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름 거짓말>, 베른하르트 슐링크

거짓말하기 딱 좋은 계절 여름

by 레민

<책 읽어 주는 남자>의 저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집이다.
단편 일곱 가지 거짓말을 엮은 사랑과 행복에 관한 거짓말.
주인공들은 삶을 위해 각각 한 가지씩 거짓말을 갖고 있다.
강렬한 여름을 배경한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
그들의 꿈과 사랑 이별과 상실이 직조된다.
휴가지에서 만난 여자와 미래를 약속하지만 자신의 현재의 삶을 포기할 수 없는 남자.
이 남자는 그래도 양심적이다.
부유한 여자임에도 바로 그 점이 부담스러워 그 속으로 건너오기 두렵다면.
자신의 삶을 바꾸는 것이 두려운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유명 작가가 된 아내를 질투하면서도 자신의 삶으로부터 지키려 하는 남자.
곧 아내에 대한 열등감의 표출임을 알게 된다.
글 쓰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사귀면서 함께 있는 여자와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위선.

삶에 있어 거짓말이 배제된 적 있던가?
불안하고 위태롭기에 삶은 그런 것이다고 말한다.
결국 삶에 대한 서사.
짧은 이야기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이고 행복 앞에 무슨 조건이 붙어야 하는 걸까?
생각해 보는 소설집이다.
자신만의 삶과 행복에 집중하듯 노력하지만 과정은 거짓이고 상대에 대한 모욕으로 보인다.
매 작품 말미마다 결말을 열어 놓아 독자의 상상을 자극 그래서 서글프고 잠시 우울하다.
한결같은 주제 그러나 제 각각의 소재로 삶의 여러 방식을 옴니버스 영화처럼 감상했다.
휴가가 있고 공항이 나오고 설렘이 있는 그래서 쉬운가? 거짓말하기 딱 좋을 만큼.

거짓말이란 다채로우면서도 일관된 우리가 짊어지는 삶의 무게가 아닌가 싶다.

주제 하나로 독특한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 베른하르트 슐링크.
케이트 윈슬렛 주연 <더 리더> 영화 원작자.
아직까지 <책 읽어 주는 남자>의 작가로 더 유명한 그의 문학적 성취를 깊이 느껴보고 싶다.
부피감이 제법 되는데도 몰입해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이야기에 도착.
작가의 저력이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책 읽어 주는 남자>에서도 한나의 커다란 거짓말이 주제와 소재였다.
나치시대라는 시대적 배경 앞에 그 보다 더 한 비극이 없었을지언정,
개개인의 일상도 작은 거짓말 앞에서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인간 무의식 내면에 자리한 욕망과 소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