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메시, 네이마르와 함께 바르샤 MSN 트리오의 중심을 맡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을 차지할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등번호 9번의 우루과이 대표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 이젠 세월을 입어 라스트댄스를 추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마찬가지로 아마도 마지막 월드컵을 뛰고 있지만, 왕년엔 경기 중 게임이 잘 안 풀리면 상대 선수를 물어뜯는 독특한 개인기와 어긋난 열정으로 '그라운드의 핵이빨' 또는 '치아레스'라는 무시무시한 별칭을 드날렸던 악동이기도 하다.
수아레스가 축구계의 마이크 타이슨으로 그리 자랑스럽지 않은 명성을 높일 때 그를 바로 잡아준 것은 아내 소피아 발비다. 그의 핵이빨은 일회성이 아니어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상대팀 이탈리아 선수의 어깨를 물어 이른바 3차 핵이빨 파동을 일으키며 A매치 9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었는데, 이후 한 번만 더 그랬다간 다시는 축구 경기를 보지 않겠다는 아내의 말에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악동 이미지의 뒤엔 그 악동을 사람 만든 여인을 위해 대서양을 넘어 달려간 로맨티시스트의 역사가 숨어있다.
루이스 수아레스(Luis Alberto Suárez Díaz)는 1987년 우루과이 북부의 살토라는 도시에서 7형제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이혼한 부모 밑에서 지지리도 가난하게 자란 수아레스는 길거리의 쓰레기를 치워서 번 돈으로 축구를 배웠다.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고 성격이 모나서 성에 안 차면 심판도 머리로 들이받는 사고뭉치였다.
그러나 소피아 발비라는 열세 살 소녀를 만나고 나서부터 소년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당시 수아레스의 팀이 있던 몬테비데오에서 소피아의 집까지는 왕복 50km의 먼 거리였는데, 돈이 없는 수아레스는 감독한테 자기가 골을 넣을 때마다 대신 버스표를 끊어달라고 하고 죽도록 경기를 뛴 후 매일마다 소피아를 보러 달려갔다. 축구밖에 몰랐던 사고뭉치 소년에게 소피아는 항상 이렇게 말해줬다. "넌 절대로 바보가 아니야! 넌 할 수 있단 말이야!" 그전까지 누구도 소년에게 격려의 말을 해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둘의 만남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소피아의 가족은 바다 건너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민을 떠나게 되었고, 헤어지던 날 어린 커플은 버스정류장에서 얼싸안고 한참을 울었다. “우린 너무 어릴 때 시작했어요. 제겐 그녀와 함께 바르셀로나로 떠날 돈이 없었죠. 그녀에게 전화 걸 돈조차 없었지만 우린 그 힘든 시간들을 극복했어요.”
다시 소피아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수아레스는 이를 악 물고 공을 찼고, 마침내 네덜란드 리그에 진출하며 유럽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그는 지체 없이 바로 소피아를 찾아가서 청혼을 했다. 그때 나이 고작 열아홉, 소피아는 열일곱 살일 때였다. 3년 뒤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고 드디어 2014년, 그토록 원하던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면서 오랫동안 꿈꿔온 사랑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
둘 사이엔 첫째 딸 델피나와 둘째 아들 벤자민, 셋째 아들 라우타로가 있다. 가정적인 아버지인 수아레스는 아이들의 사진을 SNS에 올리는 걸 즐긴다. 아내 소피아와의 러브스토리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2020년 2월 16일자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소피아는 스페인에서 치링기토 찰리토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경을 넘어' (그의 자서전의 제목이기도 하다) 사랑을 이룬 수아레스. 수아레스의 골 세리모니는 한결같다. 먼저 손가락에 키스를 하고 그다음에 손목에 키스를 한다. 손목에는 딸 델피나와 아들 벤자민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손가락에는 숫사자 문신이 있다. 아내 소피아의 같은 손가락엔 암사자가 그려져 있다. 2017년 이후로 문신과 세리머니가 추가됐다. 셋째 라우타로를 보았기 때문.
수아레스의 세 자녀는 신기한 기록의 기여자이기도 하다. 세 자녀가 태어난 다음 경기에서 모두 해트트릭을 달성한 것이다. 첫째 딸 델피나가 태어난 2010년 8월 5일 이후 선발 출장한 8월 29일 더 흐라프스합과의 에레디비시 경기에서 해트트릭, 둘째 아들 벤자민이 태어난 2013년 9월 24일 이후 9월 26일에 치러진 노리치 시티 FC와의 프리미어리그 시합에서 해트트릭, 그리고 마지막 셋째 아들 라우타로가 태어난 2018년 10월 26일 다다음날레알 마드리드와의 라리가 경기에서세 번째 해트트릭을 달성한 것이다.
부인 소피아의 SNS에는 사랑스러운 가족사진이 가득하다. 좌측 목덜미에 숫자 3을 가리키는 손 모양 문신을 한 수아레스의 등에는 확인된 바는 없지만 이런 글귀도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인생은 짧지만 우리는 운명이야. 나는 너의 사람."
ps. 사람이 180도 변하는 게말처럼쉬운 건아니다. 아내를 만나 '핵이빨'은 접었는데 '똥매너손'은 못 버린 걸 보니手아레스 이름은 한자였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