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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어스액트 통과 이후 후속 절차와 준비현황

by 김창익


후속 절차와 규제 확정 과정


지니어스액트(GENIUS Act)가 통과된 뒤 남은 절차는 명확하다. 먼저 재무부, 연준, OCC, FDIC, FinCEN 등 주요 감독 기관이 법률 위임을 받아 세부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이 규칙은 스테이블코인의 정의, 발행자 허가 요건, 준비금 구성 방식, 공시 및 감사 기준, 거래 시 준수해야 하는 KYC/AML 규정, 해외 발행자의 미국 내 접근 제한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하게 된다. 이 과정은 행정절차법에 따라 예고 규정(NPRM)을 공표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규정을 확정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이후 은행과 비은행 발행자를 대상으로 한 등록·인가 창구가 열리고,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토큰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의 전환 유예가 주어진다. 법률에는 승인받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은 3년 후부터 미국 내 유통이 제한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발행자들은 유예 기간 내에 반드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은행 발행자의 준비와 전망


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준비가 빠르다. 발행 구조를 자체 토큰 발행으로 할지, 화이트라벨 파트너를 통한 간접 모델로 할지를 선택하고, 준비금은 현금이나 단기 국채로 1:1 보관해야 한다. 커스터디 계약은 은행 내 분리계정으로 운영되며, 월별 준비금 보고와 연간 제3자 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거래 고객에 대해서는 개인뿐 아니라 법인의 실소유자까지 확인하는 KYC 절차와, OFAC 제재 리스트 및 고위험국가 매칭을 포함한 AML 모니터링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은행은 이미 사용 중인 Chainalysis나 Elliptic 같은 블록체인 분석 툴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기관 고객의 결제와 정산 수요를 겨냥할 전망이며, 카드 네트워크와 제휴해 국제 송금과 머천트 정산 파일럿을 시작할 수 있다.


비은행 발행자의 준비와 활용 가능성


비은행 발행자는 새로 생길 연방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며, 주 단위 머니서비스 라이선스와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 준비금은 은행 신탁계좌에 분리 보관해야 하고, 스마트컨트랙트는 보안 감사와 키 관리 정책을 갖춘 상태에서 발행해야 한다. 또한 발행과 소각 권한, 업그레이드 절차, 긴급 정지 조건 등을 거버넌스 규칙에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 마케팅 과정에서도 “달러 연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상환 조건과 위험 고지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이미 미국 각 주에서 라이선스를 갖추고 운영 중인 핀테크 발행사들은 연방 표준에 맞춰 리브랜딩이나 재인가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특히 상인 결제와 B2B 국경 간 송금 같은 영역에서 빠르게 활용 사례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빅테크 기업의 전략과 시나리오


빅테크의 경우 비은행 범주에 속하지만 규모와 영향력이 다르다. 아마존은 셀러 정산과 국제 판매 대금, 광고비 결제에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 정산 지연과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 있다. 이때 이더리움 레이어2를 기반으로 하고, 중앙화 거래소의 온·오프램프를 연결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애플과 구글은 인앱 결제 수수료 문제와 직결되므로 규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은행 파트너를 통한 발행 경로가 유력하다. 메타는 이전의 디엠(Diem) 프로젝트 좌초 경험 때문에 규제 친화적이고 소규모의 파일럿을 먼저 시도한 뒤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클라우드는 B2B 결제, 정산, 클라우드 크레딧 결제를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전환하며 API를 통해 기업 결제를 자동화할 수 있다.


데이터로 본 스테이블코인 시장 확대


데이터를 보면 이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지 알 수 있다. 2024년 전체 스테이블코인 온체인 거래액은 약 28조 달러로, 이는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합친 연간 거래액을 넘어선 규모다. 같은 해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전년 대비 65%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Bitwise 분석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활동의 약 95%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발생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활성 지갑 수는 전년 대비 40% 증가하며 인프라의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은행과 빅테크 모두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결제 인프라로 편입하려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결론


결국 후속 절차는 규제 세부 규칙 확정과 등록 절차 개시, 그리고 시장 인프라의 단계적 구축으로 이어진다. 은행은 규제 친화성과 신뢰를 앞세워 기관 결제와 정산을 선도할 것이고, 비은행과 빅테크는 사용자 접점과 생태계를 무기로 거래량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GENIUS Act는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금융 인프라에 편입시키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더리움은 사실상 결제 백엔드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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