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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의 끝내주는 인생을 위한 9가지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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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심리상담가 이상혁입니다. 찰스 부코우스키(Charles Bukowski, 1920-1994)는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로, 로스앤젤레스의 하층민 생활과 알코올 중독, 도박 등 자신의 거친 삶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14살에 첫 시를 쓰기 시작해 50대에 첫 소설 '우체국'을 출간했고, 평생 60여 권의 책을 남긴 그는 미국 문학의 아웃사이더로서 현대 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글은 삶의 고단함과 냉소적인 시선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머리로 이해하는 글이 아니라 영혼을 직격하는 글을 씁니다. 게다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죠.


오늘은 그의 문장을 통해 삶을 조명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심리상담사가 아니라 한 명의 팬으로서요. 지금 제 앞에는 음악, 뜨거운 블랙 커피, 그리고 그의 책이 있어요. 세상에, 정말 멋진 풍경이군요. 술 없이도 취할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시작하죠.




1. 시도하지 마라.


Don't try. — 그의 묘비명, 1994


평생을 글쓰기에 바친 문학의 아웃사이더가 자신의 묘비에 남긴 단 두 단어, "시도하지 마라(Don't try)". 처음 이 문구를 접하면 모순처럼 느껴집니다. 알코올, 가난, 실패와 싸우면서도 끝없이 글을 쓰고 또 썼던 사람이 왜 '시도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최후의 유산으로 남겼을까요?


그에게 "시도하지 마라"는 결코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하라'는 메시지였죠. 부코우스키는 1969년 출판사 대표 존 마틴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이제 더 이상 억지로 뭔가를 짜내려고 하지 않아. 느껴져야 해, (글은) 저절로 나와야 하지. 그게 없으면 없는 거야. 앉아서 땀 흘리며 애쓰지 않아."


부코우스키는 상당히 역설적인 사람입니다. 성공하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는 것을 경멸했지만, 동시에 그 누구보다도 글쓰기에 헌신했습니다. 그가 반대한 것은 '시도'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본성에 반하는 인위적인 노력이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누군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너무 애쓰다가 오히려 어색해진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나요? 너무 열심히 사랑받으려고 노력하다가 정작 자신을 잃어버린 적은요? 부코우스키는 이런 종류의 '시도'를 경계했던 겁니다.


그의 삶은 이를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50세가 되어서야 첫 장편소설 '우체국'을 출간했고, 그때까지 우체국 직원으로 일하며 술과 도박으로 얼룩진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는 그냥 살았고, 글이 나올 때 글을 썼을 뿐입니다.


부코우스키에게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은 게으름이나 포기가 아니라,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에 충실하게 사는 것, 진정성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애쓰지 않는' 태도가 그를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부코우스키의 "시도하지 마라"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본성에 충실하라.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쥐어짜내려 하지 말라. 흐름에 맡겨라. 네 안에서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것에 귀 기울여라. 그것이 진정한 너이고, 그것이 진정한 예술이니까.


그의 묘비명은 결코 실패의 선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진정성에 대한 궁극의 찬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용기에 바치는 헌사였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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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장 중요한 건 불 속을 얼마나 잘 걸어가느냐야.


What matters most is how well you walk through the fire.

— What Matters Most is How Well You Walk Through the Fire, 1991


이 한 문장에 부코우스키의 인생 철학이 완전히 응축되어 있습니다. 단 열 개의 단어로 그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진실을 포착해냈죠. 자, 우리 모두는 불가피하게 '불'을 마주하게 됩니다. 부코우스키에게 그 '불'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의 모습으로, 사회의 냉혹한 무관심으로, 수십 년간 그가 일했던 우체국의 지루하고 영혼을 갉아먹는 일상으로, 알코올 중독과의 끝없는 싸움으로, 세상에 인정받지 못하는 예술가의 고독으로. 그의 불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코우스키는 이 불을 피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고통 없는 삶이라는 환상을 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통을 직시했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켰습니다. 그의 시와 소설은 바로 그 '불 속을 걸어가는' 생생한 기록입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불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닙니다. 불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실직, 이별, 배신, 질병,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런 시련들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부코우스키가 말하고자 한 것은, 그 불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취하는 태도가 우리를 정의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불 앞에서 여러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서 불이 존재하지 않는 척할 수도 있고, 비명을 지르며 달아날 수도 있으며, 무너져 내려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코우스키는 다른 길을 가라고 합니다. 눈을 똑바로 뜨고, 한 걸음씩, 불 속을 걸어가는 길입니다.


불 속을 걸어간다는 것은 고통을 부정하거나 초월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고통 속에서도 존엄과 진실을 잃지 않는 것, 불이 살을 태울 수는 있어도 우리의 영혼까지 태울 수는 없다는 그 절대적 진실을 깨닫는 겁니다.


불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변화합니다. 더 강해지고, 더 깊어지고, 더 진실해집니다. 마치 불에 달군 쇠가 더 단단해지듯이, 시련을 통과한 인간은 더 깊은 통찰과 연민을 갖게 됩니다.


부코우스키의 작품이 그토록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바로 그가 자신의 불길을 서슴없이 보여주고, 그 속에서 걸어가는 법을 용기 있게 증명해 보였기 때문일 겁니다.


그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의 '불'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당신은 그 불 속을 어떻게 걸어가고 있나요? 불을 부정하거나 도망치지 말고, 그 불 속을 당당히 걸어가는 법을 배우라고 그는 말합니다. 결국 그게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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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는 모두 죽어, 우리 모두, 얼마나 서커스 같은 일인가!


We're all going to die, all of us, what a circus!

— The Captain is Out to Lunch and the Sailors Have Taken Over the Ship, 1993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여러분도, 저도, 지구 상의 모든 사람도. 그 누구도 예외는 없어요. 대통령도, 노숙자도,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도, 모두가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납니다. 부코우스키는 이 사실을 "얼마나 서커스 같은가!"라는 한마디로 표현했습니다.


정말 서커스 같지 않나요? 우리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면서, 사소한 것들에 목숨을 걸고 싸웁니다. 누가 더 비싼 차를 가졌는지, 누구의 집이 더 크고 좋은지, 누가 소셜 미디어에서 더 많은 '좋아요'를 받았는지...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요? 결국 우리 모두 같은 종착역으로 향하고 있는데 말이죠.


부코우스키는 우리가 더 친절하고, 더 사랑이 넘치고, 더 이해심 많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여행자들이니까요. 언젠가 그 배는 결국 침몰할 예정이죠. 그렇다면 이 짧은 여행 동안만이라도 서로 따뜻함을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우리는 죽음이라는 공통된 숙명을 알면서도, 서로를 미워하고, 다투고, 상처 주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웃기는 일이죠.


인생이라는 이 짧은 여행에서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은행 계좌? 직함? 명성? SNS? 부코우스키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건 세상이라는 거대한 서커스 속에서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스스로에게 진실했는지입니다.


죽음을 기억하세요. 어쩌면 우리는 인생을 더 사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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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할 거면, 끝까지 해라.


If you're going to try, go all the way. — Roll the Dice, 1991


잠깐, 부코우스키가 모순된 말을 하는 걸까요? 앞에서는 "시도하지 마라"라고 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할 거면, 끝까지 해라"고 말하니 말이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두 문장은 같은 진실을 다른 방향에서 비추고 있을 뿐입니다.


부코우스키에게 '시도'란 억지로, 의무감에서, 또는 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었어요. 반면 '끝까지 간다'는 것은 당신의 영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향해 온 존재를 던지는 행위를 말합니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그의 시 'Roll the Dice'에서 부코우스키는 이렇게 외칩니다.


"당신과 당신 사이의 게임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을 걸어라. 다른 길은 없다. 그건 당신의 운명을 위한 싸움이 될 것이다. 끝까지 가라. 그렇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지 마라."


부코우스키는 미지근한 삶을 경멸했어요. 그에게 인생은 전부 아니면 전무였습니다. 반쯤 사랑하고, 반쯤 글을 쓰고, 반쯤 살아가는 것, 이거야말로 부코우스키가 생각하는 가장 비참한 삶이었죠.


부코우스키의 첫 소설 '우체국'은 10시간이 넘는 노동 후 집으로 돌아와 맥주와 위스키를 들이붓고 완성한 글입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글을 썼죠. 몇 번이나 원고를 거절당하면서도 말입니다. 포기하지 않았어요. 끝까지 가려했죠.


무언가를 정말로 원한다면, 그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야 해요. 그 과정에서 굶주릴 수도, 사랑을 잃을 수도, 절망에 빠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부코우스키는 말합니다. 그건 당신을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살아있게 만들 거라고. 상처야 말로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만드는 핵심입니다.


실패해도 괜찮아요. 정말로요. 적어도 당신은 숨 쉬고 있고, 진실했으며,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꼈으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승리입니다.


당신의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을 위해 끝까지 갈 준비가 되어 있나요? 부코우스키는 묻습니다. "무엇이 당신을 불타오르게 만드나요?" 그것을 찾고, 그것을 위해 전념하세요. 그게 바로 '끝까지 간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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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떤 사람들은 결코 미치지 않는다. 얼마나 끔찍한 삶인가.


Some people never go crazy. What truly horrible lives they must lead.

— Love Is a Dog from Hell, 1977


'미치다'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죠. 정신 질환, 이성의 상실, 사회적 일탈. 하지만 부코우스키의 세계에서 '미치다'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그에게 '미치다'는 창의성의 폭발, 영혼의 해방, 진정한 삶을 찾아가는 여정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커피숍에서 같은 음료를 주문하고, 같은 길을 따라 같은 사무실로 출근하는 삶을. 점심시간에는 항상 같은 메뉴를 고르고, 저녁에는 TV 앞에서 기계적으로 시간을 보내다 잠드는 삶을. 이런 '안전한' 루틴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부코우스키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겁니다.


"규칙적인 삶이 뭐가 문제야?"라고 물을 수도 있겠죠. 부코우스키가 말하는 '미치다'는 바로 그 안락함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용기입니다. 사회의 기대, 관습의 무게,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대담함이죠.


어쩌면 진정한 광기는 평생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완전히 표현해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 번도 가슴이 터질 듯한 열정을 느껴보지 못하고, 한 번도 두려움에 맞서 "그래도 해보겠어!"라고 외쳐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 그거야말로 부코우스키가 말한 '끔찍한 삶' 아닐까요?


가끔은 이성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충동을 따르는 것도 좋습니다. 길거리에서 갑자기 노래하고 싶다면? 그냥 해버리세요!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짐을 싸세요! 밤새 글을 쓰고 싶다면? 뜨거운 블랙 커피 커피 한 잔 더 내려요!


부코우스키의 '미치다'는 진정성에 관한 겁니다.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지고 날것 그대로의 자신을 마주하는 용기,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솔직함.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영혼이 외치는 소리를 평생 무시하며 살아가는 것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때로는 미쳐보세요. 당신만의 방식으로, 당신만의 리듬으로, 당신만의 색깔로 세상을 바라보세요. 부코우스키가 말했듯이, 그렇게 하지 않는 삶이야말로 정말 '끔찍한' 것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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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자유로운 영혼은 드물어, 하지만 보면 알아.


The free soul is rare, but you know it when you see it. — Post Office, 1971


부코우스키의 첫 장편소설 '우체국'에 등장한 이 구절은 단순한 관찰이 아닌, 그의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 신념을 담고 있습니다. 12년간의 우체국 생활을 견디며 써내려간 이 소설에서, 부코우스키는 자유와 구속 사이에서 고뇌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요? 부코우스키에게 자유란 단순히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물리적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영혼의 자유, 내면의 독립성, 사회적 기대라는 보이지 않는 사슬에서 벗어나는 정신적 해방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안정을 위해 조금씩 자신을 양보합니다. 처음에는 작은 타협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타협은 쌓이고 쌓여 결국 자신의 본성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듭니다. 30년 대출의 집을 구입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매달리며, 사회가 정의한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느라 진짜 열망을 잊어버립니다. 부코우스키는 이런 삶을 "살아있는 죽음"이라 불렀을지도 모릅니다.


기억하는가? 세상이 당신을 규정하기 전에 당신이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Charles Bukowski


하지만 간혹 군중 속에서 완전히 다른 빛을 발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자기 자신의 규칙으로 살아가는 사람, 외부의 압력에도 자신의 진실성을 잃지 않는 사람, 주류의 흐름을 거슬러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 그들을 마주할 때, 우리는 즉시 알아차립니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우리 안의 무언가를 깨우고, 잊고 있던 가능성을 상기시킵니다.


자유로운 영혼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부코우스키처럼 방랑자의 삶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자신의 본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직장에 다니면서도 자신의 불꽃을 포기하지 않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자유로운 영혼이 드문 이유는 그 길이 험난하기 때문입니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용기를 요구합니까요. 외로움을 견뎌야 하며, 때로는 주변의 비웃음과 의심을 감내해야 합니다.


부코우스키가 말했듯이, 자유로운 영혼은 드물지만 그것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아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 안의 무언가가 속삭입니다.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자유를 향한 첫 발걸음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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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혼자인 것보다 더 나쁜 게 있어.


There are worse things than being alone.

— You Get So Alone at Times That It Just Makes Sense, 1986


부코우스키의 시선은 고독의 본질을 깊이 꿰뚫고 있습니다. 그에게 고독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구원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가 발견한 진실은 역설적입니다. 진정한 고통은 홀로 있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을 잃어버린 채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에 있다는 것.


우리 사회는 '함께함'을 성공의 척도로 삼습니다. 혼자 식사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동정 어린 시선, 파트너 없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에 대한 어색함, "아직도 솔로야?"라는 질문에 담긴 암묵적 판단... 우리는 '혼자'라는 상태를 실패의 증거로 여기도록 길들여져 왔습니다.


그러나 부코우스키는 이 모든 사회적 편견을 뒤집어 놓습니다. 그에게 진정한 비극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자신의 영혼을 조금씩 팔아가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

내면의 목소리를 질식시키며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려 발버둥치는 것.

고독의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진짜 자신을 왜곡하는 것.


이런 것들이야말로 고독보다 훨씬 더 끔찍한 상태라고 부코우스키는 말합니다.


부코우스키의 시 "Oh Yes"에서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당신이 그들의 웃음소리, 그들의 대화, 그들의 약속, 그들의 캐주얼한 거짓말에 자신을 파는 순간, 당신은 완전히 혼자가 된다." 이는 군중 속에서 느끼는 고립감이 진정한 고독보다 더 견디기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홀로 있는 시간은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입니다.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압력에서 벗어나, 오롯이 내면과 마주하는 귀중한 순간입니다. 그 고요 속에서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가야 할 방향을 찾아갑니다. 부코우스키가 말했듯, 때로는 혼자이기 때문에 비로소 모든 것이 의미를 갖는 순간이 있습니다.


결국 진정성에 관한 겁니다. 삶의 어둠과 아픔을 직시하면서도, 그 안에서 빛을 발견하는 용기. 그는 우리에게 불완전하더라도 진실된 삶, 때로는 고독하더라도 자신의 내면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라고 권합니다.


인생은 짧고, 때로는 잔인합니다. 하지만 그 한정된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길을 찾아 나아갈 수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우리 내면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는 삶. 그것이야말로 부코우스키가 말하는 진정한 자유일지도 모릅니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때로는 그 고독 속에서 당신은 당신 자신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그 만남이야말로, 어떤 관계보다도 더 진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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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지성인은 간단한 것을 어렵게 말한다. 예술가는 어려운 것을 간단하게 말한다.


An intellectual says a simple thing in a hard way. An artist says a hard thing in a simple way.

— 인터뷰, 1990


이 한 문장에 부코우스키의 철학이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큰 특징, 바로 '직설적인 명료함'의 힘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죠.


부코우스키의 글은 화려한 수사나 복잡한 구조로 독자를 압도하지 않습니다. 대신 날것 그대로의 언어, 거리의 언어, 일상의 언어로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진실을 포착합니다. 그는 학문적 엘리트들이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단순한 개념을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우리는 종종 복잡하게 표현할수록 더 심오해 보일 거라 착각합니다. 난해한 용어로 가득 찬 문장, 끝없이 이어지는 수식어구, 복잡한 이론적 개념. 이런 것들이 지적인 깊이를 보여준다고 믿지만, 사실은 명확한 사고의 부재를 감추는 연막일 때가 많습니다.


예술가는 정확히 반대의 길을 걷습니다.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 희망과 절망과 같은 인간 존재의 가장 복잡한 측면들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합니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복잡한 감정과 사상을 단순한 언어로 옮기는 작업은 엄청난 명료함과 통찰력을 요구합니다.


부코우스키의 시와 소설은 바로 이런 명료함을 보여줍니다. 그는 술집에서, 경마장에서, 저임금 노동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가감 없이 기록했습니다. 화려한 수사 없이도, 그의 단순한 문장들은 독자의 가슴을 강하게 울립니다. 사람을 미치게 하죠.


아인슈타인이 "당신이 6살 아이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부코우스키 역시 진정한 이해는 단순함으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알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개념을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그 개념을 완전히 파악했다는 증거입니다.


부코우스키의 통찰은 문학을 넘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됩니다. 직장에서의 프레젠테이션, 교육 현장에서의 강의, 심지어 사랑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함이 곧 명료함이고, 명료함이 곧 진실에 가까워지는 길임을 부코우스키는 삶과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작품이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삶의 가장 어려운 진실들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인간성의 본질을 포착했습니다.


복잡한 세계를 단순하게 보여주는 능력, 그것이 부코우스키가 말하는 진정한 예술가의 자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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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세상에는 놀라운 일들이 많다. 그것들을 보는 눈을 갖고 있다면.


There are so many. So many wonderful things. If you have the eyes to see them.

— Septuagenarian Stew, 1989


부코우스키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친 표현, 알코올 중독과의 싸움, 경마와 도박, 탈사회성과 냉소를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는 예상치 못한 보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세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그만의 예리한 시선입니다.


부코우스키는 삶의 가장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도 경이로움을 발견했습니다. 창가에서 흐르는 빛의 패턴, 지나가는 구름의 형태, 벽에 맺힌 담배 연기의 춤,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웃음소리. 그에게 이런 일상의 찰나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삶의 본질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소설 '호밀빵 햄 샌드위치(Ham on Rye)'에서 부코우스키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며 베토벤을 듣는다. 구름이 지나가고, 나무들이 흔들리고, 우리는 모두 함께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좋은 느낌이다."


이 단순한 묘사 속에서 우리는 존재 자체에 대한 그의 경외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다음 것'에 집중하느라 현재의 순간을 놓치고 삽니다. 다음 기쁨, 다음 즐거움, 다음 흥분. 항상 미래의 어떤 사건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 기대하며, 지금 이 순간에 이미 존재하는 경이로움을 무심코 지나쳐 버립니다.


매일 같은 길을 걷는데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부코우스키라면 그렇다고 대답할 겁니다. 나무의 껍질이 어제와는 다른 모양으로 갈라져 있을 수도 있고, 바람이 다른 방향에서 불어올 수도 있으며, 우연히 만난 낯선 이의 눈빛에서 예기치 않은 이야기를 읽어낼 수도 있습니다.


삶의 본질은 큰 사건이 아니라 작은 순간들에 있습니다. 그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되고, 비로소 삶의 풍요로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부코우스키의 이 말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보는 눈을 가지고 있나요?" 일상의 기적들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 평범한 것들 속에서도 특별함을 찾아내는 시선, 그것이 바로 부코우스키가 말하는 "보는 눈"일 겁니다.


그는 세상의 어둠과 고통을 직시했지만, 동시에 그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작은 빛들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삶의 모든 측면, 아름다움과 추함, 기쁨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라고 말합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놀라운 일들을 보게 될까요? 그것들을 보는 눈을 갖고 있다면, 가장 평범한 하루도 경이로운 모험이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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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코우스키는 우리에게 가면을 벗고 진솔한 삶을 살라고 외칩니다. 그의 언어는 날것 그대로 거칠고, 때론 쓰라린 현실을 직면하게 하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가감 없는 진실이 숨쉬고 있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강렬한 메시지는 아마도 이걸 겁니다. 삶은 종종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우리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 술 취한 밤의 고독 속에서도, 지저분한 모텔방의 침대에서도, 공장의 단조로운 노동 속에서도 그는 시를 발견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세요. 당신만의 길을 걸어가세요. 진실을 바라보는 용기를 가지세요. 고통스러울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시를 찾아내세요. 캄캄한 어둠 속에도 우리를 살게 하는 그 불씨는 분명히 타오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사느냐'입니다. 타협하지 않고,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가슴이 이끄는 대로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용기.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때로는 잔인하고, 불공평하고,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무의미해 보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아름답습니다. 그 모순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창조하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세요.


거기에 뜨거운 블랙 커피 한 잔이 곁들어지면 더욱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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