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외의 동물을 분간할 때 쓰는 말이 짐승이지만, 때로 짐승보다 못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사람만큼 특별한 짐승들이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질풍노도의 동물 틴에이저들에게 와일드후드라는 이름을 붙인 이 책은 의사와 협진하는 수의사처럼 성과 또래집단, 자립추동 등의 주제로 인간과 동물 청소년의 행태를 대조한다. 동물 금쪽이들을 다루는, 올 5월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아직 미숙한 개체에게 아량을 베푸는 '퍼피 라이센스', 폭주하는 영 제너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에피비포비아' 등 흥미로운 개념들이 인간과 동물 양쪽에 적용된다. "경험을 쌓으려면 먼저 경험해야 한다", "무릇 성교는 쉽지만 사랑은 어려운 법이다" 같은 범용 진리들도 다양한 사례로 논거된다. “서로에게 필요한 어떤 것을 상대방이 먼저 행동해주기 바라지만 정작 자신이 나서고 싶진 않을 때 나누는 긴급하고 미묘한 눈빛이나 표정”을 가리키는 '마밀라피나타파이'라는 칠레 원주민 용어도 흥미롭다. 구구절절 복잡미묘한 뜻을 가장 간명하게 담은 단어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는데, 우리말 '눈치' 하나면 끝나지 않았을까.
자연에 평평한 운동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비단 청소년뿐 아니라 중장년에게도 소구하는 포인트이겠다. 동물 사회에 불평등은 더욱 철저하고 야생은 더욱 처절하다. 그런데 이 책은 계급(rank)과 지위(status)를 구별한다. 동물의 계급은 무리 내 절대 위치로 객관적으로 평가된다. 우두머리 어미를 둔 자식의 위계는 세습되고 자원과 기회는 독점된다. 그에 반해 지위는 절대적 척도가 아닌, 계급에 대한 '인식'이다. 지위는 다른 구성원의 생각과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지위와 계급이 같은 경우도 있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겉보기 우열로 판가름하던 청소년기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순간이 되면 우월성과 명성 사이에 균형이 바뀌기 때문이라고 책은 말한다. 명성은 돈으로 사거나 힘으로 우길 수 없는, 개인의 노력과 능력으로 인정받아 획득하는 새로운 지위라는 얘기인 듯하다. 허나 그 명성이란 것도 대단히 종속적이고 주관적인 것으로 바뀌어, 바쁘디 바쁘게 변하디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얼마나 순기능을 하고 있는지 한편 씁쓸한 의구심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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