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페트로달러에서 일렉트로비트로.

[화폐전쟁의 주역들] 달러패권의 몰락.

by 김창익

일런 머스크가 무한대의 전력생산과 함께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비트코인이다. 정확히 말하면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코인이다.

다운로드 (1).jpeg 일런 머스크.


머스크의 관심을 요약하면 무한대의 수요가 있는 원자재와 결제수단인 셈이다. 무엇인가와 닮지 않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자.


그렇다. 그의 관심은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연상시킨다. 전세계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석유를 달러로만 결제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달러는 비로소 기축통화의 자리를 굳건히 하게 됐다.


석유결제를 달러로 한다는 것과 달러로만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닉슨 미국 전 대통령 당시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의 활약으로 만들어진 페트로-달러 시스템 아래서는 위안화나 유로, 엔화로는 석유 결제가 불가능하다. 물론 현실에서 10% 이내의 일부 결제는 이들 화폐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 역시 달러의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다.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자연발생적인 게 아니라 닉슨 전 미국 행정부와 압둘 아지즈 사우디 국왕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만들어진 인공적인 체제다. 이 체제가 50년이 넘어가면서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미국의 재정-무역수지 적자를 수반한다. 페트로-딜러 시스템은 전세계 사람들이 달러로 중동의 석유를 사도록 해 거의 무한대의 달러 수요를 창출하는 장치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전세계 사람들은 하루 1억 배럴 가량의 석유를 소비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달 70달러라고 하면 70억 달러(약 10조 원)을 매일 석유를 사는 데 쓰는 셈이다. 우리나라 예산의 6~7배가 되는 돈을 석유를 사는데 쓰는 것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 등 중동 국가는 이렇게 번 달러, 즉 오일달러를 미국 국채에 상당 부분 투자한다. 금고에 천문학적인 달러를 저장해 두고 사실상 쓸 데가 별로 없는 것이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오일달러의 국채투자는 빚이다. 이렇게 그동안 미국이 전세계에 국채를 팔아서 진 빚은 대략 28조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축통화 국가이기 때문이다. 28조 달러의 빚을 미국은 달러를 찍어서 갚으면 된다. 다른 나라 같으면 돈을 무한정 찍으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망하겠지만 달러는 전세계가 석유를 소비하는 한 무한정 찍어도 인플레이션 걱정이 없다.


과거에는 그랬다. 하지만 뭐든 정도껏 해야한다. 국가부채가 30조 달러에 달하면서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울린다. 석유 수요가 달러를 뒷바침한다고 해도 너무많은 달러는 인플레이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관계도 예전같지 않다.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근간인 미국-사우디의 커플 관계에 균열이 생긴 건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셰일가스의 생산으로 미국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를 예전만큼 필요로 하지 않게 됐다. 항행의 자유를 위해 항공모함을 파견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는 게 예산낭비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이보다 큰 이유가 중국의 부상이라고 생각한다. 팽창하려는 중국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 셈이다. 전선을 확장하는 게 미국 입장에서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사우디의 디커플링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여러가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혼 뒤 마땅한 생계수단을 걱정하게 된 사우디는 석유없는 경제 구조를 짜는 데 분주해졌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밝힌 2030 계획이나, 이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네옴씨티 건설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새로운 파트너도 물색중인 데 그 주인공이 바로 중국이다. 하루 1억 배럴의 10%가 넘는 석유를 소비하는 중국은 그동안 미국에 비해 VIP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쇼핑백은 항상 가장 무거운데 발레 파킹이나 라운지 서비스도 못받은 셈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결별을 준비하는 사우디가 매력적인 파트너다. 그동안 막대한 쇼핑을 하면서 환전수수료까지 내야 했는데 위안화로 석유결제가 가능해질 경우엔 막대한 추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보다 더큰 이익은 페트로-위안 시스템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축통화국이 되는 게 단지 석유 결제만 갖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현재의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열쇠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어쨌거나 사우디는 파트너 갈아치우기를 통해서라도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 국제질서의 냉혹한 현실이다.


페트로-달러 체제의 붕괴를 유심있게 보고 있는 세력 중 하나가 바로 비트코인 진영이다. 특정한 주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트코인은 그 존재 자체가 기축통화의 패권을 위협한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미국 정부는 물론 각국 정부, 정확히 말하면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견제 대상 1호다. 통화패권이 없는 정부를 한번 상상해보라.


의도했건 부지불식간이건 IT 그루들 중에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패권을 위협하는 인물들이 속속 얼굴을 내밀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다. 저커버그는 2019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자산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디지털 코인 리브라(Libra)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해 페이스북의 월간 활성 사용자수는 29억 명이다. 리브라를 통해 29억 명간의 자산이동이 가능해진다는 건 기축통화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눈엣가시가 될 수 밖에 없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리브라가 국제 금융질서에 혼란을 주고, 돈세탁 등에 악용될 수 있다며 저커버그를 맹비난했다. 각국 정부는 리브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해 저커버그나 페이스북 임원진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세무조사를 벌였으며 이와 관련한 조사는 2023년 5월 현재도 진행중이다. 저커버그는 돌연 리브라 발행 계획에 대한 보류 입장을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머스크가 저커버그보다는 기가 좀 더 센가보다. 머스크는 2021년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가 10억 달러 가치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보 밝힌 이후 수시로 디지털 코인에 대한 입장을 언급하고 있다. 그의 행보는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의 시세에도 수차례 영향을 미쳤다.


머스크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자주한다. 전기차를 만든 것도 저공해차가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 관점도 있다. 비트코인 등 디지털 코인에 대한 투자도 이런 관점에서 보는 시각이 있다. 머스크 자신도 이에 대한 언급을 여러차례 했다. 디지털 코인이 지폐를 만드는 데 필요한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코인 채굴에는 막대한 전기가 쓰이고 그 전기를 생산하는 데 역시 화석연료가 쓰인다는 점을 안 뒤부터는 디지털 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고도 한다.


사업가의 행보는 명분과 실리라는 두가지 잣대로 봐야 한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한다는 게 머스크가 내세운 명분이라면 디지털 코인이 그에게 가져다 줄 실리는 과연 무엇일까.


머스크의 다양한 사업을 관통하는 한 가지 사실은 그가 직류 전기의 생산과 유통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가 달과 화성 등 우주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전기 공급이나 희토류 등 자원 개발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필자는 이같은 관점을 지지한다.


한번 상상해보자. 지구 온난화나 핵전쟁 등으로 지구에서의 삶이 불가능해진 미래를. 세계 정부는 화성으로의 이주를 계획하고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지구상의 생명체들을 화성으로 이주시킨다는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이 프로젝트의 사업자로 선정된 스페이스X는 세계정부에 비트코인 결제를 요구한다. 화성에 이주한 생존자들은 비트코인으로만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경제 시스템에서 살게 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해지냐고 반문할 수 있다. 조금더 상상해보자. 화성 개발에 제일 먼저 삽을 뜬 스페이스X가 화성에 정착지를 만들고 숨쉬는데 필요한 산소나 전기를 독점 생산해 공급하고 비트코인으로만 결제하도록 한다면 어떻게 될까.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인류 생존에 필요한 핵심 자원을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하면서 만들어진 인공적인 체제다. 인류의 집단지성이 축적된 산물이 아니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설계하고 시공한 거대한 장치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가 인수한 X, 즉 예전 트위터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 4억5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X를 인수하면서 머스크는 암호화폐로의 결제를 언급해 왔다. X가 2023년 8월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한 라이센스를 받았다. 디지털 자산의 저장이나 이전, 교환 또는 다른 사람의 자산을 보관하는 게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X가 결제 암호화폐로 무엇을 선택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트코인이 채택될 경우 2024년 반감기와 맞물려 비트고인 가격 폭등을 불러올 요인으로 지목하는 전문가도 있다.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대체할 일렉트로-비트 시스템이 화성에서 시작되리란 법은 없다. 머스크의 구상대로 지금보다 전력 수요가 두배 이상이 되는 시대가 올 경우 지구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일렉트로-비트 시대가 올수도 있다.


머스크가 실제 달이나 화성에서 태양광 발전을 통해 획기적으로 낮은 단가의 전기를 생산해 지구촌 각 가정에 에 전기를 보급하고, 이를 특정 암호화폐로만 결제하도록 한다면 그 것이 바로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대체할 일렉트로-비트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머스크는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화폐전쟁의 주인공이다. 그가 처음부터 일렉트로-비트 시스템을 의도한 건 지 일렉트로-비트 시스템이 그가 그린 청사진의 이면에 있는 결과인 지는 머스크 그 자신만이 알 수있다. 분명한 건 그는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난 한 세기 동안 달러가 누려온 통화 패권을 무너뜨릴 장본인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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