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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잘)보기] 말하지 않아도 웅변한다?

- 사진 한장이 주는 강력한 메시지

by 김창익

신문은 기사와 편집의 예술이다. 좋은 기사를 쓰는 게 명품을 만드는 기본이다. 편집은 이를 돋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때로는 단 한마디 않고도 편집만으로도 그 매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강력하게, 그 것도 부지불식간에 전한다. 읽는 독자조차 자신이 의도된 메시지에 각인된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27일자 모 보수지 기사와 온라인 사설에 쓰인 한 장의 사진이 좋은 예다.


왕이 악수.jpg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방한했을 때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맞아 악수를 청하고 있다.


왕이 부장은 자신의 몸통에 팔굼치를 붙이고 손을 내민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팔을 한껏 뻗어 악수를 청하고 있다.


왕이 부장은 코로나 의전 수칙에 없는 악수였다며, 악수를 망설인 이유를 댔다.


중요한 건 이 매체가 이 사진을 온라인 기사 등에 썼다는 점이다. 언뜻 보면 대통령이 손님을 환대하는 사진 같지만, 이 사진을 보는 독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왕이 부장보다 낮은 지위라고 생각하게 된다.


보통 이같은 사진은 통신사나 특정 언론이 풀기자단이란 것을 구성해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모든 청와대 출입 언론사에 돌린다. 이 날도 뉴시스와 연합뉴스 등이 사진을 찍어 풀했다. 이 사진 말고도 왕이 부장과 문 대통령이 대칭적인 포즈로 악수하는 사진도 있다.


왕이 부장은 여러 차례 방한 당시 회담 자리에 지각을 하는 등 결례를 하고도 사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독자들은 그의 결례에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당당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해 의아해 할 것이다.


무서운 건 이 모든 것이 부지불식간에 생기는 감정이란 점이다. 단 한마디 하지 않고, 심지어 다른 대상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타깃은 따로 있는 것이다. 이 것이 편집의 예술이다.


왕이기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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