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수니파 벨트 동맹으로 이란 옥죄기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중재로 국교 정상화를 추진한다. 이스라엘과 수니파 맹주의 평화협정이 실제 맺어지면 시아파 맞형인 이란의 고립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23일 로이터 통신과 이스라엘 현지 언론들을 인용한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2일(현지시간) 사우디 네옴 신도시에서 비밀리에 만났다. 이번 만남엔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참석했다.
네옴 신도시는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탈석유화 계획의 핵심이다. 우리돈으로 600조원 가량을 들여 금융과 MICE가 결합된 친환경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두바이를 능가하는 중동의 금융과 MICE 허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와 관련, 201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마주한 사우디가 홍해 인근에 이같은 프로젝트를 실현하려면 이스라엘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두 나라의 평화협정을 적극 중재하고 나선 건 중동에서의 역학관계를 재정립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바탕이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갈등 관계지만 이란과 대립관계란 공통점을 가졌다. 트럼프는 이같은 상황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이스라엘과 수니파 중동국가를 묶어 이란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2017년 집권 초기부터 추진해왔다. 그 결실이 지난 9월 이스라엘-아랍에미레이트연합, 예멘간의 평화협정이었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은 수니파의 차남 역할을 하는 국가로 사우디까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으면 중동의 수니파 국가들은 사실상 이스라엘과 모두 동맹이 된다.
대선에서 사실상 패배한 마당에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나기 전까지 중동 문제에 공을 들이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 대통령은 한 분"이라며 트럼프 진영의 대선 불복에 총대를 맨 인물로 트럼프의 오른팔이나 다름이 없다.
실제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필두로 한 수니파 벨트가 동맹관계를 맺게 될 경우 이란은 옴쭉달싹 할 수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가 된다. 수니파 국가인 팔레스타인은 반대로 이스라엘을 상대하는 데 수니파 형제국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전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동병상련의 마음이된 이란과 팔레스타인은 이제 전략적 동반자 위치에 서게됐다. 수니파와 시아파란 종교적 이해관계의 충돌을 넘어 생존을 위해 같은 배를 타야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 입장에선 활요가치가 상당히 큰 상황이 된 것이다.
반대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입장에선 중동관계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려고 나설 경우 이스라엘-수니파 벨트 동맹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3일 바이든의 대통령직 인수에 협조하라고 하면서 뒤에서는 바이든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4년전 화려한 컴백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