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 꿈이다.
그녀는 누구일까?
기억 속에 전혀 없는, 모르는 사람이다.
왜 꿈에 자꾸만 나타나는걸까?
매번 꿈의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마지막 장면은 늘 같다.
그녀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내 맞은편에 서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무언가를 말한지만 나에게 들리지 않는다.
‘뭐라고요? 안 들려요.’ 라고 묻지만 끝내 듣지 못한다.
무서운 꿈은 아니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자꾸만 같은 꿈을 꾸는 것도 찜찜하다.
“아빠~”
하나밖에 없는 내 딸 하영이다.
“우리 딸 하영이. 일찍 일어났네.”
“당연하지. 오늘 놀이공원 가는 날이잖아. 아빠 얼른 일어나.”
“아, 맞다. 그랬지. 미안미안. 아빠 일어날게.”
그렇다. 오늘은 우리 가족이 놀이공원에 가는 날이다.
곧 있을 하영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놀이공원으로 나들이를 계획했다.
사랑하는 하영이 생일인데 그깟 꿈 때문에 기분을 망칠 순 없지.
일부러 으챠! 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났다.
주말의 놀이공원은 늘 그렇듯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영이는 그토록 오고 싶었던 놀이공원에 와서 그런지 들 떠 있었고,
그런 하영이를 보는 우리 부부는 행복했다.
화려한 회전목마도 태워주고, 솜사탕과 구슬 아이스크림도 사주었다.
오늘 점심메뉴는 하영이가 좋아하지만 잘 먹지 못했던 햄버거로 정했다.
평소 아토피가 있지만 오늘은 하영이 생일이니까!
아이 건강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던 아내도 이번만큼은 내 뜻에 따라주었다.
점심시간이기도 했고, 단체 체험학습을 온 학생들로 인해 굉장히 북적였다.
빈 자리가 없어 보였다.
기름 냄새와 사람들의 체취가 미세하게 섞여 가게 안의 공기는 탁했다.
모르는 사람들과 따닥따닥 붙어 줄을 서 있는 상황도 불편하고 답답했다.
거기에 와글와글 떠드는 사람들의 소음은 내 신경을 긁었다.
보채는 하영이를 안고 사람들 틈에 서 있는 아내를 보니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
그때였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
뒤돌아보니 아이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아내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어? 하영이는 어디 있어?”
아내가 울음을 터트렸다.
“여기 있었는데... 내려달라고 자꾸 보채서 잠깐 품에서 내려놓고 손을 잡으려고 했는데... 학생들이랑 부딪쳤는데... 모르겠어. 정말 순간이었어. 자기야, 우리 하영이 찾아줘.”
내 심장은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하며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큰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찾아오는 두통이다.
하지만 지금 두통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찾아야 한다. 내 딸 하영이를.
순식간에 가게는 소란스러워졌고 직원들과 가게의 손님들까지 모두 하영이를 찾기 시작했다.
안되겠다싶어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어머! 뭐야!”
“어머! 어떡해.”
화장실 쪽이다. 뭐지?
나를 보고 놀라고 당황한 사람들의 표정.
화장실 앞에 하영이가 있다.
그리고 꿈 속의 그녀가 서 있다.
그녀는 축 늘어진 하영이를 안고 내 앞에 서 있다.
하지만 이건 꿈의 내용과 다르다.
차라리 꿈이 현실이고 지금이 꿈이었으면 좋겠다.
꿈속에서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하영이를 안은 채 내게 묻는다.
늘 꿈속에서 묻던 그 말일 것이다.
“너는 지금 행복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