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학과 방문
11월 1일 월요일
다리 저림이 심해지고 있다. 골반이 틀어졌나 싶어 유튜브에서 골반 교정 요가를 따라 했더니 오히려 더 통증이 심해졌다. 그래서 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요즘 한창 빠져 있는 <밀레니엄>을 읽으며 보냈다. 하지만 앉아서 읽고 있어도 너무 다리가 저려서 우울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이곳 병원에서 확실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때문인지 얼른 시간을 내어 서울로 올라가 병원 순례를 하고 싶다.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 중 독서지도사 자격증 강좌가 시작되었다. 나를 포함하여 몇몇 학부모들이 신청을 했고 신청한 학부모들이 함께 모여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서로 의지하는 모임을 가졌다. 1시간 정도 되는 온라인 강의를 60회 듣고 4개의 독서 감상문 과제를 제출해야 하며 그중 하나는 강의 계획서였다. 공짜로 뭔가를 배울 수 있다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던 사람들이라 다들 어떻게 이 강의를 끝까지 들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강의를 끝까지 이수하지 못한다 해서 비용을 토해내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포기도 가능하겠지만, 어떻게라도 서로 격려를 해가며 마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1주일에 한번 음료를 주문하는 명이 다시 주문을 하면서 지난주 주문한 음료 중에 카푸치노에 커피가 들어가 있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 커피가 없는 카푸치노를 대접한 대가로 오늘 음료 중 카푸치노는 서비스로 주었다.
매달 1일 임대료와 원두 대금을 이체하고 있는데, 원두 업체에서 금액을 잘못 보냈다고 연락이 왔다. 세금계산서에서 공급가액을 보고 그 금액을 넣어줬던 것. 요즘 실수가 잦는구나.
11월 2일 화요일
아침에 일어났더니 얼굴을 문대고 잤는지 왼쪽 눈 아래 두 줄이 깊게 파여있었다. 아침 내내 두 줄의 기찻길이 없어지지 않았다. 마스크를 껴야 하니 좋은 점은, 나이 들어 쉽게 없어지지 않는 이런 자국들을 감출 수가 있다는 것이다.
텀블러 증정 이벤트가 끝났다. 대략 15개의 텀블러가 나갔고, 45만 원의 포인트가 적립되었다. 이제 45만 원어치의 음료를 만들어야 하는 일만 남았다.
습관적으로 오른쪽 엉덩이 부근을 두드리는 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놀랍게도 나와 똑같은 증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재활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았고 골반 틀어짐이 있다는 것이다. 이 증상을 해결하고자 헬스클럽을 다니고 있는데, 병원에서는 헬스클럽이 증상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하고, 헬스클럽에서는 같은 증상의 손님이 운동을 하고 나서 아주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경험치에 근거해 본인들의 방식이 우수하다고 하고 있어서 고통받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도서관에서 빌렸다는 정선근의 <백 년 운동>이란 책을 읽어보라고 설이 주었는데, 어쨌든 우리에게는 엉덩이 근육 강화 운동이 꼭 필요했다. 엉덩이를 쭉 내미는 스쿼드 운동과 걷기 운동할 때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 숙지를 했다. 늦잠을 자서 걷기 운동을 하지 않은 오늘, 머리를 쳐들고 오만하게 걷는 걷기 운동으로 업무를 보러 카페에서 은행까지 걸어서 갔다.
다시 은행에서 카페로 돌아오는 길,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분식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다. 오며 가며 간판은 봤지만, 딱히 들어가고 싶은 분위기가 아니라 피했었는데, 김밥 2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보고 갑자기 밥이 먹고 싶어 홀린 듯 입장했다. 굉장히 너저분한 내부, 스티븐 시갈 영화가 나오는 케이블 방송, 마스크도 쓰지 않는 주인아주머니가 반겨주었다. 3개에 천 원 하는 튀김만두까지 시켜서 먹었는데, 3천 원어치 먹으면서 어묵이 몇 개 들어있는 국물과 묵은지, 단무지, 물까지 서비스로 받았다. 입맛에 맞냐는 질문에 너무 잘 먹었다고 말해주었다. 가끔씩 걸어서 혼밥 하러 가야겠다.
11월 3일 수요일
어제 만들어 놓은 케이크 시트로 티라미수 케이크 2개를 만들어 놓고 점심을 먹은 후 병원을 향했다. 다음 주로 미룰까 하다가 아무래도 아픈 게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굳게 마음을 먹고 설이 추천해준 대로 재활의학과를 찾았다.
재활의학전문 여의사는 나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잘 들어주었고, 디스크에 문제가 있는지 엑스레이를 찍은 후 상태를 파악했다. 살짝 휘어져 있어야 할 허리뼈가 약간 일자로 뻗어있는 상태이며, 디스크 사이의 공간도 조금 좁아져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 허리 디스크라고 결론 내리기는 부족하며, 증상으로 봤을 때, 엉덩이 근육 가운데 있는 이상근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해있어 그 밑을 지나가는 혈관을 눌러서 다리 쪽으로 저림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간이침대에 누워서 오른쪽 왼쪽 다리의 스트레칭 상태를 확인해보고는 오른쪽 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보았다. 기본적으로 근육이 없다는 것, 특히나 엉덩이 쪽 근육이 없어서 이상근 증후군이 생겨났다고. 엉덩이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 필요했다.
물리치료실에서 물리치료사에게 다리 스트레칭하는 것을 배웠다.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통증을 없애려면 아침저녁 매일 배운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잘 굽혀지지도 않고, 너무 아픈 이 동작을 이제 앞으로 매일매일 해야 그나마 통증을 줄일 수가 있는 것이다. 너무 늙은 나의 몸, 몸이 아파서 마음이 우울해지는 기분. 그래도 살 날이 많이 남았으니 고통스럽더라도 견뎌내야만 한다.
다시 카페로 와서 아침에 냉동실에 얼려놓은 티라미수 케이크의 틀을 빼놓았다. 병원에서 물리치료받을 때, 퇴근길에 커피 좀 가져다 달라는 단골장의 전화를 받았다. 주문한 커피를 들고 차로 30초 거리 단골장의 사무실에 배달해주었다. 엉덩이 근육이 없어서 다리가 아파 병원에 다녀왔다고 하니, 내일은 근육 운동에 대해 알려줘야겠단다. 벌써 내일의 커피 타임 주제가 정해졌다.
11월 4일 목요일
재봉 회원들이 초등학교 학예회를 구경하러 가는 바람에 한가한 오전을 맞이했다. 손님들마저 발길이 뚝. 동절기 카페 비수기가 시작되었다.
11월 5일 금요일
볕 좋은 가을날, 어제 청귤을 모두 다 팔았나 보다. 청귤 관련 이미지가 사라졌다. 메뉴에도 사라져야 하는데 아직도 그대로. 내일까지 남아있다면 흰 종이를 잘라 붙여 감춰야겠다.
딸기가 과일가게에 등장하고 있다. 아직 비싸서 선뜻 손이 가지는 않는다. 곧 딸기 계절이 오겠다.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어야 한다.
오전보다 오후에 손님이 많은 금요일이었다.
11월 6월 토요일
오전 첫 손님은 허의 가족 3명이었다. 첫 방문이었는데 주변에서 이곳이 제일 맛있다고 하도 얘기를 해서 찾아왔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맛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면서 음료와 초콜릿 케이크를 한 조각시켰다. 추천해준 사람의 취향이 여기 카페와 잘 맞아떨어졌던 것일 수도 있는데, 대부분 이렇게 추천해서 왔을 경우에는 ‘기대감’이 있어서 결국 ‘별로네’로 끝나는 게 다반사이다. 내가 실제 그러하므로. 뭔가 꼬투리만 물고 늘어지고 트집을 잡고 단점을 파헤쳐서 그럴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들은 치즈 케이크를 하나 더 주문해서 먹었다. 내가 만든 거라 이게 정말 맛있다고 권유하는 게 내키지는 않지만, 한번 더 주문했다는 건 어쨌든 입맛에는 맞았다는 말이겠다.
바닐라라테 마니아 성이 와서 두 잔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 다른 손님 소가 들어왔다. 서로 아는 사이인지, 바닐라라테가 맛있냐고 물어봤다. 주차하기 쉬워서 혹은 집 근처라 그냥 오는 거야 하고 말하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었다. 성은 그저 바닐라라테가 맛있어서 오는 것이었다! 소는 전에 왔을 때는 회원가입 얘기를 못 들었다며 회원가입을 하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