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로 간 정운은 부모님에게 모든 사실을 전해 들었다.
내가 아이를 죽였다고?
급히 당시의 모든 기사를 검색했다.
‘훌륭한 물리학자의 아들’, ‘단순한 장난일뿐인데’,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등등.
아이의 죽음을 슬퍼하고 안타까워 하는 기사는 없었다.
모두 정운의 부모님을 옹호하는 기사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가 죽었는데 어쩜 모든 기사의 내용이 이렇지?
정운은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대단한 어머니의 힘이었겠지.
그 잘난 외가의 힘이었겠지.
정운은 좀 자란 후 어머니가 불편했다.
어머니는 정운에게 지극정성이었고 늘 사랑한다고 했지만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없었다.
언제나 친절했지만 아니다. 언제나가 아니지.
사람들 앞에서만, 정운이 무언가를 해냈을 때만 이었다.
외할아버지는 과거 중정의 고위 간부였다.
어머니는 그에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이었다.
그 덕에 어릴 때부터 부족함 없이 자랐고 안 되는 일은 없었다.
무슨 일이든 자신의 뜻대로 다 할 수 있었고 원하는 것은 뭐든 다 가질 수 있었다.
아버지도 그녀가 선택한 남자였다.
중매를 통해 결혼했지만 선택은 엄마가 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머리만큼은 천재였던 아버지.
어머니는 자신의 인생을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그를 선택했다.
가난하지만 노력으로 성공한 남자와 집안이 아닌 오로지 사랑만으로 결혼을 결심했다는 여자.
이 조합은 세상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아버지 역시 그걸 모르지 않았지만 성공을 위해 그녀를 선택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인맥과 재력을 동원해 아버지를 한국 최고의 물리학자로 만들었다.
그 후 태어난 정운까지.
아들까지 낳자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여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그녀의 삶이 흔들렸다.
당신 아들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지켜야 했다.
늘 그랬듯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언론을 조정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면이고 거짓이라는 걸 죽은 그 여자는 알았으리라.
그래서 정운을 이용해 복수하려고 했겠지. 소름이 돋았다.
이제라도 죗값을 받아야 한다.
아이는 죽었고 아내도 떠나버렸다.
정운의 삶은 죽은 그녀의 바람처럼 완전히 망가졌다.
하영의 죽음으로 어머니의 완벽한 인생에 흠집도 생겼다.
치매에 걸린 외할버지에게 어머니가 어떻게 했는지 떠오르자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어머니로부터 도망쳐야 한다.
차를 처분하고 사표를 냈다.
정산 받은 퇴직금은 지수의 계좌로 이체했다.
집은 아내 명의니 알아서 하겠지.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긴 후 간단한 옷가지를 챙겨 나와 핸드폰을 해지했다.
정운은 자신을 아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정확하게는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