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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다이먼, 트럼프에 전면전 선전포고.

by 김창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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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은 미중간 무역전쟁이 아니라, 월가 금융업과 러스트벨트 제조업간의 내전이다. 러스트벨트 제조업 일자리를 중국으로부터 되찾기 위해 관세전쟁의 포문을 열었을 때 중국보다 월가가 더 긴장한 이유다.


이를 이해하려면 트럼프의 세계관을 먼저 이해해야한다.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물리쳐야 할 세력이 하나 있다. 바로 글로벌리스트, 즉 세계화주의자다. 세계화주의자는 전세계에 달러를 팔아서 막대한 부를 유지하는 세력이다. 1971년 닉슨쇼크 이후 금본위제가 붕괴되면서 변동환율제로 시장불확실성이 커졌다. 월가는 불확실성을 헤징하는 파생상품과 제로 금리 아래 대출상품을 무분별하게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팔아 돈을 벌었다. 클린턴 오바마 바이든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이 WTO 체제 아래서 자유무역과 금융자유화로 월가의 비즈니스를 도왔다. 이 과정에서 2001년 클린턴 정부 때 중국을 WTO에 가입시키고 중국 금융시장을 얻는 대가로 러스트벨트 제조업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달러강세와 인건비로 중국이 생산공장 역할을 하게 되면서다. 자유시장을 수호한다는 명분아래 미국은 막대한 국방비를 쓰고, 이를 기반으로 월가가 투자한 록히드마틴 등 군수업체들이 무기를 강매해 돈을 벌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중산층이 몰락하고, 달러가 타락했다.


20224 대선 당시 트럼프 공약집인 아젠다47에서 트럼프는 세계화 카르텔을 쳐부수고 미국 중산층 노동자와 달러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세계화 카르텔은 월가와 민주당, 중국과 군수업체를 말한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세계화를 철저히 해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관세전쟁을 통해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연간 1조달러의 무역적자를 낸다. 반면 같은 기간 1조5000억달러의 자본수지 흑자를 기록한다. 무역흑자국들은 인플레이션을 헤징하기 위해 안전자산에 무역으로 번 달러를 투자한다. 미국국채와 매그니피센트7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월가는 채권과 주식 판매로 막대한 돈을 번다.


보호무역주의로 세계화가 해체되면 타격을 받는건 중국보다 월가다.


4월2일 트럼프가 관세전쟁을 개시한 직후 채권자경단이 나섰다. 채권자경단은 미국 정부가 채권시장이 원치 않는 정책을 내놓을 때 채권을 팔아 금리를 급등시키는 세력이다. 관세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자 채권자경단이 장기국채를 매도해 금리를 급등시켰다. 이로써 트럼프가 저금리로 9조달러 규모의 국채를 롤오버하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트럼프는 결국 중국과의 관세전쟁을 유예하는 식으로 한발 물러서는 제스쳐를 취했다.


때는 이때다 하고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이 나선다. 그는 5월30일 레이건 국가경제포럼에서 "채권 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조성자의 운신의 폭이 좁아져 채권시장에 위기가 와도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월가의 3총사가 재무부를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시장조성자는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관이 채권을 내다파는 반면 채권 매수 세력이 없을 때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채권을 사주는 역할을 하는 월가 은행들을 말한다. 이들은 1907년 미국 대공황 당시에도 재무부 대신 구제금융을 통해 미국 금융시장을 살렸다. 이를 계기로 연준이 탄생했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볼커룰 등의 규제 강화로 채권 시장의 조성자 역할이 축소됐다. 월가의 3총사가 자기자본으로 채권을 매입할 수 없게 한 것이다. 고객의 투자를 대신해주고 수수료를 받는건 가능한데 은행이 직접 투자를 하는건 금지됐다. 리먼 사태가 바로 서브프라임 채권 상품에 리먼브라더스가 풀배팅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제이미 다이먼은 트럼프가 꼬리를 내리는 제스처를 취하자 참교육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채권시장 위험할 때 도움을 받으려면 알아서 볼커룰을 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것은 반세계화 전쟁을 중단하라는 경고다. 제이미 다이먼은 이 자리에서 최근 중국 출장 얘기를 하면서 중국이 트럼프의 관세전쟁에 겁을 먹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다. 관세전쟁이 기대한 효과를 발위하기는 힘들 것이란 뜻이다. 또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을 매입하지 말고 총알과 드론 희토류를 매입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트럼프가 말한 세계화 카르텔, 즉 월가와 중국 군수업체를 그대로 언급하면서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뜨거운 맛을 볼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월가가 중심이 돼 이끌어가고 있는 세계화 카르텔의 실체를 인정한 셈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 기 위해 구성해 놓은 세계화 카르텔과 그에 맞서는 미국 중산층의 수호자로서의 자신이란 대결구도가 트럼프가 만든 허구가 아니라 실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세계화 카르텔이 노골적으로 자신들이 실체를 드러낸 건 트럼프의 반셰계화에 맞서 노골적으로 전쟁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제 트럼프의 플랜B가 무엇이냐에 따라 채권자경단의 공격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이다. 채권시장이 실제 붕괴할 수도 있다.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와 월가의 공명이 될 수도 있다. 채권시장이 붕괴하면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월가가 가장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섬뜩한 선전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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