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주문
12월 6일 월요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이다. 다시 새로운 방역 대책이 발표되었고, 이곳에서도 미접종자 1명 포함 8명까지 모일 수 있으며, 접종 패스를 적용하여 접종자 확인이 필수가 되었다.
지난주 바느질 모임에서 어깨가 뭉치고 아프다는 재에게 즐겨보는 자세 요정의 거북목 완화 요가를 알려주었는데, 그 이후 다시 내 목이 뭉치고 있다. 뭔가 이렇게 자랑을 하고 이게 좋다고 설레발을 치면 꼭 나에게 다시 악재로 돌아온다. 요즘 말이 너무 많아졌다. 말조심해야겠다.
12월 7일 화요일
얼마 전 근처 **병원에서 20여 잔을 점심시간에 주문하겠다고 예약을 했었다. 메모에는 14일 화요일로 되어 있었는데 오늘 전화가 왔다. 배달을 해달라고. 총 22잔의 주문서를 문자로 찍어서 보내주었다. 막 점심시간이 끝나고 사람들이 몰려들 바로 그 12시 30분 즈음에 벌어진 일이다. 이미 두 팀의 손님을 받고 있었고, 설은 점심을 먹으러 가서 아직 오기 전. 미리 받은 손님 음료를 처리하고 있는 중, 설이 돌아왔다.
오늘이 바로 ‘그날’ 임을 알리고 주문서를 보여주었다. 차가운 음료 쪽을 설이 맡고 나는 뜨거운 음료를 준비했다. 배달을 위해 큰 종이 박스 2개를 준비해 두었고, 뜨거운 음료는 뚜껑에 정성스럽게 표시를 했다. 그중 쌍화차로 통일한 7잔의 음료 주문이 어찌나 반가운지. 제조 시간이 좀 늦어져서 중간에 언제 오냐는 독촉 전화가 왔지만, 이럴 때 하는 멘트 ‘곧 갑니다’로 막음을 하고 다시 10여분을 준비하여 설이 음료를 들고 출발을 했다. 설이 다시 돌아올 동안 폭탄 맞은 싱크대 주변을 정리하면서, 스타벅스 굿즈를 받기 위해 주문한 300여 잔의 대기표를 처리하는 종사자들의 노고를 생각했다. 거기에 비하면 쨉도 안 되는 일이지만. (P.S 꼼꼼히 체크를 한다고 했는데 블루베리 스무디가 하나 빠져서 다시 한 잔을 만들어 설이 다시 배달을 가야 했다.)
4년째 타고 있는 자동차가 10만 킬로를 뛰었다. 매일 1시간 이상을 왔다 갔다 하면 이런 대 기록을 세우게 된다. 전반적인 부품 교체를 하려고 정비소에 차를 맡겼다. 견적이 90만 원 넘게 나왔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때 자동으로 켜지게 해 놨던 헤드라이트가 안 들어왔다. 정비소 직원이 점검하면서 꺼놨던 모양이다. 그것도 모르고 10분 넘게 운전을 했다. 어두컴컴한 길을 불도 밝히지 않은 차가 다니는 걸 얼마나 한심하게 지켜보았을까. 게다가 집 가는 길, 1차선에 사고가 난 줄도 모르고 평소대로 신나게 달리다가 급정거를 했다. 90만 원어치 새 단장한 차로 사고가 날 뻔했다. 레이서처럼 즐기는 이 속도 욕구를 줄여야 하는데. 아는 길이 더 무서운 줄 잊는다.
건강관리공단에서 직장인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검사를 받지 않으면 뭔가 불이익을 받을 거라고 하니, 민감독에게도 알려주고 나도 올해가 가기 전에 받아야겠다.
12월 8일 수요일
정해진 오픈 시간은 10시지만, 설이 일찍 나와서 정리를 하고 문을 열기 때문에 이른 손님도 종종 온다. 요즘에는 9시 즈음 출근길에 들러 시럽 뺀 토마토 주스를 마시는 선이 늘 첫 손님이 되고 있다.
스콘 만드는 법을 자세하게 알려주었던 부부 손님 미는 바닐라라테와 스콘을 주문하면서 레시피를 듣고도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남편 홍의 흉을 보았다.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꼭 집에 가서 할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건 나도 늘 느끼는 바이다. 집에서는 설거지도 하기 싫으니.
12월 9일 목요일
막내딸 학교 담임선생님이 이번 주 토요일 생일이란다. 여자아이들을 중심으로 선생님 생일파티를 해주자는 의견이 나왔고, 전체 11명의 아이들이 돈을 모아 케이크를 사고 파티용품을 구입하였다. 케이크는 나에게 초코와 생크림으로 주문했다. 원래 가격은 3만 2천 원이나, 셋째 딸이 책임지고 나에게 3만 원에 살 수 있도록 했다는데, 받은 돈은 6만 원에서 1천 원이 모자라는 5만 9천 원이었다. 천원은 못 받은 것인가, 계산을 못한 것인가. 어쨌든 그 케이크를 위해 어제 시트를 만들었으며 오늘 두 판을 준비했다. 올해 엄마를 일찍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담임선생님에게 좋은 이벤트가 된 것 같다. 마스크를 낀 상태에서 사진을 찍었는데도 함박웃음을 짓는 선생님의 표정이 하얀 마스크 위로 피어올랐다.
12월 10일 금요일
낼 오후 일이 있다는 종업원 대신 설이 내일 오후 근무를 맡기로 했다. 대신 오늘은 근무를 하지 않는 걸로. 그래서 홀로 아침을 맞이했다. 오전에 독서지도사 모임이 있었고 단골장과 학교 밖 청소년 윤이 와서 커피를 마셨다. 윤은 청소년 센터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쿠폰으로 매일 카페로 와서 차를 마신다. 영어를 꽤나 잘하는데 아마도 전화영어를 하는 듯, 가끔 유창한 발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민감독은 올해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거기에 속한 예술가 중 기타리스트 한 명이 프로필 사진을 찍겠다고 한 날이다. 점심 이후 그는 까만색 양복에 흰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갖춘 회사원 복장으로 등장했다. 회사원을 꿈꾸는 예술가일까, 회사원인 예술가일까. 어쨌든 안정적인 금전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예술가 같은 느낌이 들었다.
12월 11일 토요일
손님이 오기 전, 딸기 케이크 만들기를 끝냈다. 단골장이 와서 노란 우산 공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영업자 또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일종의 퇴직금을 미리 마련해두고자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법인도 저축의 의미로 봤을 때는 하는 것이 맞긴 하지만, 여유돈이 빠듯한 재정상태에서 과연 미래를 위한 저축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한 달에 20만 원 없는 셈 치고 적금을 하나 들어둘지, 조금 고민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