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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er Lee Jun 30. 2022

21년 12월 넷째 주

다시 일시 정지

12월 20일 월요일


어제 목욕탕 발 확진자 동선으로 읍내 전체가 일시 정지되었다. 유치원, 초, 중, 고 모든 학교에 선별 검사대가 투입되어 전체 검사를 했다. 모든 학원도 강제 휴원. 카페에도 사람이 거의 없다. 토마토 주스 애호가 선, 단골장, 학교 밖 청소년 윤, 스콘 레시피를 전수해준 미. 3시가 다 되도록 카페를 온 사람들이다. 진짜 찐 단골들 뿐. 크리스마스 주간인데 정말 고요한 크리스마스가 될 거 같다.


8인 이상 합석이 가능했던 지침이 4인으로 변경되었다.


12월 21일 화요일  


재봉 회원 재와 학부모 2명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 1주일에 들어갔다. 그들 세명은 같은 헬스클럽을 다니고 있었는데, 목욕탕 발 확진자 또한 그곳을 이용한 사람이었던 것. 격리에 들어간 그녀를 위해 지인이 이곳 커피를 사서 직접 배달을 갔다. 그녀 이름으로 포인트까지 적립해주는 센스.


12월 22일 수요일


내일부터 이틀 동안 설이 휴가를 냈다. 크리스마스가 지날 때까지 얼굴을 볼 수 없으므로, 개인적으로 주는 그녀의 연말 선물을 위해 내일 쇼케이스에 진열할 케이크와 함께 아침부터 바쁘게 작업한 후, 점심 먹으러 가는 설에게 케이크 선물을 주었다. 점심을 먹고 오는 설이 호두강정 선물세트를 들고 왔다. 꼭 나에게 케이크를 받았기 때문에 보답으로 선물을 주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지만, 수원에 사는 친구가 차린 가게에서 미리 주문하여 받은, 그러니까 설이 민감독과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직원’이 ‘대표’에게 선물을 주다니! 본인 생각에 자기가 여기서 제일 많은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


내일 판매할 예정이었던 케이크 하나는 주의 아들 생일 케이크로 팔렸다. 오늘도 재를 위한 커피 배달을 누군가가 해주었다. 늘 먹던, 시나몬 가루 가득 올린  따뜻한 카푸치노로.


집 터 기반 작업을 했다. 숱한 서류 작업과 설계를 끝내고 드디어 집짓기 위한 첫 공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12월 23일 목요일


한가한 오전 시간, 케이크를 하나 만들었다. 카페를 방문한 위층 문중 어르신들에게 생강차를 권해드렸는데 맛이 아주 좋다고 흡족해하였다.


단골 청소년 윤에게 백신 접종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미접종자였다. 미접종자 1인에 한해 혼자 와서 먹는 것은 상관없기 때문에(윤은 항상 혼자 온다)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또 오지랖이 발동하여 왜 맞지 않았는지 물었다. 기본적으로 백신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 기본 접종을 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독감 접종은 하면서 코로나 접종은 하지 않고 있었다. 쏟아져 나오는 부정적인 포털의 기사만을 습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본인은 할 의향이 없는데 자꾸 하라고 얘기하면 싫어할 걸 알면서도, 나는 맞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잔소리를 또 덧붙였다. 이제 그녀는 내가 불편해서 이곳을 오지 않을 것인가 아닌가 가 조금 궁금해졌다.


12월 24일 금요일


크리스마스이브. 주말에 한파가 몰아칠 거라는 예보가 있는 우중충한 날씨다. 일찍 방문한 단골장과 함께 커피를 마시느라 아침 일과가 조금 늦어졌다. 오늘의 할 일은 주문받은 케이크 2판 만들기. 2번째 케이크 만들다가, 세 번째 딸기 레이어드를 올리는 중 손님 한 분 도착. 한잔 얼른 만들고 다시 마무리 지어 완성하였다. 다 만들고 나서 다시 민감독이 케이크를 하나 더 주문했다. 케이크 시트를 다시 만들기도 귀찮고 해서 대신 스콘을 구워주기로 했다. 설이 없으니 한가하게 카운터를 지키고 싶다.


이번 주 내내 읍내 분위기가 흉흉하여 사람들의 왕래가 적다. 요일별로 봤을 때, 화요일과 목요일이 손님이 좀 있는 편. 오후에는 가족사진 촬영 예약이 있어 포토박이 출근할 예정이다.


종업원 최가 내년에는 주 5일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짜 보겠다고 한다. 정 날짜가 안 나온다면 정기 휴일도 고려해 본다는 것. 오픈할 때 ‘연중무휴’를 해야 한다고 하던 그 고집스러움은 몸이 힘드니 사라져 버렸는지. 카톡 메시지로 온 내용이었는데 이렇다 저렇다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뭐, 알아서 해보고 알려주겠지 하는 마음.  


12월 25일 토요일


우리 동네에는 눈이 내리지 않고 있는데 읍내는 눈이 내리고 있나 보다. 운전을 천천히 하고 오라는 배려로, 오픈 준비를 본인이 하겠다고 민감독이 톡을 보내왔다. 조금 느긋하게 움직여 카페에 도착했다. 한파가 예상되는 주말, 코로나로 잔뜩 움츠린 마음을 더욱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단골들이 카페를 찾아주었다.


팥빙수를 할 때 사놓은 연유가 유통기한을 향해 달려간다. 연유를 쓰려고 연유 파운드 케이크 레시피를  받아놓고 몇 번 만들다 말았는데, 오늘 모임이 있다고 스콘을 가져가겠다는 민감독을 위해 파운드케이크를 구웠다. 비록 모임은 취소되어 필요가 없게 되었지만, 크리스마스니까 주말 동안 일하며 먹으라고 주었다.


시설장비 지원금이 23일 자로 들어왔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다. 주거래 통장이 아니라 바로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지원금을 받기 전 법인 돈으로 영상 편집 컴퓨터를 구한 것이므로, 드디어 사진 쪽 노트북을 살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된 것이다. 포토박이 그토록 원하던 최신 맥북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법인카드 결제를 허락했다. 주문이 밀려 1달 후에나 물건은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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