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사라졌다.
입원해 있던 병실 침대가 텅 비어 있었다.
간호사에게 물었지만 알지 못했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꺼져 있다.
아내는 어디로 간거지?
평소 하영이에 대한 지수의 사랑은 남달랐다. 가끔 그 사랑이 지나쳐 과하다 싶기도 했지만 그건 분명 사랑이었다.
설마 하영이 뒤를 따라서? 아내마저 잃을 순 없다.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다시 핸드폰을 드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이정운씨죠? 하영이 사건 담당 형사입니다. 저희가 지금 피의자를 취조중인데 좀 곤란한 일이 생겨서요. 자백 조건으로 이정운씨를 직접 만나고 싶어해요. CCTV 확인 결과 피의자가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히긴 했는데 이게 어떻게 뭘로 죽였는지 증거가 없어요. CCTV만으로는 기소가 어려워 자백이 있으면 확실한데……. 많이 힘드시겠지만 경찰서로 좀 와주실 수 있을까요?”
“네. 가겠습니다. 저도 그 여자 만나고 싶어요.”
경찰서에 도착해 형사들의 안내로 취조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바르게 앉아 있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왜 우리 하영이를 죽였습니까?”
“내 생각보다 좋아보이네.”
“뭐라고?”
“좋아 보여 다행이야. 오늘 놀이공원에서 아내, 아이와 무척 행복해 보여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당신 도대체 뭐야? 뭔데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만 지껄이는거야?”
“내가 바라던 대로 잘 살아줬네. 정말 간절히 기도했거든. 네가 정말 행복하게 살게 해 달라고. 하느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기도를 들어줬어. 오늘 너와의 만남을 엄청 기대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어. 네가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거! 날 기억했다면 모든 게 다 끝나는건데 안타깝네. 좀 서운하기도 하고.”
“이 미친년아! 넌 그냥 사이코패스 살인범이야.”
“내 죗값은 내가 알아서 받을거야! 형사님. 약속대로 이정운씨를 만났으니 자백할게요.”
그녀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자백하겠다는 말에 들어온 형사들은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이유는 무슨 이유. 미친 사이코패스인거지. 네가 꼭 사형선고 받게 만들겠어.’
하지만 뭔가 찜찜했다.
그녀는 분명 나를 알고 있다. 뭔가 기억하지 못하는걸까? 저 여자가 하영이를 죽인 이유는 뭐지?
으으윽!
다시 두통이 시작되었다. 안 되겠다. 우선 주치의를 만나 이 두통부터 해결해야겠다.
주치의를 만나러 가는 길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엄마였다.
“어디니?”
“경찰서요. 피의자가 절 만나고 싶다고 해서요.”
“뭐? 그 여자가 왜 널 만나? 그래서 만났니?”
“네. 직접 얼굴 보고 묻고 싶었거든요.”
“뭘 물어? 혹시 뭐가 생각났니?”
“무슨 얘기에요. 왜 하영이를 죽였는지 직접 보고 묻고 싶었다는 얘기에요.”
“아, 그렇구나. 아! 지수는 내가 친정에 가 있으라고 했다.”
“처갓집에요? 안그래도 연락이 안 되어서 걱정하던 중이었어요.”
“지금 지수가 정신이 있겠니? 내가 짐 싸서 친정에 잘 보냈으니 그렇게 알고 있어.”
하영이 장례도 치르지 않고 친정에 갔다고?
평소 친하지 않은 장모님에게 갔다고?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전화기는 꺼져 있다.
으으윽!
아, 이 놈의 두통.
아내에게 ‘나도 곧 처갓집으로 갈게.’ 라고 메시지를 남긴 후 급히 주치의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