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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과 M2 유동성

by 김창익

달러의 기본 메커니즘은 중앙은행과 재무부, 그리고 은행 대차대조표가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연준은 국채 같은 자산을 사들이며 은행 시스템 안에 새로운 준비금을 찍어 넣고, 은행은 그 준비금을 기초로 예금을 창출하는 대출을 늘린다. 재무부는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정부 지출로 민간에 달러를 뿌린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통화량이 단일 파이프에서 찍혀 나오는 게 아니라,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과 정부의 채권 발행, 그리고 은행의 신용창출이라는 다층적 과정 속에서 ‘기초 통화 → 은행 준비금과 예금 → 광의 통화’로 증폭된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공적 파이프라인 바깥에서 민간이 만든 ‘병렬 통화 레일’을 운영한다.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1억 달러를 맡기면 같은 액수의 디지털 달러 토큰이 온체인에 새로 생겨난다. 이때 예치금은 금고에 갇혀 있지 않는다. 발행사는 유동성과 보수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단기 미 국채, 역레포, 은행 예금, 머니마켓펀드로 굴린다. 결과적으로 오프체인에서는 1억 달러가 국채·MMF·은행으로 흘러가 금융시장의 유동성 풀을 두텁게 만들고, 온체인에서는 1억 개의 디지털 달러가 결제·담보·거래에 즉시 쓰인다. 똑같은 1억 달러가 두 장부에서 동시에 기능을 수행하는 꼴이다: 하나는 전통 금융 장부(예치금이 운용되는 쪽), 다른 하나는 블록체인 장부(토큰이 유통되는 쪽).


여기서 “두 배가 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엄밀히 말해 발행사가 예치금을 마음대로 쓰는 건 아니니, 경제주체 전체로 보면 ‘한 번 더 찍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물경제 관점에서는 효과가 비슷하게 나타난다. 예시로 10억 달러를 생각해보자. 첫째, 온체인에서는 10억 달러 토큰이 새 유동성으로 즉시 기능한다. 둘째, 오프체인의 10억 달러 예치금은 MMF와 국채를 거치며 다시 달러 유통망에 편입된다. 이 돈을 받은 MMF·딜러·은행은 그 준비금으로 다른 자산을 사거나 대출·레포를 확대한다. 즉, 같은 원금이 두 시스템에서 각각 거래·결제 능력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실효 유동성은 한 겹 더 두터워진다. 공식 통화지표(M2 등)에 스테이블코인이 잡히지 않는다는 통계상의 한계까지 감안하면, 정책당국이 체감하는 “유동성 과잉”은 숫자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이중 레일의 순환은 평시엔 미국에 유리하다. 온체인 유동성이 커질수록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달러 결제가 늘고, 발행사 준비금이 국채로 쏠릴수록 미국의 단기 조달비용이 낮아진다. 신흥국과 크립토 시장에서 달러 토큰이 현금 역할을 하며 달러 사용권을 넓히고, 동시에 미국 정부는 저금리로 빚을 더 쉽게 판다. ‘달러 수요 확대’와 ‘국채 수요 확대’가 한 몸처럼 굴러가는 구조다.


하지만 같은 기제가 위기 때는 반대로 뒤틀린다. 온체인에서 신뢰가 흔들려 대규모 환매가 몰리면 발행사는 장부를 맞추기 위해 준비금 자산을 현금화해야 한다. 준비금의 핵심이 단기국채라면 시장에 물량이 갑자기 쏟아진다. 빌 금리가 튀고 가격이 흔들리면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그 충격은 은행·MMF·딜러를 타고 전통 금융으로 번진다. 온체인에서는 페그 불안으로 디지털 달러의 결제 기능이 경색되고, 오프체인에서는 국채·레포 시장이 요동치는 ‘쌍방향 긴축’이 동시에 나타난다. 평소엔 한 겹 더 두터웠던 유동성이, 위험 시엔 한 겹 더 빠르게 말라붙는 구조적 아이러니다.


이 과정을 회계 흐름으로 더 세분해 보자. 개인 A가 은행 예금 10억 달러로 스테이블코인을 민팅하면, A의 은행 예금은 10억 달러 줄고 발행사 계정이 10억 달러 늘어난다. 발행사는 이 자금을 MMF나 단기국채로 갈아탄다. 만약 은행 예금이 MMF로 옮겨가면 공식 통계의 M2는 오히려 줄 수도 있다(예금 감소, MMF는 M2 밖). 그렇다고 실물 유동성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블록체인에서는 새 토큰이 활발히 쓰이고, 전통 금융에서는 MMF의 투자와 레포를 통해 다른 형태의 달러 유동성이 살아 움직인다. 즉, ‘통계상 통화량’과 ‘체감 유동성’이 엇갈리며 과열·버블 판단을 더 어렵게 만든다.


오프쇼어 발행의 경우는 또 다르다. 해외 은행에서 모은 달러로 미 국채를 사들이는 구조라서 미국 은행의 예금 통계 변화는 희미하지만, 단기국채 수요는 똑같이 늘어난다. 이 경우 달러의 ‘영토 밖 사용권’이 더 커지고, 미국 통화정책의 전파는 더 간접적이 된다. 흔히 유로달러 시장에서 보던 “그림자 달러”가 이제 온체인 토큰과 결합해 더 빨라지고 더 넓어졌다고 보면 된다.


충격 시나리오를 숫자로 하나만 짚자. 온체인에서 100억 달러 환매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 발행사는 동일 금액의 준비금을 현금화해야 한다. 단기국채는 깊은 시장이지만, 특정 만기 구간에 매도 물량이 몰리면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호가 공백이 생긴다. 몇 시간 안에 처리하려면 대개 역레포·딜러 창구에 ‘매도 압력’이 쏠리고, 단기 금리는 상방으로 튄다. 같은 시점 온체인에서는 페그 스트레스가 환매를 더 부른다. 이게 바로 “두 레일이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는” 메커니즘이다.


이 구조가 ‘달러 초과공급’의 원동력이 되느냐는 질문에 답하면 이렇다. 법정통화의 협의 정의로는 스테이블코인이 ‘추가 발행’은 아니다. 하지만 실물 경제의 결제·담보·투자 능력을 기준으로 보면, 발행과 동시에 기존 예치금이 전통 금융에서 다시 승수를 타고, 새 토큰이 디지털 금융에서 또 다른 승수를 만든다. 정책 관점에서는 그게 바로 초과공급의 체감이며, 자산가격·크레딧·레버리지에 반영되는 건 통계가 아니라 ‘유효 유동성’이다.


그래서 위험 관리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발행사 쪽에서 만기구조와 현금성 버퍼를 두껍게 가져가고, 환매 속도와 일치하는 ‘당일 현금화’ 수단(현금·역레포·TGA 연계형 창구 등)을 비중 있게 유지하는 것. 둘째, 시스템 차원에서 국채·레포 시장의 방파제(딜러 배분, 상시 역레포 창구, 스트레스 시 완충 한도)를 미리 설계하는 것. 여기에 더해,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통화지표의 보조지표로 최소한 계량·공시해 “숫자로 보이지 않는 유동성”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래야 평시의 달콤한 승수가, 위기의 순식간 긴축으로 뒤집히는 걸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의 쓰임새를 세계 구석구석으로 확장하는 최고의 증폭기이자, 스트레스 때 달러 체계의 균열을 한 번 더 확대할 수 있는 증폭기다. 같은 장치가 호황과 불황에서 정반대의 레버로 작동한다는 것, 그게 이 구조의 본질이다.



M2 통화량에 잡히지 않는 스테이블코인과 그 준비금

- 통계상 통화량은 감소하는데 실제 쓸 수 있는 통화량은 늘어나

- 온체인 통화량과 숨은 오프체인 통화량


미국의 통화지표는 단계별로 정의돼 있다. M1은 현금과 요구불예금(체킹계좌) 같은 가장 즉시 사용 가능한 돈이고, M2는 여기에 저축예금, 소액 정기예금, 그리고 개인 투자자 대상의 소매형 MMF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기업·기관이 주로 자금을 맡기는 기관형 MMF는 M2에 포함되지 않는다. 원래는 M3가 이런 기관형 MMF, 대규모 정기예금, 레포거래 등을 포함했는데, 2006년에 연준이 M3 발표를 중단하면서 지금은 공식 지표에서 빠진 상태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은행 시스템 안에 있던 예금이 MMF로 이동하면, M2 지표상 통화량은 줄어든 것처럼 잡힌다. 하지만 MMF는 그 자금으로 단기 국채(T-bill)나 레포를 매입하면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계속 공급한다. 즉, M2는 감소하지만, 실제로는 달러가 금융 시스템 안에서 그대로 돌고 있는 “숨은 유동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스테이블코인 구조를 여기에 대입해보면 더 흥미롭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100달러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맡기면, 발행사는 이 돈을 은행 예금이나 기관형 MMF, 혹은 직접 단기국채로 운용한다. 동시에 같은 금액의 디지털 달러(예: USDC, USDT)가 발행되어 암호화폐 시장에서 유통된다. 그러면 실제 달러(예치금)는 금융자산으로 묶이고, 동일한 달러 가치를 갖는 “디지털 달러”가 추가로 생겨나 일종의 이중 유동성 효과가 발생한다.


이때 발행사가 기관형 MMF를 활용한다면, 예치금은 M2에 안 잡히고,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당연히 통계상 어디에도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공식 지표인 M2를 보면 오히려 달러 유동성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 암호화폐 생태계와 MMF 시장에서는 달러가 두 겹으로 확대돼 흐르고 있는 셈이다. 이게 바로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수요를 늘린다”는 해석과 동시에 “실질적으론 초과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통화지표(M2) 체계로는 포착되지 않는 비공식적 달러 공급 메커니즘을 만들고, 이는 미국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언젠가 금융시스템 충격 시 M2와 실제 유동성 간 괴리 때문에 정책 대응을 더 어렵게 만드는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통화량 통계와 현실의 괴리


M2는 소매 MMF까지 포함한 전통적 통화지표인데,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이 주로 예치되는 기관형 MMF나 직접 운용되는 단기국채는 M2에 잡히지 않는다. 동시에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통계상 어디에도 잡히지 않는다. 그 결과, 시장에는 실제로는 “예치된 달러+디지털 달러”라는 이중 유동성이 존재하지만, M2를 보면 마치 달러가 빠져나간 것처럼 보인다. 이는 연준과 투자자 모두에게 달러 유동성 상태를 정확히 읽기 어렵게 만든다. 즉, **정책 신호와 실제 시장 유동성이 엇갈리는 "통화 착시”가 생긴다.


금리·정책 효과 왜곡

연준이 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조이려 해도, 스테이블코인은 그 틈새에서 여전히 디지털 달러 유통을 유지한다. 준비금이 단기국채나 MMF로 운용되면, 연준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에는 달러 유동성이 남아 디파이(DeFi), 암호화폐 투자, NFT 같은 위험자산 수요를 떠받칠 수 있다. 이러면 통화정책의 전달 효과가 약화되고, 연준은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약하다고 착각해 더 강한 긴축을 시도할 수 있다. 결국 정책 리스크가 커진다.


자산 버블 촉진 메커니즘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달러의 레버리지 기초자산 역할을 한다. 100달러가 예치되면 100달러어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고, 이게 거래소·디파이에 풀리면서 파생상품 거래, 레버리지 대출로 불어난다. 이런 자금흐름은 실물 달러 공급보다 더 큰 위험자산 투자 에너지를 형성한다.


이때 M2에는 반영되지 않으니, 당국 입장에서는 통화량 지표만 보고는 자산시장의 거품 위험을 제때 감지하기 어렵다. 예컨대 주식·부동산·암호화폐 시장에 자금이 과잉 유입되어 버블이 커져도, M2는 오히려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즉, “버블은 커지는데 통계는 긴축처럼 보이는” 역설적 상황이 생긴다.


꼬리위험과 버블 붕괴

더 큰 문제는 충격 시다. 만약 미국 국채 신뢰가 흔들리거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문제가 생기면, 준비금-페그 구조가 깨지면서 디지털 달러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 그 순간 지금까지 쌓였던 숨은 유동성이 한꺼번에 증발하면서, 암호화폐 시장 버블이 빠르게 붕괴할 위험이 있다. 특히 암호화폐와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 간 상관성이 높아진 지금, 스테이블코인 위기는 곧 글로벌 자산시장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정리하면, 스테이블코인이 만드는 온체인+오프체인 달러 유동성은 M2와 괴리를 만들어 정책 판단을 왜곡시키고, 위험자산 버블을 촉진한다. 그리고 위기 시에는 그 괴리만큼 충격이 증폭돼 터져 나올 수 있다.


강남 아파트와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이 만드는 디커플링


공통의 유동성 시대

지금까지 강남 아파트와 비트코인은 모두 유동성에 의존하는 자산이었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통화량을 늘리면 은행 신용과 달러가 풍부해지면서 부동산 가격도 오르고 비트코인도 함께 상승했고 반대로 금리를 올려 긴축을 하면 대출이 줄고 달러 흐름이 마르면서 부동산과 비트코인이 동시에 꺾였기 때문에 두 자산은 같은 유동성 파이프에 묶여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스테이블코인의 등장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 이야기는 달라지는데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돼서 M2 같은 전통 통계에는 잘 잡히지 않으면서도 온체인에서 현금처럼 바로 쓰이는 새로운 유동성을 만들어내고 이 유동성은 중앙은행 금리 정책의 통제권 밖에서 움직이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오프체인 유동성과 온체인 유동성이 따로 흐르게 되는 구조가 생겨난다.


금리 사이클과 상반된 움직임

금리가 인상되는 국면에서는 부동산은 대출 부담이 커져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이 하락하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국채 금리가 높아져 보유 자산에서 수익을 얻을 유인이 커지고 발행이 늘어나며 늘어난 온체인 유동성이 비트코인으로 흘러 들어가 가격을 끌어올려서 결과적으로 강남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는데 비트코인은 오르는 역상관 관계가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금리가 인하되는 국면에서는 부동산 대출 여건이 좋아져 가격이 급등하는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수익성이 줄어들어 온체인 유동성은 축소되고 비트코인은 오히려 약세를 보이는 반대의 디커플링이 발생할 수 있다.


디커플링의 의미

즉 스테이블코인이 커질수록 강남 아파트와 비트코인은 더 이상 같은 유동성 엔진에 의존하지 않고 서로 다른 파이프를 통해 자금을 공급받게 되며 이로 인해 과거에는 동행하던 두 자산이 앞으로는 금리 사이클과 스테이블코인 공급의 변화에 따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이 현실화될 수 있고 이는 통화정책과 자산시장의 연결고리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변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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