도 의미가 있답니다.
재미있는 건 우리의 생각도 이런 주름처럼 움직인다는 거예요.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 마치 도미노처럼 쓰러지면서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처럼요.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이게 무슨 소리야?"라고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정신적 주름이랍니다.
정리하자면, 주름이라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개념은 한마디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딱 떨어지는 게 아니야. 접히고, 꼬이고, 겹쳐지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무언가가 피어나는 거지." 자, 여기까지 읽고 머리가 복잡해졌다면 괜찮습니다. 들뢰즈는 애초에 쉽게 읽히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한 번 들여다보면 그가 말하는 주름이라는 것이 단순한 물리적 접힘이 아니라, 우리 삶과 세상, 그리고 존재 자체를 설명하려는 시도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먼저 주름을 물질로 생각해볼까요? 들뢰즈는 세상이 무수히 접힌 주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이 세상은 매끈하게 펼쳐진 종이가 아니라, 끝없이 접히고 다시 펴지는 움직임 속에 있다는 겁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시작과 끝, 중심과 주변이라는 개념조차 이 주름 안에선 무의미해집니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고, 그 연결에서 새로운 것들이 태어나니까요.
생각해보세요, 이 세상이 평평한 종이라면 얼마나 따분했을지. 다행히 세상은 복잡한 주름 투성이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매일 뭔가 새로운 걸 마주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 주름은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들뢰즈는 인간의 내면을 단순한 '안쪽 공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신, 외부와 끊임없이 연결되고 접히고 펼쳐지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은 단순히 내 안에서 툭 튀어나온 게 아니라,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그 말은, 우리가 독립적이고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죠. 끊임없이 변하고, 새롭게 구성되는 존재인 겁니다. '나'라는 사람은 나와 세상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 같은 거죠. 꽤 멋지지 않나요?
이제 시간을 이야기해봅시다. 들뢰즈는 주름을 통해 시간을 선형적이고 똑바로 흐르는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시간 역시 접히고 꼬이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가 단순히 이어진 선이 아니라 서로 얽히고 영향을 주는 과정이라는 겁니다. 어쩌면 우리가 과거를 떠올리고, 미래를 꿈꾸는 것도 시간이라는 주름의 한 형태일지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접고 펼치며 살고 있는 셈이죠.
주름 개념은 철학의 테두리를 넘어 예술, 정치, 사회 이론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술 작품이 단순히 정해진 틀 안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와 의미를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이때 주름은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차원을 열어주는 도구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주름은 정치와 사회에서도 기존의 이분법을 넘어서기 위한 사고의 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개인과 집단, 내부와 외부 같은 경계를 허물고, 모든 것이 서로 얽힌 관계 속에서 작동한다는 걸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러니 이제 주름을 단순히 철학적 개념으로만 보지 마세요. 그것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합니다. 세상은 정답을 찾는 시험지가 아니에요. 오히려 끝없이 접히고 펼쳐지는, 그리고 그 안에서 계속 새로워지는 복잡한 주름 그 자체죠. 주름은 그 복잡함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라고 우리에게 말합니다.
들뢰즈는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세상을 똑바로 이해하려고 하지 마. 대신 접히고 펼쳐지는 그 흐름 속에 자신을 맡겨. 거기서 네가 찾을 건 고정된 답이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는 가능성일 테니까." 생각해보면, 이거야말로 진짜 삶의 모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