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하는 몇 가지 방법
내 기준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고 잘 모르겠고 매일 다짐만 하며 방황할 때 해보면 좋은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이런저런 자기 계발서를 읽고 강의들을 보며 나에게 맞는 것들 몇 가지를 찾아냈고 내가 매일 하려고 노력하는 것들인데 사실 어디에서나 얘기하는 의미 있는 하루 만들기의 방법이기도 하다.
<아티스트웨이>에 모닝페이지 쓰기가 나온다. 오전에 일어나서 흘러나오는 떠다니는 생각들을 적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3페이지를 적으라고 하지만 노트의 크기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페이지를 적으면 될 것 같다. 나는 a4용지 한 장 정도 되는 분량을 적는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매일을 방황하던 내게 모닝페이지는 내가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만들어 주었다. 내면에 꽁꽁 숨겨놓은 부끄러운 모습들도 거침없이 나왔다. 내가 질투를 느끼는 대상이 누군지 드러났고 그 질투의 대상이 어쩌면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방향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닝 페이지를 쓰다 문득 1년 전 서점에서 샀던 일러스트 책이 생각났다. 한 두장만 보고 방치되었던 책이었다.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막막할때 그래 이거라도 그려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을 모닝 페이지를 적고 그다음 가볍게 한 페이지만 그려보자 라는 생각으로 그렸다. 그리다 보니 내면의 아주 미세한 변화가 느껴졌다. 그 미세해서 알아차리기 힘든 변화들의 흐름이 내가 찾고자 하는 방향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카페인에 취약하지만 커피를 너무 좋아한다. 원두를 종류별로 구비해놓고 내려마시기를 좋아하는데 아침에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마시는 커피가 제일 좋다. 가장 좋아하는 하루 일과중 하나이기도 하다.
머릿속에 너무 엉망일 때 혹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때 우선 걷는다. 걷다 보면 신기하게도 대부분은 해결이 되어 있다. 아니면 그렇게 느끼거나. 한강 산책을 주로 하는데 한강 멍을 하다가 보면 작업실에서는 안 써지던 글이 줄줄 써질 때가 있다. 내 생각이 잘 정리되는 바깥 장소 어딘가를 만들어 놓는 것도 글 써짐이 막힐 때 좋은 것 같다. 산책은 정신건강에 너무 좋아.
늦잠을 자면 하루를 망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럴 땐 그냥 모닝페이지를 쓰며 마음을 정리한다. 그러고 나면 하루의 시작이 조금은 뿌듯해진다.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마음속 응어리가 있다는 얘기다. 그것들을 어떤 형태로든 표현해내고 싶은데 쉽지 않다. 쉼 없이 중얼거려보다가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본다. 온전히 내 언어로 표현해내기 쉽지 않다. 몇 번이고 끄적여보지만 결국 글이 되지 못한 채 끝이 난다. 그럴 땐 그냥 아무 말이나 써 보다 보면 가끔 긴 문장이 되기도 한다.
아무거나 그리기가 쉽지 않다. 사실 잘 그리고 싶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빨리 찾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럴 땐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데 정말 아무거나 그려지면 그날은 그 그림 하나로 만족한다. 이럴 때도 있지 뭐라고 생각하기. 스스로에게 이런 날은 관대해지도록 노력하는 편.
매일의 내 기분 살펴주기. 남의 기분은 꽤 잘 살피는 편이면서 그동안 내 기분 살필 줄은 몰랐던 거 같다. 요즘엔 스스로에게 기분이 어떤지 자주 물어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다 보면 처음엔 너무 행복하다가 점점 죄책감이 쌓인다. 이 죄책감은 결국 하게 만들어준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내 스케줄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적어 두면 그날 잠들기 전에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투두 리스트에 있었기 때문에 뭔가 한 거 같은 기분이 든다.
그냥 내 눈에 만족인 재미난 것들을 해본다. 이것저것 머릿속에서 떠올랐던 것들을 적어본다. 아마 몇 년 전 떠올랐지만 그냥 지나친 것들이 수두룩 빽빽일 것이다. 그중 하나를 골라서 그냥 재미로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점점 재미가 붙어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못 그렸다고 못쓸 거 같다고 망설이지 말고 그냥 하자.
내 창조성을 가지고 있는 자아는 아주 작고 어린 친구라고 생각하며 토닥거리면서 하나씩 하자.
(아티스트 웨이에서 이렇게 얘기하더라)
지금 내가 부러워하는 누군가의 처음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경우가 많다.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진 몇몇을 제외하고는 사실 다 비슷하다. 누가 계속하느냐 아니면 중간에 다른 길을 가느냐의 차이인 듯싶다. 그러니 내가 너무 형편없다 느껴지면 누군가의 처음을 보자. 그 시작점을 보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냥 하면 된다.
멍 때리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루 일과 중 하나. 종현이의 '멍하니 있어'를 틀어놓고 가삿말에 따라 노래를 듣다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서 멍 때리는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하늘이 보이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밖에서 멍 때리면 너무 좋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있긴 한데 글 쓰기가 너무 싫다는 생각만 자꾸 든다면, 우선 필사를 해보자. 필사를 하다 보면 생각도 차분해지고 갑자기 번뜩이는 무언가가 생각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말자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도 계속 계속 나는 그리고 써야 하니까 지치지 않을 정도의 에너지만 아껴서 쓰자. 하루에 많은 것들을 하고자 하다 보면 금방 쉽게 지친다.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그것도 아주 초 장거리를 걷는 중이다. 절대 달리는 중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쉽게 지치면 안 된다. 드로잉 단 한 장이든, a4용지 반장의 글 쓰기든 부담 없이 매일 할 수 있는 양만큼만 하자. 대신 매일!
그리는 행위는 또 쓰는 행위는 무언가의 결핍으로부터 해방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스스로가 촘촘해지는 기분이 든다. 내가 왜 작업을 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다니자 더 이상 작업을 진행시킬 수 없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그것이 이유가 되는 것 같지 않아 막막해졌다. 그래서 우선 그냥 해보기로 했다. 우선은 내 일상을. 매일 일정한 시각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며 매일 그릴 만한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 그것들을 그렸다. 그러다 보니 재미가 생겼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재미인것 같다. 3살 된 조카가 그리던 그림이 생각났다. 이 아이는 그림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재미를 느끼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열심히 색연필로 종이 위에 이런저런 행위를 하다가 지루해지면 다른 놀거리를 찾아 나선다. 나도 큰 고민 따위는 던져두고 재미있게 즐거운 놀이로 느껴지는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소재는 주위에 많고 고민거리도 주변에 널리고 널려있다. 캔버스 앞에서 붓을 들 때만이라도 그저 재미있게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 몰입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몰입의 감정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몰입하는 순간 내가 살아가야 할 타당한 이유를 선물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순간이 좋아서 계속 무언가를 그리거나 만들어내고 싶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