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두통은 초등학교 시절 시작되었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의사들이 내린 결론은 ‘긴장성 두통’ 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긴장성 두통과 전혀 다른 통증이었다.
한 번 두통이 시작되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그때마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강력한 진통제로 버티곤 했다.
언제 두통이 시작될지 몰라 긴장 상태였다.
부모님도 늘 노심초사했다.
그러다 지금의 주치의를 만났다.
한국뇌연구회 원장으로 뇌 분야에서는 능력있는 사람이었다.
그 후 두통이 시작되면 부모님은 그에게 나를 데리고 갔다.
주치의 덕분인지 성인이 된 후 차츰 나아졌다.
그러다 지수를 만나 결혼하고 하영이가 태어난 후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그녀를 만난 후부터 두통이 다시 시작되었고 통증은 예전보다 심했다.
“안그래도 이박사 전화 받았어. 두통이 다시 시작되었다면서. 통증의 강도가 어때? 예전과 비슷한가, 아니면 더 심한가.”
“박사님. 제 아이가 죽었어요.”
“아……. 얘기는 들었네.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아. 하지만 나는 주치의로서 자네의 두통이 더 걱정이야. 자네의 두통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거 잘 알고 있잖아.”
“수습할 일이 너무 많아요. 범인이 제대로 처벌받도록 해야 하고, 아내도 챙겨야 하고, 또 하영이 장례도 치러야 하고.”
“그래그래. 그래야지. 하지만 우선 두통이 멈춰야 그 모든 걸 할 수 있잖아. 우선 내가 진통제를 맞춰줄테니 누워서 몇 시간 맞고 가.”
“네. 그럴게요.”
진통제가 들어오니 잠이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울고 있다.
그녀의 눈물은 슬픔을 넘어 처절하다.
그녀가 안쓰러웠다.
그녀를 안아서 달래주고 싶어 다가갔다.
눈물 가득한 그녀의 얼굴. 어! 언젠가, 어디서 봤는데?
어! 갑자기 그녀의 눈빛이 무섭게 바뀌어 나에게 달려든다. 아아악!
간호사가 다급하게 흔들어 깨웠다.
“괜찮으세요?”
눈을 뜨니 병실이다.
꿈이었구나.
눈물 가득한 그녀의 얼굴. 뭐지?
익숙하다. 어디선가 분명히 봤다. 어디서 봤지?
어! 내 딸을 죽인 살인자 아니야!
으으윽! 다시 두통이 시작되었다.
간호사가 다급하게 달려 나갔고 뒤이어 온 원장님의 손에는 더 강력한 진통제가 들려 있었다.
강력한 진통제를 맞고 나니 두통은 멈췄지만 정신이 몽롱했다.
병원을 나오며 핸드폰을 확인하니 아내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다.
어머니께 당신 두통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들었어요.
당신도 나도 지금은 너무 힘든 상황이니 좀 떨어져 있기로 해요.
하영이 시신은 제가 화장했어요.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요.
그러니 올 필요 없어요.’
뭐? 하영이 시신을 화장했다고?
내 아내 지수라면 그럴 리가 없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전화기는 꺼져 있다.
급히 처갓집으로 향했지만 아내가 없다.
장모님은 아내가 오지 않았다며 아이가 죽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내 딸 하영이는 죽었고, 내 아내는 사라졌다.
잠깐! 아내를 처갓집에 보냈다고 한 건 어머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