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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er Lee Jun 24. 2022

21년 12월 첫째 주

트리 장식

11월 29일 월요일


어제 만들어두었던 케이크 시트로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었다. 원래 점심시간보다 30분 일찍 설이 나가기 전까지, 그러니까 11시까지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첫 손님으로 가스 배달하는 단골손님 연이 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갔다.


손님이 없을  같은 여유시간이니 스콘 반죽을 만들어놓았다. 매장에 들어온 지역상품권을 통장에 입금하러 운동삼아 은행까지 걸어갔다 왔다. 설의 월급을 이체하고 급여명세서를 카톡으로 보냈다. 이번 달부터 급여명세서를 . . . 줘야 하는 법이 시행된다고 회계사에서 연락을 해줬다.

 

11월 30일 화요일


우중충한 날, 비가 내린다. 날이 추워야 눈이 오고 그래야 아이들이 즐거워할 텐데. 남쪽 지방은 눈 보기가 힘들다.


인적은 드물고, 내일은 12월이니 박스에 모셔두었던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 장식을 했다. 오래  요량으로 작년에 제법 가격 있는 트리를 사두었다. 1 전에는 막내딸과 친구들을 불러서 장식부터 1  다시 포장지에 담아두는 일까지 시켰는데, 이제 머리가 컸는지 하려고 하질 않는다. 그렇담, 어쩔  없이 내가 해야겠지. 다시 정리할 때를 생각하며 장식품을 적당히 달았다.  

 

12월 1일 수요일


비가 지나간 , 바람이 세졌다. 오전부터 히터를 틀어야 했다. 


아침에 카운터에서 바라본 트리가 조금 휑 하니 느껴졌다. 다시 주섬주섬 박스를 꺼내 미처 달지 않고 남겨 둔 방울을 모조리 달았다.


어제 회원가입을 한 환 일행이 차를 마시고 돌아갔다. 그들이 앉았던 테이블 아래에서 채 굳지 않은 큼지막한 밥풀 덩어리를 주웠다.


12월 2일 목요일


어제저녁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 어른 손님들이 케이크를 모조리 해치웠으며, 마카롱이 10개가 나갔다. 덕분에 쇼케이스는 텅 비었고, 내 할 일은 늘어났다.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고, 어제 냉동실에서 꺼내 두었던 초콜릿 케이크를 진열했다.


바느질 모임에서 면생리대 만들기를 위해 대량 주문했던 소창 원단이 꽤 남았다. 그걸로 행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원단을 다 소비할 때까지 만들다 보면 바느질 회원들에게 하나씩 선물하기에 충분할 거 같다.  회원들과 점심 먹으러 간 식당은 방송에도 나온 유명 맛집이었는데, 남자 주인이 발가락 등에 수북이 난 털을 자랑하며 맨발로 음식을 서빙하고 돌아다녔다. 밥맛이 뚝 떨어졌다.  


12월 3일 금요일


차 정비 및 둘째 딸 2차 백신 접종을 위해 포토박이 오랜만에 카페로 나왔다. 늘 방문하는 단골장은 아침에 과하게 환기를 시키느라 문을 오랫동안 열어두어 썰렁한 카페 안을 돌아보며 히터도 틀고 크리스마스트리 전등도 켜야 한다고 한차례 점검을 했다. 아무래도 우리 카페 매니저로 격상을 시켜줘야겠다.


시험 끝난 중3 딸이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바람에 쫓기듯 집을 나온 바느질 모임 멤버 재가 갈 데가 없다고 카페로 왔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포토 박은 햄버거나 먹으러 가라 하고 둘이 따뜻한 칼국수를 먹으러 국숫집으로 갔다.  


12월 4일 토요일


유튜브 H녀의 크리스마스 팝송 모음곡이 텅 빈 카페를 채우고 있다. 오후에 예약되어 있는 가족사진 촬영을 위해 포토박이 또다시 출근해서 앉아있다. 아직 단골장은 오지 않았으며 새로 회원에 가입하고 음료를 가져간 서 이후 손님은 오지 않고 있다.  


가족 촬영 예약시간이 다가오니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아들 (아님 사위 ) 노부모님이었다. 가볍게 커피와 마카롱을 시켜서 다른 가족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이들 3명이 목소리를 높이며 들어왔고 사진 예약을  당사자가 수수한 다른 가족 멤버들과 달리, 머리며 옷에 한껏 힘을 주고 등장했다. 처음 예약자가 했던 큰 액자 사이즈가 있었으나 가격을 듣더니 기본 사이즈로 변경하였다.  11을 사진  컷에 . 11명이 의견을 조율하여 원하는  컷을 골랐다. 예약자는 본인의 팔뚝과 다리를 보정해줄 것을 은밀히 요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갈증 나는 포토박에게 자몽에이드를 만들어주었다. 받자마자 한 모금 빨대로 들이키더니, 섞이지 않은 자몽청이 그냥 올라왔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그동안 음료를 제조하면서 섞어서 주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대로 휘젓지 않고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완전 맛없는 음료를 파는 카페로 기억하고 있겠구나 싶었다. 앞으로는 열심히 잘 저어서 건네주어야겠다. 1년 반 일하고 얻는 깨달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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