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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Jun 23. 2022

주어를 늘리는 작업

이슬아의 《깨끗한 존경》을 읽고


(대체 텍스트) 흰 천 위에 나무 도마가 있고, 그 위에 대각선으로 책이 살짝 걸쳐 놓여 있다. 도마 위에는 가느다란 나무 막대기가 달린 흰색 장식용 꽃 두 송이와 작은 호박처럼 생긴 동그란 갈색 장식이 놓여 있다. 사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햇빛이 비친다. 책 표지 그림은 어떤 사람이 과일칼로 자두를 반으로 자르고 있는 사진이다. 책 표지 상단 중앙에 '깨끗한 존경' '이슬아 인터뷰집'이 있고, 표지 우측 하단에 '헤엄 출판사'가 쓰여 있다.



깨끗한 존경 / 이슬아 / 헤엄 / 2019


너무 진부한 표현을 써야겠다. 나는 여러 책을 읽으면서 내가 '우물 안 개구리'임을 확실히 알았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 중 내가 몸으로 겪어본 건 0.001%에도 닿지 못한다. 엄청나게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그중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았다. 극심한 차별과 혐오에 일찍 세상을 뜬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잘 모르겠다. 왜 누군가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아이를 참사로 잃었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그렇다고 내가 온전히 이해하고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큐플래닛에서 퀴퍼 혐오 세력 Best10을 꼽는 유머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동물 가면을 쓰고 1인 시위를 하는 DxE의 용기를, 오이도 추락 사고 20주기를 맞아 서울역에서 이동권 투쟁을 하던 장애인들의 분노를,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을 진행했던 세월호 유족 유경근 님의 슬픔을.



하지만 나는 절대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누군가가 나보다 더 슬픈데, 그가 엄청난 용기를 내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는 것이지요. 용기를 말하는 거예요. 저 스스로한테 이야기해요. 저 사람들이 내는 용기를 봐라. 저 사람들이 내는 큰 마음, 저 멀리 가는 마음을 봐라.'(p.26, 정혜윤 PD)



이 책 『깨끗한 존경』은 내 마음을 나의 좁은 공간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조금 더 넓혀 주었다. 이슬아 작가가 담은 네 사람의 인터뷰는 참으로 찬란하다. 그의 섬세하고 정성스러운 작업에 기대어, 나도 언젠가 나의 글에서 주어를 더 늘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는다.



#이슬아 #깨끗한존경 #헤엄 #인터뷰집추천 #북스타그램 #책강력추천 #대체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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