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이글 광고로 쪼개진 세계
미국 배우 시드니 스위니가 패션 브랜드 ‘아메리칸 이글’ 청바지 광고에 출연하자, 광고 문구 “훌륭한 청바지를 가졌다”가 청바지(jeans)와 유전자(genes)를 겹쳐 읽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백인 우월주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우파 인사들은 이를 “정치적 올바름(PC)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에 맞서는 상징”으로 치켜세우며 소셜미디어에서 확산시켰고, 스위니는 순식간에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아이콘으로 부각됐다. 반대편에서는 그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번 사건이 우파의 상징 점거 전략에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현상은 경제 상황과 깊이 맞물린다. 경제가 둔화되고 생활비 압박과 소득 정체가 심화될수록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 안으로 결집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사회과학의 ‘현실적 집단갈등 이론’은 자원이 부족하다고 느낄수록 타 집단에 배타적이 된다고 설명하고, ‘상대적 박탈감’ 이론은 기대한 삶과 실제 삶의 격차가 분노를 낳아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게 한다고 본다. ‘지위·문화 역류’ 이론과 ‘권위주의 성향 활성화’ 역시 위기 상황에서 전통 다수 집단이 지위 하락과 가치 변화에 반발하며 강한 리더와 단순한 규범을 지지하게 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실제로 금융위기나 지역 경기 침체 이후 극우·포퓰리즘 세력이 득세하고, 산업 쇠퇴 지역에서 보수 지지가 강해진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브랜드 마케팅도 이 구도에 얹힌다. 불황기엔 적은 비용으로 강한 결집 효과를 내는 ‘편 가르기형 캠페인’이 유혹적이며, 우호 진영의 ‘바이컷’과 반대 진영의 보이콧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시장은 정체성별로 쪼개진다. 스위니 광고는 내용보다 ‘우리 편’이라는 표식으로 작동했고, 우파는 이를 증폭해 문화 전쟁의 무기로 삼았다. 그 결과 인종·지역·민족별 블록화가 강화됐고, 경제적 불안이 문화·정치 분열의 기름이 되는 전형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앞으로 경기와 생활 안정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이런 상징 전쟁과 정체성 소비는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
미중, 블록 대립 심화
미국이 극초음속 미사일 ‘다크 이글(LRHW)’을 호주 북부에 배치하기로 하면서 인도·태평양에서 미·중 전략 경쟁이 군사 블록 대립 단계로 들어섰다. ‘다크 이글’은 사거리 2800km, 최고 마하 17의 속도로 중국 본토와 주요 군사 거점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최신 전력으로, 미국이 본토 밖에 배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배치는 호주를 거점으로 중국의 ‘제2 도련선’ 돌파를 차단하고, 남중국해·대만해협·서태평양 전역에 대한 미국의 억제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중국은 이미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DF-21D, DF-26B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ASBM) 전력으로 미군의 접근을 막는 A2/AD(접근 거부·지역 거부) 전략을 운용 중이다. 이로 인해 미군이 1·2 도련선 안쪽에서 자유롭게 작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미국은 이를 뚫기 위해 일본·필리핀·호주를 잇는 현대판 ‘게릴 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호주 배치는 그 남쪽 축을 담당해 중국의 남진 전략을 직접 겨냥하며, 인도·태평양 전방 방위망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이 상황은 단순한 무기 경쟁이 아니라, 경제 불안과 지정학적 긴장이 결합해 국가 단위의 블록 결속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 있다. 시드니 스위니 광고가 미국 사회 내부에서 문화 전쟁을 촉발해 진영 결속을 강화했다면, ‘다크 이글’ 배치는 국제 무대에서 군사·경제 블록의 경계를 더욱 선명하게 긋는 행위다. 양쪽 모두 불확실성과 위기 국면에서 ‘우리 편’과 ‘적’을 명확히 구분하는 상징을 세우고, 이를 결집과 억제, 힘의 과시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구조가 같다.
결국 ‘다크 이글’의 호주 배치는 미·중 경쟁이 단순한 영향권 다툼을 넘어, 인도·태평양 전역을 무대로 한 전면적 세력 블록화와 군사적 포위망 구축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군사·정치적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