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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Jun 05. 2022

옛날 영화 트리비아

<사랑의 블랙홀>


1️⃣ 추억의 영화 <사랑의 블랙홀>.

주연 빌 머레이. 앤디 맥도웰.

원제 <Groundhog Day>.

타임리프 영화의 고전.



2️⃣ 그라운드 뭔 데이?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그라운드호그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닮은꼴 날. 매년 2월 2일에 큰 다람쥐 더하기 두더지 같은 동물이 겨울잠 자던 굴에서 나왔다가 지 그림자를 보곤 깜짝 놀라 다시 들어가면, 봄은 멀었고 6주간 겨울이 지속될 거라고 축제 위원장이 선포한다.



3️⃣ 이 녀석의 다른 이름은 마멋 marmot.

크고 뚱뚱한 쥐목 다람쥣과 설치류. 흔히 실험동물 모르모트라고 하는 건 일본식 발음화된 것.


그라운드호그 데이는 유럽에서는 볼 수 없고 북미권에만 있는 문화로 알려져 있음. 축제가 없는 게 아니라 명칭과 성격이 다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 물론 한자어지만 - 성촉절(聖燭節). 왠지 축일 것 같지만 아니다 촉이다. 성스러운 촛불. 이유는 아래에 상술하겠다. 왜, 그냥 왕다람쥐 날이라고 하지? 그라운드호그는 북미에서만 특별대우받는 듯.



4️⃣ 원래 2월 2일은

아기 예수의 봉헌과 성모 마리아의 순결을 기념하는 가톨릭 축일. 성경에 시므온이라는 할아버지가 회당에 처음 온 아기 예수를 보고 감복하는 대목이 있다. 이 축일을 프랑스어로 하면 CHANDELEUR. 짐작되듯이 샹들리에 chandelier와 어원이 같다. 라틴어 칸델라룸 candelarum에서 왔다. 초란 뜻이다.


* 칸델라-샹들뢰흐-캔들-촛불-촉燭.


어의와 음운의 흐름이 보인다. 이날 교회에서 초를 많이 켠다. 호화로운 샹들리에도 전기 들어오기 전엔 다발로 달아놓은 촛대들이었다.




2월 2일은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밀 농사를 다시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프랑스에서는 밀가루를 이용해 크레프(둥글고 노란 태양을 상징)를 만들어 먹는다. 도쿄 하라주쿠 가면 꼭 찾는 건 크레페, 영어 발음으론 크레이프, 뭐가 맞고 뭐가 다른지 얘기하면 또 길어지니 패스. 그냥 다 팬케이크.


✅️ 중간 정리:

2/2 > 아기 예수 성전봉헌일 > 촛불 > 성촉절 > 봄인가? > 동면하던 마멋 > 굴에서 나옴 > 겨울 안 끝났네? > 아직도 2/2


개구리 잠 깨는 우리 24절기 경칩은

양력 3월 5일 무렵. 미국 다람쥔 겨울이 6주 더 남았단 얘기하려고 일부러 깬다니, 그러게 2월부터 웬 설레발?


추억의 영화 <사랑의 블랙홀> 얘기하다 곁으로 많이 샜다. 결국 성촉절 무한 반복되는 게 줄거리 되겠. 문화가 다른 나라에선 생뚱맞은 왕다람쥐 날이란 영화 제목 영 딴판으로 역할 수밖에. 우리나라 꺼 누가 바꿨는지 잘 바꿨다. 사랑+블랙홀, 직관적이고 좋네. 이후 <이프 온리>, <첫 키스만 50번째> 같은 루프 물의 교본이 됨.



5️⃣ 왠지 비슷해 혼동되는 영화 <이너 스페이스>. 

나노 우주선을 타고 사람 몸속으로 들어간다는 귀여운 설정의 또 다른 정겨운 90년대 sf. 비슷한 시기, 비슷한 수준의 느낌이라 그런가 배우도 겹쳐 기억되지만 남녀 다 다르다. 여기 주연은 데니스 퀘이드와 멕 라이언.



6️⃣ 타임슬립이라, 흠.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썰까지 풀어볼까 잠시 갈등했으나, 관두자. 현재 시각 일요일 밤 자정 정각. 시간을 달리기엔 내일 출근이 너무나 두렵고 졸리다. 영화처럼 아침에 일어났는데  계속 공휴일이라면야 샐러리맨의 숙환 월요병은 사라지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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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봤더니 내일도 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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