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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증명

by 김창익

비탈릭 부테린 《지분증명》, 그리고 김동환 대표의 번역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자리 잡은 뒤, 블록체인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바로 **이더리움과 지분증명(PoS)**이다. 비탈릭 부테린은 이 전환의 중심에 서서, 블록체인을 화폐가 아닌 새로운 경제·사회 시스템의 토대로 바라봤다. 그의 주요 에세이와 글들을 묶은 책이 바로 《지분증명(Proof of Stake)》이며,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가 이를 한국어로 옮겨왔다.

이 책은 단순한 기술 해설서가 아니다. 오히려 철학적 선언문에 가깝다. 비탈릭은 블록체인이 가진 거버넌스 혁신 가능성, 금융 시스템의 탈중앙화, 그리고 조직 구조의 재구성이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글을 써왔다. 따라서 《지분증명》은 이더리움이라는 소프트웨어의 설계도를 넘어, 21세기 경제 시스템의 근본을 다시 그리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지분증명(PoS)’이라는 합의 알고리즘의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룬다. 작업증명(PoW)이 무한한 전기와 연산력을 소모하며 돌아가는 구조라면, 지분증명은 참여자가 가진 자산을 담보로 신뢰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효율성 개선을 넘어,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경제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역사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지분증명》은 단순히 기술과 시장 논리에 머물지 않는다. 책 곳곳에서 드러나는 비탈릭의 시선은 블록체인을 인류 협력의 새로운 실험장으로 바라본다. DAO(탈중앙 조직), 분산 정체성, 공정한 거버넌스 실험 등은 그가 꿈꾸는 블록체인 사회의 일부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블록체인을 “돈을 버는 도구”로만 보는 단기적 시각을 넘어, 디지털 사회계약의 초안으로 자리매김한다.

김동환 대표의 번역은 이러한 맥락을 한국 독자에게 선명하게 전달한다. 경제·시사 현안을 오랫동안 다뤄온 그의 시선은 이 책을 단순한 번역서가 아닌, 현대 경제 체제를 재검토하는 담론의 장으로 만들어준다.

� 요약하면, 《지분증명》은 이더리움의 기술적 뼈대와 철학적 사유를 동시에 담아낸 기록이다. 비탈릭의 글이 미래 금융과 사회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김동환 대표의 번역은 그 메시지를 한국 독자에게 뚜렷하게 다가오도록 만든다.


지분증명의 전환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작업증명은 전기와 컴퓨팅 파워라는 물리적 자원을 담보로 네트워크의 신뢰를 세운 방식이다. 계산을 많이 한 자가 보상을 받는 단순한 규칙 속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고, 강력한 보안성과 탈중앙성을 얻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에너지를 끝없이 소모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더리움이 지분증명으로 전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분증명은 토큰을 맡긴 사람이 블록 검증자가 되는 방식으로, 전기 낭비를 줄이고 자본만으로 합의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네트워크는 친환경적이 되었고, 확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잃은 것도 있다. 자본이 많은 이들이 더 많은 권한을 가지는 구조가 생겨났고, 보안이 물리적 자원에서 경제적 게임으로 바뀌며 새로운 공격 가능성이 열렸다. 결국 작업증명은 원초적 신뢰의 방식이고, 지분증명은 효율적 진화의 방식이다.



지분증명에 대한 부테린의 발언


이더리움이 설립 초기부터 논의된 작업증명(PoW)의 중앙화 위험을 지양하며, 부테린은 **지분증명(PoS)**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이상적으로 우리는 PoS를 통해 하드웨어 중심의 중앙화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고자 했으며, 다만 PoS가 초래할 새로운 위험에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2021년 환경 문제를 고려하며 PoS가 암호화폐의 막대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해법임을 피력했습니다. 결국 2022년 9월 "The Merge"를 통해 PoW에서 PoS로 전환을 이루었고, 그는 이에 대해 “매우 기쁘고, 결국 회의론자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환은 에너지 사용을 99% 이상 줄였고, 지속 가능성과 탈중앙성 측면에서 네트워크의 구조적 개선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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