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온톨로지' 관점에서 비트코인이 금인 이유.

의식된다, 고로 존재한다.

by 김창익
53b341ad-ddc0-44de-818c-d7dd238b83ce.png

� 비트코인은 왜 ‘금’이라 불릴 수 있는가?

– 존재론적 관점에서 본 디지털 자산의 실체

‘디지털 금’.

비트코인에 붙는 이 별명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더 깊이 들어가보면, **비트코인이 정말 ‘금’이라 불릴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가치 논쟁이 아니라, 존재론적 질문이다.

즉, “비트코인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존재가 금과 동일한 지위를 가질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1. 온톨로지: ‘존재한다’는 것의 조건

**온톨로지(ontology)**는 철학적으로 “무엇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를 묻는 학문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데카르트, 칸트, 푸코 세 사상가의 관점을 종합하면

존재란 다음 세 가지 조건을 통해 정의될 수 있다.

데카르트 – 존재는 ‘의식의 자각’에서 출발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칸트 – 존재는 ‘인식의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대상만이 ‘현상’으로 존재한다.

푸코 – 존재는 ‘사회적 담론과 권력’에 의해 승인된다.

사회가 그것을 존재한다고 말해줘야 실질적 존재로 작동한다.

이 세 가지를 통합하면 이렇다:

존재란, 의식에 포착되고, 인식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승인된 것이다.

물리적 실체는 선택 사항일 뿐, 본질적 조건은 아니다.


2. 금, 그 자체도 물질이 아니라 ‘존재의 합의’였다

이 관점에서 금을 다시 보자.

우리는 금을 실체로 인식하지만, 사실 금이 ‘화폐’가 된 과정은 철저히 온톨로지적이다.

처음엔 그냥 금속이었다.

인간은 그것의 아름다움, 가공성, 희소성에 가치를 부여했다.

이후 사회는 금을 가치의 저장소, 신뢰의 상징으로 공동 선언했고,

국가와 제도는 금을 화폐 단위로 공식 승인했다.

즉, 금은 인간 의식과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낸 존재였다.

단순한 광물이 아니라, 인식되고 승인된 존재로서의 금이었던 것이다.


3. 그렇다면 금의 존재론적 경계선은 어디인가?

“무엇이 있어야 ‘금’이라 부를 수 있는가?”

여기엔 몇 가지 핵심 속성이 있다.

이 속성이 무너지면 금은 금이 아니다.

희소성 – 누구나 복제할 수 있다면 금이 아니다.

가치 저장성 –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보존되어야 한다.

상징 자본 – 사람들이 ‘금은 귀하다’는 상징을 공유해야 한다.

사회적 승인 – 거래되고 인정받아야 한다.

이 네 가지가 금의 존재론적 뼈대다.

물리적 실체는 여기에 덧붙는 장식일 뿐이다.


4. 비트코인은 이 조건을 충족하는가?

이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비트코인을 금이라 부를 수 있는가?”

✅ 희소성

공급량 2,100만 개로 한정.

코드 상에서도 위조 불가.

→ 금보다 더 절대적인 희소성

✅ 가치 저장성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희소성 기반 가치 보존 기능 수행 중.

→ ‘디지털 금고’ 역할 수행

✅ 상징 자본

‘디지털 금’이라는 상징어 자체가

사람들이 이미 그것을 금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 금 = 안전 자산 = 비트코인

✅ 사회적 승인

엘살바도르 등 일부 국가에서 법정통화로 승인.

제도권 금융(ETF, 기관 투자 등)에 점차 편입 중.

→ 담론화 + 권력 승인 진행 중


� 물리적 실체는 왜 중요하지 않은가?

금은 손에 잡히지만, 비트코인은 잡히지 않는다.

이 점을 근거로 “비트코인은 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존재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물리적 실체는 존재의 본질이 아니라, 의식의 대상이 되기 위한 ‘보조 수단’일 뿐이다.

우리가 사랑, 신념, 국가는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면서,

비트코인을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미 비트코인은 인간의 의식에 포착됐고, 인식되고 있으며, 점점 더 제도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즉, 존재의 3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 결론: 비트코인은 금이다

존재론적 관점에서 보면,

비트코인은 ‘금’이라는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사람들이 인식하고,

그 인식이 사회적으로 공유되며,

담론과 제도가 점차 이를 승인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금’ 그 자체는 아니다.

하지만 ‘금이 되는 과정’에 있는 존재이며,

어쩌면 더 진화된, 탈물질화된 금의 새로운 형태일지도 모른다.


스크린샷 2025-05-11 113509.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레돗페이 한국 상륙...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지속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