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도에 퇴사하고 쓴 한 달의 기록을 책으로 만들었다. 독립출판을 하려니 당장 돈이 없었다. 하지만 책이라는 형태의 결과물로 만들고 싶었다. 문득 POD 출판으로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맞다. 부크크가 있었지! 책을 좋아하는 나는 특히나 독립 출판된 책들을 애정 한다. 다소 투박해 보이기도 또 작가 나름대로의 개성들이 돋보이기도 수수하기도 한 작가마다의 개성이 있는 출판물들이 좋다. 평소 독립출판물들을 자주 찾아보곤 하는데 어쩌다 알게 된 책이 한 권 있다. 종현이의 팬이었던 누군가가 종현이를 응원하며 적어 내려 간 글들을 엮은 책인데 그 책을 주문하다가 부크크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는데 문득 갑자기 생각이 났다. 아!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부크크로 연동해서 책을 만들 수 있지?
한 달의 기록이라는 제목을 가진 기록의 글들을 모아 누군가라도 읽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블로그에 게시해놨었는데 갑자기 책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간 써둔 글들을 약간 다시 수정했다. 일기 형태의 글이기에 크게 수정할 내용은 없었다. 그리고 브런치에 연달아 올리기 시작. 아직 내 구독자는 많지 않은데 내 글 올리는 알람 소리가 몇몇 분들에게 방해가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냥 올렸다. 아 몰라. 일단 올려. 40개가 조금 넘는 글들을 게시했다. 이제 글을 다운로드하여 수정을 하면 된다. 아 그런데 수정할게 이렇게나 많다니. 정말 쉬운 일 하나 없군. 며칠째 계속 교열, 교정 중이다. 글자 크기는 이게 맞는 건가 싶고 표지까지 디자인하려니 손이 많이 가지만 사실 나는 이런 걸 매우 좋아한다. 아마추어 같이 보여도 내 손으로 내가 직접 모든 걸 다 해결하는 거. 디자인이 촌스러워도 스스로가 만든 것들. 이런 것들을 내가 좋아했지. 잊고 있었다.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매일같이 책으로 만들어질 것들을 편집했다.
그리고 책을 만들면서 요 며칠 계속 전시를 보러 다녔다. 너무 감각을 잃은 것 같아서 요즘의 사람들은 어떤 작업들을 할까 싶어서. 다니다 보니 세상에 이렇게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하며 살고 있나 싶었다. 그래 그냥 나 하고 싶은 거 계속 더 마음껏 하자. 이런 마음이 책을 편집하다가도 전시를 보다가도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런 시간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들뜨는 이 마음이 주채가 안된다. 그래서 드디어 만들었습니다. 내가 쓰고 내가 디자인한 나의 책. 사실 요즘처럼 너도 나도 책들 만드는 시대라지만 그게 내 책이면 얘기가 다르다. 이래서 너도 나도 만드는구나 싶다. 이제 모든 편집을 마치고 제출을 했다. 부크크에 승인이 나길 기다리는 중이다. 우선 소장용으로 한 권을 먼저 제작해 샘플을 보고 판매할 수 있는 책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이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설렌다.
인스타그램 @eyouupe
저는 여자인데요. 서른일곱이고요. 결혼은 안 했습니다. 비혼이냐고요? 모르겠어요. 저도. 언제 결혼할 거냐고요? 모르겠어요. 저도. 직업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미술을 했는데 그게 돈벌이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무엇을 직업으로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서른일곱 해를 살았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요.라고 아는 언니에게 얘기했더니 “나도 아직 모르겠어. 인생이 원래 그래.”라고 한다. 다행이야. 아무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