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시행에 따른 새로운 요구
지니어스액트(GENIUS Act)가 통과되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은 은행이든 비은행이든 연방 차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테더는 케이맨 제도 등록사로 미국 내 은행 면허가 없기 때문에 새로 마련될 비은행 발행자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또한 준비금은 반드시 현금과 미국 단기 국채로 1:1 보유해야 하는데, 현재 테더는 여전히 비트코인과 금을 일부 보유하고 있어 자산 구성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여기에 매월 준비금 보고와 연간 회계감사, 그리고 발행사 차원에서 직접 수행하는 KYC와 AML 의무가 추가된다. 무엇보다도 법률은 3년 후부터 인가받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의 미국 내 유통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테더가 등록하지 않으면 주요 미국 거래소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발행량과 매출에서 본 미국 시장의 비중
테더는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약 1570억 달러 규모의 USDT를 발행했고, 시가총액 기준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약 68%를 차지한다. 같은 시기 미국 재무부 채권 보유액은 1270억 달러에 달했으며, 2분기 순이익만 49억 달러에 이르렀다. 2024년 한 해 수익은 130억 달러로 골드만삭스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행량과 매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구체적 비중은 크지 않다. 테더의 성장은 주로 아시아, 남미, 신흥국 시장에서 발생했고, 미국 내 수요는 전체의 일부에 그쳤다. 따라서 미국 규제 환경 변화가 테더 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KYC/AML 직접 운영의 어려움
테더가 미국에서 인가를 얻으려면 KYC와 AML을 직접 운영해야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블록체인 거래는 익명 또는 가명 기반이어서 실제 사용자를 확인하기가 어렵고, 각국의 규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복잡성이 커진다. 또한 신원 확인, 제재 리스트 조회, 의심거래보고 같은 절차를 직접 운영하려면 높은 비용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이는 사용자 경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블록체인 분석 툴과 트래블룰 준수 프로토콜, 모니터링 시스템을 모두 통합해야 하는 기술적 난이도까지 겹친다. 테더처럼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회사에는 이러한 직접 운영 체계 전환이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실적인 대응 가능성
테더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 인가를 획득할 가능성은 낮다. 과거 규제 당국과의 마찰, 투명성 논란, 준비금 구성 문제를 고려하면 인가 취득보다 미국 시장의 일부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테더는 미국보다 신흥국 시장에서 더 널리 쓰이고 있으며, 특히 터키, 브라질, 아르헨티나 같은 국가에서는 송금과 결제 수단으로 사실상 디폴트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리잡았다. 테더는 이러한 지역에서 현지 거래소와 핀테크와의 제휴를 강화하며 글로벌 달러 대체 결제 수단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결론: 미국과 글로벌 시장의 분화
지니어스액트는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규제 친화적인 발행자, 특히 USDC나 은행 발행 토큰이 차지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반면 테더는 미국 시장보다는 신흥국과 글로벌 송금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미국 내에서는 규제 준수형 코인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테더가 중심이 되는 이원화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 이는 테더가 미국 규제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이미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른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테더의 미국 시장 점유율 유지 전략
1. 준비금과 투명성 강화
테더가 미국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준비금 구성과 투명성을 개선해야 한다. GENIUS Act가 요구하는 1:1 현금·미국 단기 국채 보유 원칙을 충족시키기 위해, 현재 일부 보유 중인 비트코인·금 같은 대체자산을 정리하고 달러 및 T-bill 중심의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 지금의 분기별 어태스테이션 수준에서 벗어나, 월별 준비금 보고와 PCAOB 인증 회계법인에 의한 연간 감사를 공개해야만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Circle(USDC)처럼 규제 친화적 이미지를 가진 경쟁사와의 격차를 줄이는 핵심 조치다.
2. KYC/AML 인프라 도입
미국 내에서 유통되려면 직접적인 KYC/AML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테더는 그간 거래소와 OTC 파트너에게 준수 의무를 떠넘겨왔지만, 이제는 발행사 차원에서 고객 신원확인, 제재 리스트 매칭, 거래 모니터링, 의심거래 보고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 분석 툴(Chainalysis, Elliptic 등)과 트래블룰 솔루션을 연동하고, 전담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두는 것이 불가피하다. 단기적으로 비용이 크더라도, 이를 통해 규제 당국의 신뢰를 얻는 것이 시장 잔류를 위한 관건이다.
3. 미국 내 제휴 및 파트너십 전략
테더가 단독으로 인가 취득을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미국 은행이나 규제 친화적 파트너와의 합작이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예를 들어 발행·커스터디를 은행이 맡고, 테더는 글로벌 유통과 유동성 관리에 집중하는 이원화 구조가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규제 리스크를 줄이고, 동시에 테더가 가진 막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미국 내 수요와 연결할 수 있다.
4. 시장 포지셔닝 조정
테더는 미국에서 리테일 결제보다는 기관·거래소 유동성 공급자로 포지셔닝을 강화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의 상당수가 USDT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 내 거래소에 안정적인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또한 일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B2B 결제·송금 파일럿을 추진해 제도권 채널과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
5. 브랜드 재구성과 이원화 전략
만약 직접적인 규제 준수가 지나치게 부담스럽다면, 테더는 미국 전용 규제 친화적 브랜드를 별도로 운영할 수도 있다. 본사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국 시장에서는 파트너사 명의로 발행된 “규제 친화형 USDT”를 제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존 방식의 USDT를 유지하는 이중 전략이다. 이는 테더가 글로벌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내 점유율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절충안이 될 수 있다.
결론
테더가 미국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준비금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KYC/AML 체계를 직접 도입하며, 은행이나 규제 친화적 파트너와 협력하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테더는 **“글로벌 시장 지배력 유지 + 미국 시장 최소한의 규제 준수”**라는 균형점을 찾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3년 유예기간 이후 미국 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의 테더 활용 전략 vs 미국의 대응 전략
시나리오 A: “홍콩 게이트웨이” — 규제 우산 아래 테더-역외달러 결제망 만들기
홍콩은 2025년 8월 1일부터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 제도를 시행한다. 발행·마케팅·유통에는 HKMA 인가가 필요하고, 준비금·상환·KYC/AML·리스크관리 기준이 명문화됐다. 중국(본토)은 여전히 크립토를 금지하지만, 홍콩에 한정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역외 결제·B2B 정산을 실험할 수 있다. 이 틀 안에서 중국계 은행/핀테크가 (1) 달러기반 스테이블코인(USDT 유동성 활용), (2) 역외 CNY(CNH) 연동 코인, (3) e-CNY ↔ 달러 스테이블코인 브릿지를 조합해 무역·해외송금을 처리하면, 본토 자본통제는 유지하면서도 실사용을 확대할 수 있다. 홍콩은 “소수 라이선스부터 단계 허용” 방침이라 초기 허가가 제한될 전망이지만, 제도권 하의 B2B 결제에는 충분한 테스트베드가 된다.
미국의 대응: 워싱턴은 **“허가형(규제형) 달러 스테이블코인 표준화”**를 밀어 홍콩·동맹시장에 USDC/은행발행 토큰 채택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FATF의 트래블룰·AML 강화를 국제공조 프레임으로 내세워, 비인가/불투명 스테이블코인이 홍콩을 통해 확산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 홍콩의 신원확인(고객 식별) 요건 강화도 그 흐름과 맞물린다.
시나리오 B: “그림자 달러망” — 제재 회피·비서방 무역에서 테더 쓰기
러시아·중동·아프리카 일부 교역에서 USDT를 중개통화로 쓰는 관행은 이미 관찰되고 있다. (예: 러시아의 대중·대인도 원유거래 일부 구간에서 비트코인·이더·USDT 사용, 2019년 러시아-중국 국경 무역의 USDT OTC 정산 관행 등.) 중국은 이 익숙한 경로를 비서방 교역권(브릭스·제재국 인접권) 으로 확장할 유인이 있다. 다만 본토 당국은 외환통제 위반·불법 외환거래에 대해 USDT 사용 경고 및 단속을 이미 공언한 바 있어, 공식 장려가 아니라 **“묵시적·케이스별 활용”**로 남을 공산이 크다.
미국의 대응: 재무부·법무부는 온체인 포렌식+세컨더리 제재로 개별 OTC 데스크·지갑·중개인을 겨냥해 망을 “핀셋 붕괴”시키는 전략을 쓸 수 있다. 2024~25년 Tether에 대한 제재·AML 소문 및 조사 보도가 이어진 것도, 이런 “표적 압박” 시나리오의 신뢰도를 높인다. OFAC/FinCEN의 거래망 제재가 추가되면, 테더 유동성은 합법 금융과의 접점에서 더 위축된다.
시나리오 C: “e-CNY 브릿지” — e-CNY ↔ USDT 양방향 스왑 레일
e-CNY의 국제 사용성은 낮지만, USDT의 글로벌 유동성은 압도적이다. 중국은 허가받은 VASP(홍콩·싱가포르 등)를 통해 e-CNY↔USDT 스왑을 제공, 해외 바이어가 USDT로 결제 → 수취측에서 e-CNY로 전환하는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이는 e-CNY 직접 강제보다 채택 장벽이 낮다. 다만 트래블룰·송신자/수취자 식별이 확실치 않으면 글로벌 은행망과의 연결이 막히므로, 거래당 KYC 데이터 패키지를 첨부하는 규격(메시징 표준)을 정교화해야 한다. FATF는 2025년 트래블룰 모범사례를 갱신했고, 감독강도가 올라가고 있다.
미국의 대응: **“KYC 완비된 허가형 스테이블코인만 국제 표준”**이라는 서사를 밀어붙이며, 무(無)신원·불충분신원 플로우가 끼어든 브릿지를 동맹국 규제와 함께 차단하는 압박을 전개할 수 있다. (유럽은 이미 MiCA로, 홍콩은 오디넌스로, 미국은 Genius Act+반-CBDC 기조로 각각 정합성을 맞추려는 흐름.)
시나리오 D: “전략적 파트너십/지분” — 테더와의 직접적 이해관계 구축
중국계 국유·민간 금융이 커스터디·유통 파트너십을 맺거나, 더 나아가 전략지분을 확보해 유동성·결제 네트워크 영향력을 얻는 방안도 있다. 리스크는 크다. 미국이 테더·관계사·특정 준비금 커스터디에까지 제재를 확장할 경우, 미국 은행 결제망·달러 MMF·상업어음 접점이 막혀 테더 자체의 준비금 운용이 흔들릴 수 있다. 2024~25년 미 연방 수사·제재 검토 보도가 반복되며 이 시나리오의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을 키웠다.
미국의 대응: 지갑·법인·개인 단위의 지정학 제재와 함께, “미국 승인 스테이블코인만 달러 준비금 접근 허용” 같은 간접 규범을 강화해 준비금-미국채-커스터디의 목을 죌 수 있다. 동시에 GENIUS Act로 투명성·감사·준비금 기준을 국제 표준처럼 수출하며, “비인가 달러 토큰”의 결제접근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미국의 거시적 전제: “CBDC 금지 → 민간 스테이블코인 전략”
미국은 2025년 “디지털 달러 금지” 기조를 굳혔다. 하원은 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H.R.1919) 를 통과시켰고, 백악관은 CBDC 개발 금지 방향을 못박았다. 따라서 공공 CBDC 카드 대신,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는 노선이 분명하다. 이 노선 하에서 미국은 허가형 달러 토큰을 국제 기준으로 띄우고, 테더·무허가 토큰은 AML·제재 프레임으로 압박하는 투트랙을 구사한다.
실행 체크리스트(양측)
중국(정책/실무): (1) 홍콩 인가 취득·우선도 높은 B2B 유스케이스부터 론칭, (2) e-CNY↔USDT 스왑 표준화(트래블룰 메시지 포함), (3) 러-중·중-중동 교역에서 USDT 정산의 회계·세무 처리 가이드 마련, (4) 본토 SPP/SAFE의 불법외환 단속선과 충돌 방지 매뉴얼.
미국(정책/집행): (1) GENIUS Act 후속 규정으로 감사·준비금·상환을 글로벌 최상위 기준으로 고도화, (2) FATF/동맹 규제와 공조해 비인가 스테이블코인 취급 VASP를 상호주의 방식으로 제한, (3) OTC·지갑·수출통제를 겨냥한 세컨더리 제재의 온체인 집행 체계 고도화, (4) 홍콩 규제기관과의 채널을 통해 라이선스 요건(신원확인/리딤) 상향 협의.
관찰해야 할 신호(실전 인디케이터)
홍콩 첫 인가 발급 주체가 어디인지(중국계 대형은행/빅테크 참여 여부), 인가 수 제한·범위.
테더 관련 미 수사/제재의 공식 진전(기소, OFAC 지정, 준비금 커스터디 제재 등).
월스트리트저널
러시아 원유·중간재 거래에서 크립토/USDT 사용의 규모·빈도 변화.
Reuters
FATF 트래블룰 집행의 지역별 강도(동남아·중동 허브의 감독 수준).
FATF
한 줄 결론
중국은 홍콩 인가 체계와 USDT의 글로벌 유동성을 이용해 역외 달러 결제·e-CNY 브릿지를 키울 수 있고, 미국은 허가형 달러 토큰 국제표준화 + 표적 제재로 그 네트워크를 고립시키려 한다. 게임의 승패는 홍콩 인가 설계의 강도, 미국의 집행 속도, 러-중 교역 등 실사용 데이터가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