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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희 Feb 23. 2022

제 이름은 정민희입니다



다시 작업을 하겠다 마음을 먹었을 때 무서웠다. 내가 이뤄놓은 것은 하나 없다 생각했으니까. 내 이름으로는 이미 조금의 경력이 있었지만 이 이름을 이어 무언가를 창작해낸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창작이라는 것을, 표현이라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 잊어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이유'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이유는 내가 전에 작업실에서 식물 가게를 했을 당시의 이름이었다.


'이유 없이 거기에 있음'


어딘가에서 이 문장을 읽고 계속해서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 자연스레 가명을 생각했을 때 '이유'라는 이름이 떠올른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많은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았다. 작업도 가볍게 시작하고 싶었다. 이유 없이. 우선은 나를 세상 밖으로 내보일 용기가 필요했는데 나의 이름으로는 자신이 없었다. 더 움츠러들기만 했다. 그래서 가명을 사용해 인스타에 매일 그린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내가 매일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중간중간 흔들리긴 하였으나 계속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겨났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망친 것 같아도 아무 이유 없이 그린 것들을 매일 업로드했다. 4개월쯤 지났을 때 이제는 내 이름을 찾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이유라는 가명으로 계속해서 드로잉을 하면서 나는 나대로 이제 내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계속 연재하고 있는 '미술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지만'은 다시 작업을 하기까지의 과정과 내 다짐들을 기록하고자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목차는 내 이름으로 정했다. 개인전은 내 이름으로 열리게 될 것이다. 나는 내 이름을 다시 찾고자 한다.


내 이름을 다시 찾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회사를 그만두고 바로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다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들이 필요했다. 방황의 시간에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무엇을 하든 자신 있게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 흘러갈 내 삶의 방향이 이제 조금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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