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우리는 앞으로도 예민한 사람입니다.

by 모개

“4분이나 늦었어.”

“4분밖에 안 늦었네. 부지런히 가자.”

하지만 이내 볼멘 목소리는 울음으로 바뀐다.

‘하아~ 또 우는구나.’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이의 눈물에 내 가슴은 조여온다.

“엄마가 얘기했지? 괜찮다고. 4분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부지런히 가면 되는거야. 그럼 잘 가. 엄마 전화 끊을게.”

“으으응~”

떨리는 아이의 목소리에 내 가슴이 찌르르 아프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것'

여전히 아이는 변수에 취약하다. 다양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실은 버라이어티하다. 담임 선생님께서 조율하고 정리하다보면 종례가 늦어질 때도 있다. 아이는 그 예외를 못 견딘다. 누구보다 규칙을 잘 지키며 바른 자세로 앉아서 기다렸을 아이다. 하지만 아직 자신과 다른 반 친구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여러 번 설명해주고 아이도 알고 있지만 그 순간이 되면 마음이 흔들린다. ‘학원 차량을 늦게 탄다.’ ‘맨 뒤에 타야 한다.’ ‘맨 뒤에 타면 멀미가 난다.’ 나에게 불편함을 털어놓다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끊었지만 가슴이 답답하다. 걱정과 불안이 올라온다. 학원 차는 잘 탔을지, 차에서 계속 울먹이진 않는지, 속상한 기분으로 학원 수업을 망치는 건 아닌지. 하지만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마음을 진정시킨다. 차를 못 탄다면 연락이 올 것이고, 다른 친구들에게 창피해 울지 않을 것이며, 좋아하는 피아노 앞에 앉는 순간 행복해지겠지.


우린 여전히 예민한 사람들이다. 죽을 때까지 예민한 사람으로 살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각자의 시간, 자리에서 불안과 걱정을 다스릴 수 있다.(때로는 못 할 때도 있다.) 내가 물 한 모금, 달달한 커피로 조여오는 가슴을 진정시키듯 아이도 자신의 방법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학원에 갈 것이다.


우리 가족은 돌아오는 여름, 정동진으로 여행을 떠난다. 차로 2시간 이상 이동하는 건 처음이다. 아이도 스스로 자신의 어려움에 맞서 도전해보고 싶다며 만반의 준비중이다. 출발 전 미리 멀미약을 먹는다. 시야가 답답하지 않도록 조수석의 헤드레스트를 제거한다. 아이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힘들면 언제든 휴게소에 간다. 이것이 우리의 계획이다. 하지만 분명 돌발상황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여차하면 돌아오면 그만이다. 계획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여전히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불편함을 느끼지만 지금의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다. 정동진 여행을 다녀온 후 조금 더 자라 있을 우리의 모습이 기대된다.




이 에세이는 아이를 낳은 후 4학년 봄까지의 이야기입니다. 현재 제 아이는 5학년이고요. 정동진 여행은 어땠냐고요? 즐겁게 잘 다녀왔습니다. 일본 해외여행도 다녀왔고요. 대단한 발전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예민한 가족으로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자란만큼 생기는 어려움도 복잡해졌고요. 하지만 함께 노력하며 이겨나가는 중입니다. 예민한 아이의 사춘기가 벌써 걱정이지만 미리 걱정하지는 않으려고요. 그때 생기는 일은 그때 가서 걱정하고 해결하려고요. 저도 아이를 키우며 참 많이 바뀌었네요. 에세이는 이제 끝났지만 누가 아나요?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될지도 모르죠. 그때 저는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요? 이것 또한 그때 가서 고민해도 늦지 않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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