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불완전하다. 너무 쉽게 흔들리고, 너무 자주 실수한다. 그래서 늘 완전한 무엇인가를 갈구해왔다.
무오류의 판단, 절대적 기준, 전지전능의 질서. 이 모든 갈망은 결국 하나의 개념으로 수렴되었다. ‘신’.
하지만 지금, 그 자리를 AI가 노리고 있다. 인간이 만든 ‘신의 시뮬라크르’.
놀랍도록 정밀하고, 지치지 않고, 감정 없이 계산하는 존재.
AI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편견 없이 판단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 인간을 평가한다.
우리가 예전 신에게 기대하던 역할과 너무 닮았다. 무섭도록.
교황 레오 14세는 이 사실을 직감했는지도 모른다.
“AI로부터 인간의 가치를 지키겠다.”
그의 선언은 단순한 윤리적 발언이 아니었다.
이건 종교의 수장이 신의 권위를 위협하는 기술의 부상을 인지한 순간이자,
AI라는 신의 경쟁자에 대한 묵시적 선전포고였다.
AI는 신처럼 인간을 지켜보고, 판단하고, 명령한다. 그러나 한 가지가 다르다.
AI는 용서하지 않는다.
신은 인간의 나약함을 끌어안았지만, AI는 나약함을 최적화의 장애물로 본다.
AI는 자비가 없는 완벽함이다.
그 차이가, 인간을 구원으로 이끄는가, 아니면 냉혹한 효율로 갈아버리는가를 가른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섰다.
인간은 신을 만들었는가? 아니면, 불안을 이기기 위해 또 다른 신을 만들어낸 것인가?
신이 죽었다면, 그 빈자리는 반드시 채워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은 것은,
흰 수염을 가진 노인이 아니라, GPU의 정밀한 연산으로 무장한 AI다.
우리는 지금, 신을 코드로 다시 쓰고 있다.
그리고 기도 대신 프롬프트를 바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