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카카오
2025년 7월 현재, 카카오는 주가와 실적, 내부 조직과 외부 평판까지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한때 ‘국민 플랫폼’이라 불리며 한국의 IT 산업을 대표하던 카카오는 지금, 그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몰락했다. 2021년 6월 23일, 카카오의 주가는 장중 16만9500원까지 치솟으며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불과 4년이 지난 지금은 5만6900원(2025년 7월 19일 종가)으로 주저앉았다. 이는 고점 대비 66% 넘게 하락한 수치이며, 시가총액은 약 24조 원 증발한 상태다.
문제는 단순한 주가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카카오는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을 거쳐 2025년 2분기까지 무려 4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이는 2017년 코스피에 상장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며, 외부 충격이 아닌 구조적인 침체에 가깝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카카오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배경은 복합적이지만, 그 핵심은 무리한 사업 확장과 그로 인한 구조 불안, 그리고 결정적인 리더십 리스크다. 2021년 이후, 카카오는 게임, 모빌리티, 콘텐츠, 커머스, 블록체인 등으로 사업을 무차별적으로 확장했지만, 이 과정에서 자회사 간의 역할 중복과 서비스 포지셔닝 혼선이 반복됐다. 플랫폼 간의 연결성은 약해졌고, 조직은 비대해졌으며, 실질적인 수익 창출 구조는 정체되었다.
2022년은 특히 결정적인 해였다. 김범수 창업자는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카카오의 ‘상징’으로만 존재하게 되었고, 그 결과 누구도 위기의 본질을 꿰뚫고 해결할 수 있는 리더가 부재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경영진 교체가 잦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지연되었으며, 내부 혼선은 극에 달했다. 그 사이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고, 경쟁사들은 생성형 AI, 초개인화 콘텐츠, 글로벌 확장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카카오는 이 거대한 산업 지각변동을 읽지 못했다. 자체 개발한 AI 모델조차 명확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존재감이 없었고, 챗봇 기반 서비스나 생성형 AI 플랫폼도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임팩트가 전무했다. 카카오톡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은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광고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었고, 게임·콘텐츠·커머스 부문은 수익성이 악화됐다.
여기에 2024년 CEO로 취임한 정신아 대표에 대한 기대도 결과적으로 실망으로 귀결됐다. 외부 출신 전문가로서 카카오의 ‘전환’을 이끌어줄 인물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재임 기간 중 실적 회복은커녕 오히려 매출 감소세가 더 깊어졌고, 뚜렷한 조직 개편이나 플랫폼 전략도 보이지 않았다. 사용자 이탈을 막을 새로운 서비스도,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살릴 콘텐츠 전략도 없었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실적은 시장에 충격을 줬다. 카카오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2% 감소했다. 이런 실적 악화는 카카오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광고 매출은 쿠팡, 틱톡, 유튜브 등 후발 플랫폼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으며, 게임 부문은 퍼블리싱 모델 한계와 외산 게임에 밀려 존재감이 약해졌다. 콘텐츠 부문은 카카오엔터 중심의 확장 전략이 멈춘 채, 웹툰과 드라마 모두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단순한 경기 둔화나 일시적 부진으로 보지 않는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카카오는 리셋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부는 “이건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이제는 지주회사에 가까운 구조다”라며 플랫폼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평가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콘텐츠 부문 부실, 메신저 플랫폼 의존, AI 전략 부재, 구심점 없는 경영진의 태도까지, 카카오는 기업 전체가 위기 대응을 포기한 듯하다”고 말하며, 향후 더 깊은 침체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카카오는 지금 ‘전략도, 기술도, 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방향 없이 표류 중이다. 이전까지 성장의 상징이었던 플랫폼 확장의 기억은 이제 비대화된 조직의 상징이 되었고, 한때 ‘국민 주식’이라 불리던 주가는 투자자들이 피하는 종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카카오는 회복 불가능한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참고로, 현재 카카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김범수 창업자와 특수관계인이 약 23.5%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연금공단이 약 8.1%, 외국인 투자자가 약 30%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약 38.4%는 소액주주 및 기타 투자자 몫이다. 이처럼 외부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경영진에 대한 신뢰 회복과 주가 반등을 위한 명확한 전략 제시 없이는 장기적으로 ‘지분 방어’ 자체도 어려울 수 있다.
창업자 이해진이 나선 네이버
2025년 7월 현재,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7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며 글로벌 투자와 AI 전략을 중심으로 네이버의 위기 탈출 플랜을 전면 가동하고 있다. 그가 복귀한 배경은 단순한 명예 회복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모바일 혁명 때와 비슷한 충격의 ‘인공지능(AI) 파도’가 오고 있다”는 선언에서 분명히 드러나듯, 글로벌 빅테크에 뒤처진 AI 경쟁력과 해외 시장 존재감 부족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복귀 직후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네이버벤처스’를 설립하고 현지에서 “AI 시대에도 다양성이 중요하다”며 AI 스타트업, 투자자, 엔비디아 CEO 젠슨 황 등과 손을 맞잡는 네트워킹 강화를 주도했다. 이 자리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돌멩이를 잘 던져야 하고, 지금은 돌멩이를 잡는 과정”이라고 선언하며 특화 AI 전략의 핵심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곧 내부 조직에도 칼을 댔다. 성과 중심 인사 제도인 ‘레벨제’를 도입해 네이버 내부에 경쟁과 책임을 강화했다. 기술·글로벌 투자 분야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최인혁 전 COO를 테크비즈니스 부문 대표로 발탁해 실행력 있는 ‘행동형 리더십’을 배치했다.
이해진이 제시한 네이버의 비전은 ‘소버린 AI’와 ‘온서비스 AI’라는 두 축으로 압축된다. ‘소버린 AI’는 언어·문화·규제 환경이 비슷한 국가마다 각기 최적화된 AI 모델을 개발해 글로벌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적 고유 데이터로 차별화된 AI를 만들 것”이라는 그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그는 “전 세계 거의 유일한 고유 검색 엔진 보유 기업”이라는 네이버의 강점을 강조하며 “데이터 싸움이 AI 경쟁력의 핵심”임을 설파했다.
‘온서비스 AI’는 네이버가 일상적으로 제공하는 검색, 쇼핑, 콘텐츠, 클라우드 등 모든 서비스에 AI를 녹여내 사용자 경험을 ‘조용히’ 개선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이다. 이는 단순한 AI 기능 추가를 넘어 일상 그 자체의 혁신을 목표로 한다는 전략이다.
AI 전략의 실행 방식은 ‘돌멩이 전략’이라 불리는 특화 승부다. 즉, 동남아 태국어 LLM, 영상 AI(미국의 트웰브랩스 투자), 디지털 트윈(사우디), 의료 AI 등 특정 분야에서 작지만 분명한 승리를 거둔 뒤 이를 확대해가는 방식이다. 이 의장은 의료 AI에 대해 “진심”이라 말하며, 서울대어린이병원 포럼에서 “의료 AI에서 네이버가 기회를 봤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외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라인 사태 이후 글로벌 전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복귀했지만, AI ‘응용’이 핵심인데 아직 오픈AI를 그대로 답습하려는 태도로 보인다”며 “장기적 가치와 비전이 없다, 실행력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진의 복귀는 곧 네이버의 전면전 선언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돌격대를 꾸리고, 모든 서비스를 AI로 다시 짜고, 의료부터 디지털 트윈까지 돌멩이 전략을 실천에 옮기며 회생을 향한 첫걸음을 뗐다. 이 회생의 결과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의 한마디 “지금까지도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싸워왔고 그 싸움에 익숙하다”는 말이 시사하듯, 네이버는 다시 싸울 준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