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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급과잉 문제 부각

by 김창익

2025년 7월,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자국의 주력 첨단 산업 전반에 걸쳐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시행되는 공급개혁으로, 단순한 생산량 축소 수준을 넘어선 전례 없는 감산 정책과 산업 리셋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구조조정의 핵심은 지속 불가능한 출혈 경쟁의 중단이다. 그간 중국은 보조금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유기업과 민간기업의 생산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고,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증폭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교역국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 외교부와 경제 당국은 이에 따라 2025년 9월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산업을 중심으로 감산, 보조금 제한, 좀비 기업 퇴출 등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초안을 마련한 상태다.


중국 산업의 공급 폭주는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시장을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BYD, 지리차, 상하이차 등 중국 상위 6개 완성차 업체가 2024년 기준 글로벌 점유율의 46.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태양광 산업의 경우 중국은 전 세계 생산의 80퍼센트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과잉 공급은 생산 단가보다 낮은 수출 가격을 야기했고, 이는 곧 글로벌 가격 붕괴로 이어졌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중국 자동차 산업의 평균 순이익률은 4.3퍼센트까지 추락했고, 다수 기업이 1퍼센트대 이하의 수익성으로 생존 위기에 놓였다. 태양광 모듈 가격은 2020년 대비 90퍼센트 이상 하락해 2025년 6월 기준 1와트당 0.12달러까지 떨어졌으며, 업계의 부품 재고는 폭증하고 수익성은 바닥을 찍었다. 이로 인해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는 33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정부는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번 공급 축소는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서 국제 외교 전략의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감산 조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 속에서 양국 간 구조적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지렛대로 기능할 수 있다. 미국은 그간 중국산 AI 전용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이 과잉 생산을 통해 디플레이션을 세계 경제에 수출하고 있다는 비판을 이어왔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감산 정책을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025년 7월 기준 미중 비즈니스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대기업의 42퍼센트가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으며, 과잉 생산 문제가 미국 기업이 꼽은 10대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재등장했다. 미국 기업들은 보조금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의 덤핑이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이익 축소와 가격 왜곡이 글로벌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겐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존재한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감산 정책으로 인해 공급량이 줄면서 경쟁 압박이 완화되고,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기업들의 수익성도 일정 부분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한화솔루션 등 일부 태양광 업체는 공급과잉 해소로 인해 가격 방어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업체는 중국 시장 진출의 모멘텀을 다시 엿보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치열한 구조조정 생존자들과의 진검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감산 이후 살아남은 소수 대기업들, 예컨대 BYD, CATL, 지리차 등에게 자원을 집중적으로 배분하고, 이들 기업은 정제된 형태로 글로벌 시장에 재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여전히 14억 인구의 내수시장과 지방정부의 보조금, 국가 전략 산업 지원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비중국 기업들은 더 강력한 가격과 물량 경쟁에 다시 직면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가장 우려해야 할 지점은 구조조정 이후다. 중국 기업들이 살아남은 후에는 보다 고도화된 생산 체계와 축적된 보조금 혜택을 바탕으로 제품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할 수 있으며, 한국 기업이 이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배터리 업계는 CATL과 BYD 등과의 가격 경쟁에서 이미 밀리고 있는 상황이며, 기술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생산 단가만으로는 더 이상 대응이 어렵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2025년 7월의 중국 공급개혁은 단순한 산업 조정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통제, 무역 외교 전략, 글로벌 산업 판도 재편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이고 전략적인 거대 조정이다. 한국은 지금이 단기 기회인지, 아니면 장기 위기의 전조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진짜 승부는 구조조정 이후 살아남은 중국 메가 플레이어들과의 2차전에서 벌어질 것이며, 이에 대한 전략적 대비가 없다면 단기 호재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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