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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Jun 26. 2022

영국 역사 한국 역사

A Story of the History


최근 넷플릭스에서 <바이킹스>에서 <라스트 킹덤>을 거쳐 <아웃로 킹>까지 몰아보기를 했다. 793년 라그나르의 노섬브리아 린디스판 수도원 약탈로 시작된 바이킹의 침공(<바이킹스>)이 다음 세대 이교도 대군세로 이어지고, 데인로에 대적한 웨식스 머시아 등 색슨족의 앨프레드 왕조가 9세기에 통일 잉글랜드 왕국을 이룩한 뒤(<라스트 킹덤>), 잉글랜드의 압정에 맞서 스코틀랜드의 자유를 울부짖은 <브레이브 하트>의 주인공 윌리엄 월레스와 스코틀랜드 독립 주역 로버트 1세의 13세기까지(<아웃로 킹>) 뜻하지 않게 중세 브리튼의 혼란한 역사를 일별 할 수 있었다. (저 이름들 대부분을 드라마 때문에 알게 됐다)


원래 양질의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지는 건지 영미권에 친숙한 우리에게 접할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건지 하여튼 16세기 헨리 8세의 <튜더스>도, 19세기 스코틀랜드로 순간 이동하는 <아웃랜더>도 영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흥행작들이다. 대륙에서 소외된 변방의 일개 섬 브리튼의 역사를 이토록 톺아보게 되는 것은 어인 일일까? 그쪽 사람도 아니고 그 시대에 살아보지도 않은지라 고증이 엉터리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중세의 생생한 (그리고 더럽고 피비린내 나는) 현장으로 시간여행을 하다보면 어디까지가 허구고 어디부터가 사실인가 자연스레 궁금해져 실제 역사를 뒤져보게 된다.


앵글로색슨 7왕국


그렇게 남의 나라 역사자발적으로 공부하다보니 슬쩍 고개를 드는 맘 한구석 찔림.


복잡다단하고 야만 혹독스러운 데다 그놈이 그놈 같은, 날씨만큼 종잡을 수 없는 지구 반대편 끝 섬나라 역사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착착 정리할진대, 십수 년간 시험 쳐가며 주입한 우리네 역사는 왜 점점 더 가물가물해지는 걸까? 위의 각 시리즈들과 시점적 댓구를 이루는 통일신라(676년), 왕건의 고려 건국(918년), 무신정권(1170년부터 100년)을 거쳐 왜란과 호란(16,17세기), 조선의 르네상스라는 영정조대(18세기)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도 스펙터클한 2천 년 역사가 있는데 말이다. 내 말은, 우리 스스로는 물론이고 세계에 알릴 만한 콘텐츠로서 말이다.


문화 강국을 소원했던 백범 선생의 꿈이 <겨울연가> <대장금> <올드보이>를 거쳐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이 되고, HOT BTS가 된 이 시점(아 물론 강남스타일도 잊진 않겠다) 한류라는 브랜드도 한철일 수 있음 옆 나라 일본이 먼저 시연해준 걸 잊어선 곤란하겠다. 맛과 건강을 인정받은 한식, 보기에도 듣기에도 매력적인 한글, 한푸보다 곱고 기모노보다 실용적인 한복. 사해동포들과 공유할 우리네 문화 자원은 풍부하다. 그중, 오늘 의식의 흐름은 역사물의 세계화에 대한 바람으로 흐른다.


<왕좌의 게임>의 지도


한 나라의 역사문화가 세계인의 상식이 되는 경지에 오른다면 그 소프트파워는 정말 스트롱 파워일 것이다. 헬레니즘이 그렇고 로마 역사가 그렇다. 글로벌 흥행작 <왕좌의 게임>은 용엄마와 백귀가 등장하는 판타지 사극이지만 브리튼 섬을 거꾸로 그린 지도가 고대 앵글로색슨 7왕국을 상징한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안다. 좀비물 옷을 입고 외국 시청자의 이목을 끈 우리 사극이 없는 건 아니지만 좀역사적 사실에 뿌리를 둔 작품들이 세계호기심을 당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군가 이런 분석을 할 수도 있다. 렌즈에 미친 듯이 피가 튀는 잔혹한 대규모 전투 씬이나 평시에 이미 반은 헐벗고 나오는 그 시절 서양인들의 야릇한 애정 씬들로 시청자를 붙잡기에는 우린 너무 점잖지 않느냐고. 한반도의 권력 투쟁사가 얌전하고 밋밋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장 조선왕조실록을 들춰보자. 수많은 사화(士禍)와 정변(政變)들과 그것들의 놀랍도록 창의적인 이유들과 동서남북이 다 나오고도 모자라 남녀노소까지 등장하는 유구한 당쟁의 히스토리가 <Law & Order> 뺨칠 몰입감을 더 주리라. 그 어떤 용맹한 원탁의 기사도 사림의 논리와 말발 앞에선 탕평채야 날 잡숴라 말머리를 돌려 내뺄 수밖에 없으리라.


1980년대 MBC에서 <조선왕조 오백년>이라는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위대한 기획의 편년체 대하 사극 시리즈를 무려 8년 간 방영했다. 기억나시는 분들 분명히 계실 텐데 옛날 사람들 되시겠다. 임진왜란 편이 한창 방송될  부젓가락에 동생 기저귀 고무줄을 묶어 소파 산성을 포위한 소서행장과 가등청정의 왜군에게 화살 세례를 퍼부었던 기억이 난다. 베란다 유리창을 깨먹고 전전긍긍했던 기억과 함께. 강산은 수십 번 바뀌었는데 나랏분들의 현란한 붕당 스킬만큼은 달라진 게 하나없는 것 같아 입맛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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