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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음 Dec 01. 2021

아이가 보는 책을 만나다

그림책에도 종류가 있나요?


매일 헝클어진 머리를 질끈 묶고 아이가 하는 행동과 울음에 집중했다. 모든 것이 아이의 시간에 맞춰져 있었다. 아이가 잠시 잠자는 틈에 샤워를 했고, 샤워를 하다가도 아이 우는 소리가 나면 얼른 뛰어나왔다. 한 솥 끓어놨던 미역국을 푹 퍼서 대충 밥을 말아 숟가락 하나로 끼니를 때웠다. 그 마저도 부엌 한 켠에 서서 아이가 하는 것을 쳐다보며 먹을 수 있었다. 자다가 아이가 울면 기저귀부터 만져보고, 천근같은 몸을 일으켜 아이를 안았다. 우는 이유를 찾으면 다행이지만 이유를 찾지 못할 때면 아이를 안아 다시 잘 때까지 왔다갔다 집안을 걸어댔다. 사람 흔들의자가 따로 없었다. 아주 깜깜하고 고요한 새벽, 몇 개 켜지지도 않은 바깥의 불빛을 보며 아이가 얼른 잠 들기를 기다렸다. 나의 시간을 숨겨둔 채 아이의 시간에 온 몸이 다 바쳐져 있었다. 육아는 그랬다.



TV도 볼 일은 거의 없었다. 가만히 집중하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아이가 영상에 노출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화려하게 지나가버리는 화면이 아이에게 좋을 리 없었다. 그 날은 달랐다. 며칠을 육아맘 카페에 들어가 유아전집을 검색했다. 소위 국민 유아전집이 무엇인지를 뒤졌다. 육아할 때 ‘국민’자 붙은 아이템은 일단 들여 놓고 보면 엄마의 시간을 확보해준다는 설이 있다. 검색으로 모든 비교를 마치고 구매를 결정한 유아전집의 홈쇼핑 방송 날이었기에 그날 그 시간에는 열일 제쳐두고 TV를 켰다. 홈쇼핑 쇼호스트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이것만 있으면 책 육아는 문제없겠다 싶었다. 화려한 구성과 사은품에 놓치면 손해일 것 같았다. 띠링띠링 신용카드 결재완료 문자가 왔다. 방송이 채 끝나지 않았었다. 자고 있던 아이가 깼는지 또 울음소리가 났다. 얼른 TV를 끄고, ‘엄마 여기 있어요’를 연신 외쳤다.      



구매 후 일주일이 채 되지도 않아 배송이 왔다. 아이를 위한 첫 책이었다. 텅빈 책장에 구성별로 책을 꽂았다. 인형처럼 생긴 책, 작은 책, 큰 책, 딱딱한 책, 입체 책, 목욕할 때 보는 책 등... 책을 읽어줄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림책의 크기와 형태는 제각기였지만 알록달록 여러 색을 가진 책들이 책장 3개 칸칸에 가지런히 정리 되었다. 아이를 안고 정리된 모습을 물끄러미 한참을 보았다. 정리된 책이 계속 보고 싶었다. 뜬금없이 다른 일을 하다가도 방에 가서 가만히 정리된 책들을 보았다. 잠자기 전에도 책들이 잘 꽂혀있나 살폈다. 일어나면 제일 먼저 책장 구경을 갔다. 하루 일과 중에도 몇 번씩 유아전집이 꽂힌 그 책장을 가만히 보았다. 그렇게 난 아이들이 보는 책을 만났다.



아이들이 보는 책은 보통 그림책으로 불린다. 그림책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그림을 모아 놓은 책, 어린이를 위하여 주요 그림을 꾸민 책, 그림본으로 쓰는 책이라고 되어 있다. 유아전집으로 만난 이 책들도 그림책이었다. 그림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아이들 감성에 맞게 여러 형태와 재질로 되어 있었다. 그림책은 일반 책과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을 그 때 깨달았다. 그림책은 비슷한 크기와 네모 형태를 가진 일반 책들과는 많이 다르다. 크기, 두께, 종이 등 책의 특성에 따라 달리 변형된 것을 알 수 있다. 무조건 네모 모양도 아니고, 길고 넓고 동그란 책까지 보고 있으면 이렇게까지 책을 만들 수 있구나 싶어 신기하다. 이는 아이의 흥미와 오감을 자극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안전성과 견고함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유아 전집은 '그림책이 이렇게 다양해요'를 뽐내듯 여러 형태를 지닌 집합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집으로 구매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긴 한다. 여러 가지 책을 아이에게 노출하는 것은 다양하게 보도록 하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함이다. 그런 목적이라면 억지로 구성된 책까지 끼여서 구매하는 전집보다는 엄마 아빠가 필요한 책들로 구성하여 준비할 수 있다. 전집 구성을 보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책만을 따로 구매하면 될 일이다. 

 


다양한 형태의 그림책들은 이름이 있다. 처음 접하면 생소할 수 있지만 그림책을 만나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이름들이다. 내지가 얇고 두꺼운 것에 따라 하드커버북과 보드북, 내지에 종이를 덧대는 것에 따른 팝업북과 플랫북 등이다. 이름을 알면 아이에게 필요한 그림책을 찾기가 쉽다. 인터넷으로 구입할 때도 어떤 책인지 바로 짐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알고 있으면 유용할 그림책의 이름들을 소개해본다. 



하드커버북 : 표지는 두껍지만 내지는 얇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책 형태이다. 서점에서 '양장본'이라고 쓰여 있는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유아기를 지나고 가장 많이 보는 그림책으로 우리나라 그림책들은 대부분 이 형태이다.



보드북 : 표지와 내지 모두 두꺼운 그림책 형태이다. 유아기 아이들이 험하게 봐도 쉽게 망가지지 않도록 만들어 튼튼하다. 보드북은 글도 한문장 정도로 간단하여 유아기에 많이 선호하는 책이다.



페이퍼북 : 표지, 내지 모두 얇은 그림책으로 표지는 코팅하여 겉표지를 만들었다. 가볍고 부피도 많이 차지 않아 좋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접할 수는 없다. 영어 원서 그림책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태이다.



플랩북 : 내지에 종이가 덧대어져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그림책 중 하나이다. 종이를 들추어 숨어있는 그림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유아기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다.



팝업북 : 플랩북처럼 내지에 종이가 덧대어져 있으며 책을 펼치면 입체적으로 솟아오른다. 팝업북 역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는 그림책 중 하나이다.



병풍책 : 책의 내지가 연결되어 있어 병풍처럼 펼칠 수 있는 그림책이다. 보드북을 크게 제작해 세워놓을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병품처럼 세워놓고 그림을 보며 하나씩 이야기하기 좋은 그림책이다.



그림책은 다양한 형태 모양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아이들이 보는 책이기에 관심과 흥미를 끌기 위해 더욱 다양해졌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보여줄 때 어떤 종류인지 알고 읽어주면 얼마나 더 좋을까? 처음 전집을 통해 그림책을 만났다. 토이북 같은 책들을 보며 정말 다양하고 여러가지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정말 많은 그림책들을 만났지만 아마 그 전집부터 시작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이다. 그 때 아이의 첫 책을 사주며 오히려 내가 더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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