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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er Lee May 27. 2022

21년 11월 셋째 주

배탈

11월 15일 월요일


단골손님 초등교사 단은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그의 의뢰로 오늘 6학년 아이들의 졸업앨범 촬영이 있는 날이다. 포토 박은 일찌감치 카페로 갔고 나는 둘째 딸을 학교 보내고 오느라 10 넘어 도착을 했는데, 스무  가까운 아이들과 어른들 음료 주문을 모두 처리하고 설거지에 돌입하는 설을   있었다. 촬영하는 3시간 동안 나는 케이크 시트를 굽고 이것저것 일을 했는데, 점심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아이들이 배고파했다. 케이크 시트 굽는 냄새 아이들을  자극시켰다. 토요일에 구워놓았던 스콘이 아직도 남아있길래, 그걸 데워서 나눠 먹으라고 건네주었다. 촬영이 끝나고 카페와 스튜디오를  채웠던 아이들의 온기가 사라졌다.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처럼 어수선했다. 바닥의 쓰레기를 빗자루로 쓸었다. 의자를 얼마나 끌어당기고 왔다 갔다 했는지, 코팅한 바닥에 스크래치가 한가득이었다.


11월 16일 화요일


흰자 처리를 위해 머랭 쿠키를 만들었다. 색소를 넣어 이쁘게 그라디에이션을 넣어볼까 하다가 손가락에 색소만 잔뜩 묻힌 채 포기했다. 사브레 쿠키 반죽해 놓은 것이 진작 떨어졌으므로 오늘은 다른 메뉴, 초코칩 쿠키를 구웠다. 12시 넘어 손님이 올 시간 즈음 쿠키가 구워져서 카페 안이 쿠키 냄새로 가득했다. 한 손님이 아직 식지도 않은 쿠키를 두 봉지 주문하고 구입을 했다. 차를 마시러 온 손님의 후각 자극시키기 대 성공!  


라와 함께  손님이 생강차가 있는지 물었다. 사실 지난달에 제조해 놓은 생강즙이 냉장고에 있다. 언제 메뉴에 등장하게 될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생각하고 있는 나는 손님에게 생강차를 권했다. 분명 어제까지 레시피가 적힌 종이 쪼가리가 카운터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는데 그게 사라졌지만,  그래도 설에게 생강차를 한번 만들어 보자고 했고  주문이 그렇게 이루어졌다. 내가 퇴근할 무렵 들어온 종업원에게 어서 생강차 레시피를 붙이고 메뉴에도 넣으라고 압력을 넣었다.


11월 17일 수요일

 

요즘 단골 리스트. 첫 번째 손님은 여전히 단골장, 두 번째 단골로 자리 잡은 미와 남편, 세 번째 단골은 학교를 다녔다면 고2였을 학교 밖 청소년 윤. 장은 늘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나머지 사람들은 달달한 바닐라라테를 마신다. 오늘은 미의 남편이 생크림 스콘에 관심을 보이며 어떤 재료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물어보았다. 나도 늘 어딘가에 적어두고 하니 외울 수가 없었다. 메모해둔 내용을 다른 메모지에 적으며 각 재료의 용량도 적었다. 쪽지를 건네며 직접 한번 만들어보라고 권유하면서 만드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주문한 요가 매트가 왔다. 이제 매트가 2개,  막내딸과 함께 요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11월 18일 목요일


민감독은 어제 카페 SNS 딸기 케이크 사진을 올렸으며, 그걸  어떤 손님이 와서 딸기 케이크를 찾았다고 설이 전해주었다. 물론 딸기 케이크는 없었다. 지난주에 만들어서 이미  팔린 케이크를, 하필 쇼케이스에 있지도 않은 날에 게시를 하면 그런 불상사가 생긴다. 어디서 왔는지   없는  손님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할 것인가. 딸기값이 안정되면 지속적으로 만들겠지만, 아직 가격이 너무  사악하여 만들기가 겁난다. 민감독은 개인적으로 필요한 딸기 케이크를   예약했다.


바느질 모임이 있는 날이다. 회원들과 생고기 비빔밥을 먹었는데 그 후 배탈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가족과의 저녁 외식도 계획했는데, 도저히 뭔가를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아 그냥 집으로 들어왔다. 오후 내내 화장실을 들락날락, 저녁도 못 먹고 일찌감치 침대에 누웠다.


11월 19일 금요일


불쌍한 내 뱃속을 달래기 위해 매생이 굴 떡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점심에도 먹으려고 보온 도시락에 담아 카페로 출근했다.   


11월 20일 토요일


어제 사둔 딸기로 케이크 두 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오전 내에 마쳐야 한다는 강박증이 도져서, 오자마자 시럽을 만들고 딸기를 씻어서 썰어두었다. 케이크가 완성되기까지 손님 두 명이 다녀갔다. 여전히 뱃속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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