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며 인생 현타를 세게 맞은 나는 소위 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는 동안 감상은 메말랐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던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절과 달리 무언가 하려고 하면 자기 검열에 먼저 걸린다. 그러고 나면 사실상 내 손에서 표현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에는 솔직한 내면의 감성이 부끄러웠다. 싸이월드 시절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감성에 젖어 뱉어대는 말들을 우리는 중2병으로 치부해 버린 채 그 섬세한 감정들을 짓밟아댔다. 그때쯤인가 남에게 나의 내면을 드러낸다는 것은 부끄러운 짓이구나 생각했다.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절제했고 토해내듯이 나오는 감정들은 혼자 보는 메모장에 들어갔다. 혹은 비공개 설정으로. 그렇게 지내다 여기서 저기서 조금은 낯간지러운 듯한 혼잣말이 때로는 큰 위로가 되어 다가오고 그 감정을 드러내 보여주는 행위 자체가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위로가 된다는 걸 알았다. 이십 대에도 없던 감성이 불쑥불쑥 올라오고 하고 싶은 말들은 점점 많아진다. 누군가는 유치하다고 하는 가삿말을 곱씹게 되고 시 한 편, 소설의 문장들을 곱씹으며 잊고 지낸 그 시절 부끄럽다고만 치부했던 감정들을 자꾸만 끄집어내는 요즘이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마음껏 공개된 장소에 뱉어내는 이들이 부럽다. 누군가는 중2병이냐고 욕하겠지만 그 감정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서 하는 소리. 나도 오글거리는 것들을 거리낌 없이 써 내려가고 싶다. 꾸밈없이 자신의 어떤 것을 내뱉을 때 생각보다 근사한 결과물들이 나온다. 비록 한참 후에 후회할 지라도. 현실의 나는 막상 무언가를 하려면 머릿속 이상과는 너무 다른 볼품없는 것들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뛰어난 감각을 가진 1%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형편없는 어떤 것에서 시작한다. 근데 이제는 그 형편없는 것들조차 내보이기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다. 이 단계를 거쳐야 다음 단계가 있는 것일 텐데. 중2병에 걸렸다는 소리를 듣는 그들의 꾸밈없이 뱉어내는 것들이 부러워진다. 스스로에게 심취해 남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표현하는 감정들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