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미셸 우엘벡
인류는 특별하며 제각기 자기 안에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특이성을 지니고 있다고 우기는 것은 거짓이다. 어쨌거나 그런 특이성이라는 것이 내겐 흔적조차 없었다. 개개인의 운명이나 성격을 구분하려 드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부질없다. 요컨대 인간 개개인이 유일하다는 생각은 과장되고 부조리한 것이다. 어떤 책인지는 몰라도 쇼펜하우어가 써놓았듯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과거 어느 순간에 읽었을 소설책 한 권보다 조금 더 기억을 잘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 그것이다. 그저 소설책 한 권보다 조금 더 기억을 잘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포기,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어떤 의존상태, 연약한 상태를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사랑을 나눈다는 것이 불가능해. 감정적 고조와 성적 강박도 근원은 같아. 모두 다 자신에 대한 부분적인 망각에서 오는 것이거든. 그건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서 자아를 실현하는 그런 분야가 아냐. 우리들은 냉정해지고 합리적이 되고 지나치게 우리의 개인 존재와 권리를 의식하게 되었어. 무엇보다도 착란과 의존 상태를 피하고자 하니까. 게다가 건강과 위생에 사로잡혀 있기도 해. 그런데 이런 것이 사랑을 나누는 이상적인 조건이 전혀 아니거든.
애정생활이 끝나면, 삶 전체는 약간은 관례적이고 강요된 무엇인가를 얻게 된다. 사람들은 인간의 형체와 습관적인 행동들, 일종의 구조를 유지하지만, 그러나 마음은 사람들 말마따나 이제 그곳에 없는 것이다.
나는 이제 확신한다. 내게 발레리는 찬란한 예외였을 뿐이라고. 그녀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수 있고, 그것을 매우 신중하게 자신의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에 속했다. 그 일은 참으로 신비가 아닐 수 없다. 그 속에는 행복과 솔직함과 기쁨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어떻게, 그리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알지 못 한다. 만일 내가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나머지를 이해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