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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월가로부터 중립적인가?

by 김창익

2025년 7월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현행 4.25%–4.50%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연속 다섯 번째 금리 동결로, 연준(Fed)이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바로 두 명의 연준 이사가 반대표를 던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반대표를 행사한 인사는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J. Waller) 연준 이사와 미셸 보우만(Michelle W. Bowman) 감독 부의장이다. 두 사람 모두 0.25%포인트의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의 입장은 "노동시장이 식어가고 있으며, 무역정책 변화(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활)가 경기 하방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동시 반대표 행사 사례는 1993년 이후 처음이며, 연준 내부에서도 이례적인 '공개 이견'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두 인사 모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월러는 2020년 세인트루이스 연은 출신으로 이사로 임명되었고, 보우만은 2018년부터 연준 이사를 맡아 2020년부터는 감독 부의장으로 재임 중이다. 두 인사는 과거에도 독립적인 의견을 자주 개진했지만, 이번 동시 반대는 단순한 정책 이견을 넘어 차기 연준 리더십 구도와의 연계성으로까지 해석되고 있다.


이는 2026년 5월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향후 의장직 교체 구도에 정치적 신호를 보내는 행위로 간주된다. 실제로 크리스토퍼 월러는 트럼프의 측근 인사들 사이에서 잠재적 연준 의장 후보로 자주 거론되고 있으며, 보우만 역시 감독 부의장직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역시 이 반란표를 단순한 금리 이견이 아닌 정치적 압력과 연준 독립성 사이의 갈등으로 해석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의 직전 X(구 트위터)를 통해 "금리를 지금 당장 인하하지 않으면 연준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직접적인 압박 메시지를 남겼다. 연준이 이를 무시하고 동결을 택하자, 트럼프 측은 익명 보좌관 코멘트를 통해 "현 연준은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비판을 즉각적으로 내놓았다. 시장은 이를 연준과 트럼프 캠프 간 정책 주도권 싸움의 서막으로 인식하고 있다.


채권 시장은 반대표 이슈 이후 일시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를 상향 조정했으나,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현재 정책금리는 적절하며, 인플레이션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발언하면서 9월 인하 가능성은 일부 후퇴했다. CME FedWatch 툴에 따르면, 9월 금리 인하 확률은 회의 전 63% 수준에서 회의 직후 약 47%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일부 트레이더들은 "연준 내부 균열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며 11월 이후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해석을 유지하고 있다.


주식 시장은 금리 동결 자체에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지만, 연준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과 트럼프 재집권 시 정책 환경 변화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폭 조정세를 보였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향후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낙폭을 확대했다.


요약하자면, 이번 회의는 단순한 금리 동결을 넘어 연준 내부의 정책 균열, 정치적 긴장감의 증폭, 그리고 차기 연준 체제에 대한 신호전이라는 복합적 의미를 담고 있다. 반대표를 행사한 두 명의 이사는 단순한 반란자가 아니라, 향후 연준의 정책 기조를 이끌 수도 있는 잠재적 지도자들이다. 그들의 발언과 투표가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은, 단지 금리 인하냐 아니냐를 넘어서 연준의 독립성과 정치 중립성의 존속 여부와도 직결될 수 있다.



중앙은행의 중립성이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란,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 정치 권력이나 정부로부터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뜻을 넘어, 국가 경제의 중장기적 안정을 위해 단기 정치 압력에서 자유롭게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말한다.


예를 들어, 물가 상승률이 과도하게 높아질 때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하지만, 선거를 앞둔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싶어 할 수 있다. 이때 중앙은행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기준금리 결정을 정치적으로 왜곡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인기 정책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 불안정과 금융시장 왜곡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도 경제 데이터와 장기적 시계에 기반해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된다. 첫째, 제도적 독립성은 정부로부터 물리적·법적으로 분리되어 있는지를 말하며, 둘째, 운영의 독립성은 금리, 유동성, 통화량 등의 정책 수단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목표의 독립성은 중앙은행이 단기적 물가 안정, 실업률, 환율 등 무엇을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을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다.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목표는 정부와 공유하되, 수단의 결정에서는 상당한 자율권을 갖는 혼합형 구조를 채택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법적으로 대통령이나 의회로부터 독립된 기구이며, 의장은 대통령이 지명하지만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고, 임기는 대통령 임기와 어긋나게 설정되어 있다. 이는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중립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명시적으로 정치 개입이 불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물가안정 하나만을 명확한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두었다.


이러한 독립성은 때때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경기 침체기에 정부는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를 원하지만,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을 우려해 금리 동결 또는 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기관이 실질적인 경제 권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된 국가일수록 물가 안정성과 금융 시스템의 신뢰도, 장기 경제성장률 측면에서 유의미한 우위를 보인다는 것이 연구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결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특정 인물이나 기구의 권력이 커지자는 것이 아니라, 단기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경제 전체를 책임지는 중립적 판단 체계를 지키기 위한 헌법적 장치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방파제에 가깝다. 시장은 바로 이 중립성과 일관성을 신뢰하며, 그 신뢰가 흔들릴 때 통화정책은 단기적 효력을 잃고 장기적 리스크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정치로부터의 고립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중심을 흔들림 없이 붙잡아주는 자율성과 전문성의 토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연준은 월가로부터 중립적이었나?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이상은 오랜 시간 동안 통화정책의 근간이자 헌법적 원칙처럼 여겨져 왔다.

그 개념은 정치권력, 특히 선거를 앞둔 정부의 단기적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위해 전문가 집단이 자율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 50여 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의 정책 궤적을 돌아보면, 과연 그 ‘독립성’이 실질적으로도 중립적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된다.


1980년대 볼커 쇼크 이후, 세계는 탈규제와 금융 자유화의 흐름 속에서 글로벌 자본과 금융 중심지인 월가에 유리한 경제 구조로 재편되었고, 중앙은행은 이 흐름에 정교하게 적응하며 때로는 앞장서기도 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양적완화(QE)와 제로금리 정책은 실물 경제의 회복보다는 금융자산 가격을 부양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자산시장은 폭발적으로 상승했지만,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거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상승의 이익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그 결과는 명백하다. 자산가들은 더 부자가 되었고, 부의 불평등은 심화되었으며,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졌다.


이 상황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2022년부터 반복적으로 경고음을 냈다. 그는 “연준은 과도하게 긴축하거나 과도하게 완화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저금리 기조와 자산버블이 결합된 지금의 정책에 대해 “일반 국민은 월세 오르고 월급 안 오르는데, 연준은 부자들만 더 부자 되게 만들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2024년에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중앙은행이 정치권에서 독립적인 건 맞지만, 월가와 독립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끄는 머스크조차 중앙은행의 ‘중립성’이라는 서사에 불신을 표한 것이다.

사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정치로부터의 독립은 보장받았지만, 자본과 금융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구조적으로 결여된 상태라는 비판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미국 연준의 이사 상당수는 대형 투자은행, 로펌, 국제 컨설팅 그룹 출신이며, 임기를 마친 뒤 월가 대형 기관으로 되돌아가는 **‘회전문 구조’**는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그들이 세운 금리 정책은 실질적으로 월가와 상위 10% 자산가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했고, 금리는 낮추되 임금은 오르지 않고, 부동산과 주식만 급등하는 비대칭 구조는 이 결과물이다.


게다가 연준은 자신들의 정책이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의 우선순위는 '자산시장 안정'과 '채권자 신뢰 유지'에 더 가까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의 중립성은 사실상 이너서클(금융자산가·대기업·고액투자자)을 위한 정치적 정당화일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중앙은행은 정치권력에서 독립된 대신 금융권력에 봉사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정치적 정치기구, 다시 말해 **‘민주주의 바깥에서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행위자’**로 기능해 온 것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중립성’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그 중립성이 누구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작동해왔는가다.

정치는 때때로 포퓰리즘에 휘둘릴 수 있지만, 금융정책이 구조적으로 자산가 편향이라면 그것도 하나의 정치다.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이 단지 시장의 반응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그 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진 이들의 이익에 정치적으로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어주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중립이 아니다.

그건 이름만 ‘독립’이지, 실질은 ‘이너서클을 위한 통화정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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